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심장협회·뇌졸중협회(AHA·ASA)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혈전제거술 가능 시간에 대변화를 몰고 왔다. 국제뇌졸중컨퍼런스 연례학술대회(ISH 2018)에서 혈전제거술 가능 시간을 기존 6시간 이내에서 24시간 이내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뇌졸중 환자를 위한 조기 관리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것이다. 

개정에는 무작위 대조군 연구인 지난해 발표된 DAWN 연구와 ISH 2018에서 베일을 벗은 DEFUSE-3 연구가 변화의 핵심 축이 됐다. 강력한 근거를 무기로 한 새로운 미국 가이드라인 발표로 국내 뇌졸중 진료지침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까지 국내 학계 내부적으로 심사숙고하는 모습이다.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전문가들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연구에 한계점이 존재하며 국내 임상에 곧바로 적용하기엔 병원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고 조언한다. 혈전제거술 치료 대변화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가이드라인 변화 이끈 쌍두마차 'DAWN'·'DEFUSE-3'

DAWN 연구와 DEFUSE-3 연구는 미국 뇌졸중 가이드라인 변화를 이끈 쌍두마차로 꼽힌다. 

DAWN 연구는 18세 이상의 성인으로 미국뇌졸중척도(NIHSS)가 10점 이상, 뇌졸중 이전 보정랜킨척도(Pre-stroke mRS)가 0~2점 이상인 환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영상학적으로 두개내출혈이 없고 대뇌혈관의 3분의 1 미만에서 경색이 확인됐으며 내경동맥 또는 중대뇌동맥의 심근경색 부위 폐색 등이 있었다. 

증상 발현 후 6~24시간 이내에 MRI 또는 CT로 대혈관폐색 뇌졸중을 확인한 환자군을 혈전제거술 + 표준치료 병행군(혈전제거술군) 또는 표준치료군(대조군)에 무작위 분류해 분석한 결과, 치료 90일째 mRS 점수 변화는 혈전제거술군 5.5점, 대조군 3.4점으로, 혈전제거술군의 mRS 점수가 2.1점 더 높았다. 일상생활 의존성을 평가한 결과에서도 혈전제거술군이 대조군 대비 73% 낮았다(N Engl J Med 2018;378:11-21). 

DEFUSE-3 연구는 중간대뇌동맥 또는 내경동맥 경색이 확인됐으며 초기 경색 크기가 70mL 미만이고 허혈성 뇌조직의 부피비가 최소 1.8인 환자군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을 6~16시간 이내에 혈전제거술군 또는 대조군에 무작위 분류했고, 최종적으로 혈전제거술군의 90일째 mRS 점수 분포가 대조군보다 2.77배 높아 의미 있는 예후 개선이 확인됐다(N Engl J Med 2018;378:708-718). 

DAWN 연구, 일반적이지 않은 연구 디자인으로 진행돼

두 연구 중 DAWN 연구는 치료 가능 시간을 24시간으로 연장하는 데 강력한 영향을 미쳤지만 다른 임상시험에서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 연구 디자인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무작위 배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DAWN 연구는 최근 임상시험에서 적용하고 있는 베이지안 적응적 설계(Bayesian Adaptive Design)로 디자인됐다. 베이지안 분석이란 과거의 기록과 이용 가능한 가장 최근의 데이터를 결합해 확률을 계산하는 방법이며, 적응적 설계란 임상시험 도중에 얻어진 정보에 대해 중간분석을 실시한 결과에 따라 임상시험의 중요한 요소들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 방식이다. 임상시험 도중에 맹검을 해제시켜 중간분석을 실시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이후 임상시험 진행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변경할지를 결정한다.

중간분석이 필수적이기에 국제 가이드라인과 관련 문헌에서는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에게 중간분석을 실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DAWN 연구는 데이터안전감시위원회(Data Safety Monitoring Board)가 검토한 중간분석에서 사전에 정의한 기준을 충족했기에 처음 계획했던 환자 500명이 아닌 절반에 미치지 못한 206명을 대상으로 분석이 진행됐다.  

고려의대 김치경 교수(구로병원 신경과)는 "베이지안 적응적 설계 방법은 최근 임상시험에서 활용되고 있으나 흔하지 않은 특이한 연구 기법"이라며 "때문에 DAWN 연구의 두 환자군 간 특징이 균형(balance)적이지 않으며 환자 숫자도 적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체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문제는 아니기에 혈전제거술 치료 시간 연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게 그의 전언이다. 

김 교수는 "환자군 간 특징이 다르지만 결과에 크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미국 뇌졸중 가이드라인 변화에 따라 국내 진료지침도 변경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한뇌졸중학회 "진료지침위원회 구성돼 개정 작업 중"

   

혈전제거술 가능 시간 변화로 현재 대한뇌졸중학회는 이를 골자로 한 뇌졸중 진료지침 개정을 진행 중이다. 

대한뇌졸중학회 방오영 학술이사(삼성서울병원 신경과)는 "24시간 이내에 혈전제거술을 시행하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사실이 무작위 연구에서 입증됐고, Class I에 해당되는 근거 두 가지가 쌓였기에 미국 뇌졸중 가이드라인에서 이를 강력하게 권고한 것"이라며 "국내 진료지침 개정에 영향을 줄 정도로 근거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현재 진료지침위원회가 구성돼 개발 중이며 근거 분석을 통해 그 내용이 합당한지를 보고 있다. 국내 실정에 맞게 진료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 미국은 두 연구가 발표된 후 발 빠르게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공개했지만 국내 진료지침 개정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교수는 "가이드라인 개정 시 변화에 영향을 준 연구의 중요한 내용이나 그 의미 등을 가이드라인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미국 가이드라인이 급하게 개정되다 보니 두 연구를 균형 있게 참조해 환자를 치료하도록 권고했다. 연구에 대한 해석이나 비판 없이 연구 결과를 찾아보도록 명시했다는 점에서 조급하고 충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가이드라인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기에 우리 실정에 맞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변화가 있겠지만 똑같게 개정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환자 혜택 볼 것…인력·수가 등 문제 국가 차원에서 다뤄져야"

국내 혈전제거술 가능 시간이 현 6시간 이내에서 24시간 이내로 늘어난다면 많은 뇌졸중 환자가 큰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뇌졸중 환자가 늘어나 뇌졸중 진료 업무에 가중이 생기고 병원 운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방 학술이사는 "현재 적은 수의 의료진들이 많은 환자를 치료하다 보니 지쳐있는 상황"이라며 "혈전제거술 시간이 24시간 이내로 늘어나게 되면 대상 환자군이 늘게 된다. MRI 또는 CT 등의 영상 판독으로 뇌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확인하고 치료해야 하는데, 이를 모두 다루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진료지침 개정 후 임상에서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력, 뇌졸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공간, 수가, 시스템적 문제 등의 어려움이 수반되기에 병원별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뇌졸중은 응급질환이기에 환자가 뚜렷하게 예측되지 않는다. 게다가 혈전제거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를 잘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 결정까지의 과정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이를 국가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면서 "국내 진료지침이 개정돼 실질적으로 임상에 적용이 되기 위해서는 환자 치료에 대한 응급의료전달체계와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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