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다발성경화증 가이드라인 발표…질병완화제제 중요성에 방점 찍어

미국신경과학회(AAN)가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질환 재발을 줄이고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AAN은 21~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0차 연례학술대회(AAN 2018)에서 이 같은 권고안을 담은 2018년 다발성경화증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공개했다. 가이드라인은 발표와 동시에 Neurology 4월 2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다발성경화증은 발병 초기에는 장애 없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발이 반복돼 장애가 남는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발병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자연적인 경과보다 예후가 개선되기에, 가능한 빨리 질환을 인지하고 정확하게 감별 진단 후 일찍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는 게 권고안의 핵심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난 2002년에 이어 약 16년 만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그동안 발표된 주요 연구 결과들을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해 총 30가지의 권고안을 마련했다. 

그 중 인터페론-베타(interferon-beta),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glatiramer acetate) 등과 같이 병의 경과를 조절하고 완화시킬 수 있는 '질병완화제제(disease modifying therapy, DMT)'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가이드라인 제정을 이끈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Alexander Rae-Grant 교수는 "10여 년 간 다발성경화증 치료에 극적인 변화가 있었고, 20년 이상 동안 질병 진행을 늦추는 DMT 신약 17개가 허가를 받았다"며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오프라벨로 처방 중인 DMT에 대한 약 50가지 임상을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했으며, 그 근거를 통해 이번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권고안 중 17가지는 DMT 치료 시작, 10가지는 다른 약물로 변경, 나머지는 치료 중단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다발성경화증 환자가 DMT 치료를 시작하거나 약물을 변경했을 때 또는 치료에 대한 이상반응, 순응도, 환자 선호도 등에 따라 DMT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권고안 제정에 중점을 뒀다. 그리고 이를 권고 수준에 따라 'must', 'should', 'may' 등으로 분류했다.

우선 AAN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발성경화증 증상이 악화되므로 약물치료를 조기에 시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부분 다발성경화증 치료제가 질병 진행을 늦춘다는 강력한(strong) 또는 중등도(moderate) 수준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 만약 치료를 받았음에도 증상이 재발한다면 그 위험이 낮은 다른 치료제로 전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현재까지 치료 중단에 따른 위험과 혜택을 분석한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이기에 다발성경화증 증상이 안정됐더라도 치료를 중단해선 안 된다고 피력했다. 

다만 상태가 안정적이면서 스스로 보행이 불가능한(non-ambulatory) 이차진행성 다발성경화증(secondary progressive MS) 환자는 재발이 없거나 새롭게 질환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DMT를 중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치료 중단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권고 수준은 'may'로 다소 약하게 제시했다. 

이어 일부 치료제는 남성과 여성 모두의 생식건강(reproductive health)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이드라인에서는 임신을 계획 중인 다발성경화증 환자 또는 임신부, DMT 치료 중인 여성 환자의 경우 의료진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DMT의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DMT 치료 시작, 변경 또는 중단에 대해 의료진과 위험 및 혜택 등을 논의 후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미국 하버드의대 Tanuja Chitnis 교수는 논평을 통해 "다발성경화증 환자 치료에 가장 중요한 점은 DMT 투약 시 환자의 생활습관, 비용, 효과, 이상반응, 내약성 등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임상에서는 환자와 치료에 대해 꾸준히 대화해야 하며, 환자들은 증상이 새롭게 발병했거나 악화됐다면 의료진에게 이를 바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AN은 이번 가이드라인을 계기로 앞으로 다발성경화증 치료 분야에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ae-Grant 교수는 "다발성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DMT 간 치료 효과를 비교한 연구부터 장기간 위험 및 혜택을 분석한 연구까지 향후 여러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아울러 다발성경화증으로 진행될 수 있는 임상적단독증후군(clinically isolated syndrome)을 확인하는 방법 및 임신부에서 다발성경화증 치료를 안전하게 중단하면서 이로 인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치료전략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DMT 조기 치료로 더욱 강력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다발성경화증 고위험 환자를 파악하는 알고리듬을 개발하고 이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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