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하 교수 건보공단 빅데이터 분석 "조절되지 않은 환자군보다 사망·심혈관질환 위험 ↓"

▲ 연세의대 박성하 교수는 20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 'Efficacy of BP control in stage 1, low risk hypertension'을 주제로 발표했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은 고혈압 1기 환자의 혈압을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치료를 통해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연세의대 박성하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인 고혈압 1기 환자가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치료로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낮추면 조절되지 않은 이들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심혈관질환 위험 등이 감소했다.

이번 결과는 20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은 고혈압 1기를 수축기/이완기 혈압 140~159/90~99mmHg로 정의하면서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이라면 생활습관 교정 또는 약물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혈압을 낮췄을 때 예후 개선 효과가 있는지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970~80년대에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은 고혈압 1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압 조절에 따른 예후를 분석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현재 주요 진료지침에서 제시하는 고혈압 1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즉 이들 환자의 혈압 조절에 따른 임상적 혜택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실정.

그 때문에 국외 가이드라인마다 다른 치료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2011년 영국 NICE 가이드라인에서는 80세 미만이면서 표적장기 손상이 있고 확립된(established)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당뇨병, 10년 내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20% 이상인 고혈압 1기 환자는 치료를 통해 혈압을 조절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미국 JNC-8 가이드라인에서는 치료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권고안을 내놓지 않았다. 

박 교수는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인 고혈압 1기 환자에 대한 치료 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환자군이 많지 않고 예후 확인까지 추적관찰 기간이 오래 걸리기에 관찰연구를 통해 치료 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박 교수팀은 건보공단 빅데이터를 토대로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인 고혈압 1기 환자에게 혈압 조절에 따른 예후 개선 효과가 있는지 분석했다.

2002~2006년에 고혈압 치료를 받지 않았고 1년 이후부터 치료를 시작한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은 고혈압 1기 환자 약 15만명이 분석에 포함됐다. 추적관찰은 2015년까지 진행됐고, 이 기간에 혈압이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된 군(조절군)은 9만 9000여명, 조절되지 않은 군(비조절군)은 약 4만 9000명이었다. 

추적관찰 동안 평균 수축기/이완기 혈압은 조절군이 131.1/80.3mmHg, 비조절군이 144.6/85.8mmHg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두 군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및 말기 신부전 등의 위험을 비교했다.

그 결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치료 2년 이후부터 차이가 벌어지면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비조절군 대비 조절군에서 약 50% 낮아 혈압 조절에 따른 유의미한 생존 혜택을 입증했다(HR 0.497; P<0.0001).

모든 뇌졸중 발생 위험은 조절군이 비조절군보다 13%가량 낮았다(HR 0.876; P<0.0001). 출혈성 또는 허혈성 뇌졸중 발생률은 치료 시작 3년 이후부터 두 군간 차이가 나타났고, 비조절군보다 조절군의 출혈성 또는 허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이 각각 25%(HR 0.751; P<0.0001)와 10%(HR 0.907; P=0.0083)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질환 발병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말기 신부전의 발생률은 치료 시작 후 7년째부터 두 군간 유의미한 차이를 보여, 조절군에서 그 위험이 60%가량 낮았다(HR 0.418; P<0.001). 다만 혈압 조절에 따른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다르지 않았다(HR 1.085; P=0.1944). 

이어 연구팀은 50세 미만의 젊은 고혈압 1기 환자도 혈압 조절을 통해 임상적 혜택을 볼 수 있는지 평가했고, 50세 이상과 동일하게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했을 때 유의미한 예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그는 "건보공단 빅데이터 분석 결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은 고혈압 1기 환자의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낮추면 사망, 뇌졸중, 말기 신부전 등의 위험이 감소했다"면서 "심혈관질환의 평생 위험을 고려했을 때 생활습관 교정 후에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