서울아산병원 의생명정보학과 이재호 교수 ... "개인정보보호법 해결이 남은 숙제"

▲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정보학과 이재호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국내 병원에서 모바일 헬스케어 분야는 아직도 미개척지나 마찬가지다. 미국 등이 2010년부터 모바일 헬스케어 분야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빅5병원을 중심으로 시작했을 정도다.

국내에서 이 분야에서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곳은 서울아산병원이다. 2010년 국내 최초로 건강관리기록 앱인 '내 손안의 차트 1.0'을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정보학과 이재호 교수(유헬스센터 부소장)가 선보였고, 최근 이를 분석한 논문이 발표됐다. 이 교수를 만나 이 논문이 갖는 의미와 모바일 헬스케어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번에 발표한 논문의 내용은 무엇인가?
2010~2015년까지 내 손안의 차트 1.0을 사용한 환자와 일반 사용자의 데이터를 각각 분석했다. 사용자들은 몸무게 혈압, 혈당, 먹는 약, 인슐린 수치 등을 앱에 기록했다. 우리 앱을 사용한 사람은 전체 1만 8256명이었고, 이 중 3812 명은 적어도 하나의 PGHD(Patient-Generated Health Data, 환자가 입력한 건강 자료)를 갖고 있었고, 이 중 175명이 계속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용자의 1% 미만이 4년 이상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 논문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논문은 mPHR이 환자들이 자료를 생성하는 데 의미 있는 도구인지를 알아보려고 시작했다. 그 결과 20% 정도의 사용자가 내 손안의 차트를 지속해서 사용했다는 답을 얻었고, 비록 적은 사람이 사용했지만 mPHR이 환자의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데 유용한 도구라는 결론을 얻었다. 5년 동안의 mPHR 분석 데이터를 발표할 수 있는 곳은 서울아산병원뿐이다. 

▲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정보학과 이재호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또 다른 의미는 환자가 직접 입력한 건강자료를 분석했다는 점이다. 원래 개인건강기록의 의미는 자기의 건강기록을 자기가 관리한다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다.

많은 국가가 모바일 개인건강기록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대부분 환자의 건강기록을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는 환자가 직접 혈압, 혈당 등을 입력한 건강정보를 분석한 것이다. 

- 정밀의료에서 mPHR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정밀의료에서 유전자도 중요하지만 환자 참여도 매우 중요하다. 환자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 결국 답은 모바일뿐이다. 따라서 mPHR의 유용성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내 손안의 차트 앱 사용자는 진단명, 자신이 먹고 있는 약 등을 기록하는데, 일방적으로 데이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입력한다.

환자가 mPHR 서비스를 활용하면 병원 밖에서도 꾸준한 건강관리를 할 수 있고, 이렇게 누적된 데이터는 다시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더욱 높은 치료 효율을 끌어낼 수 있다.

- 논문 분석 결과 지속 사용자가 1% 정도라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지속 사용을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현재 지속 사용자의 의미 자체가 정의된 게 없다. 맨 처음 사용하고, 4년 뒤 한번 사용하는 것을 지속사용이라 해야 할지, 한달에 한번 사용한 것을 지속사용이라 해야 할지 정의가 없다. 

내 손안의 차트라는 플랫폼 있으니까 진료하고 정밀의료 서비스하고 연결했을 때 환자 참여, 의료진 의사소통 기능이 연결되면 정밀의료 플랫폼으로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정보학과 이재호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내 손안의 차트 2.0 버전이 가동되고 있다. 3.0 버전도 나오는지 궁금하다.
현재 병원 정보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내년 3월 초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 이후에나 가능할 듯하다. 내 손안의 차트 1.0은 처음부터 의료진에게 환자에게 피드백 하라고 설계된 것이 아니다. 이후 업그레이드되면 의료진 피드백은 물론 병원 EMR, 웨어러블 기기와도 연동되는 상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현재 암병원에서 사용하는 앱에는 환자 증상 등을 입력하게 해 삶의 질도 기록하게 하고 있다. 결국 진료를 할 때 환자에게 물어보고 하는 진료에서 데이터를 갖고 환자의 상태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는 진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mPHR 발전에 있어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면? 
개인정보보호법이 가장 문제다. 내 손안의 차트 1.0 버전에서는 덜 했는데, 2.0 버전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로 본인인증 등 매우 어렵다. 특히 14세 미만에서 아주 어렵다. 최근 카카오뱅크가 공인인증서 없이 은행을 사용할 있도록 했지만, 일개 병원이 그 비용을 감당하기엔 벅차 불가능하다. 

- 문재인 정부에서 헬스 IT 분야가 소외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문재인 정부는 헬스 IT에 대한 철학은 없고, 보장성 강화 얘기만 하고 있다. 정부 초기 100대 국정과제에 헬스 IT 빠져 있었고, 인공지능 얘기도 나오지만 의료는 없다. 보건의료 산업이나 의료 IT 등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정부 초기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이때 보건의료를 핵심 개념으로 넣어야 한다고 했는데 빠졌다.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참여했지만 복지부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후 문제가 커지자 정부는 산업계, 학계, 연구계, 정부가 참여하는 헬스케어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문제는 여기에 참여하는 위원들도 전문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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