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상지질혈증 환자 치료전략에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주요 임상연구를 통해 스타틴 파트너 찾기가 성공하면서 에제티미브, PCSK9 억제제 등의 비스타틴 계열이 이상지질혈증 치료 퍼즐 완성의 핵심 카드로 등장했다.

게다가 LDL-콜레스테롤(LDL-C)을 최대한 낮춰야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LDL 가설(LDL hypothesis)'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유럽동맥경화학회(EAS)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LDL-C를 조기에 강력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문가 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상지질혈증 환자 치료전략의 변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국내 전문가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발을 맞췄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2015년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3판에 이어 지난달 20~21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 4판 요약본을 공개했다. 

이번 치료지침은 3판에서 큰 변화 없이 개정된 'minor revision'으로, 2015년 이후 가이드라인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돼 이를 국내 치료지침에 반영하고자 이뤄졌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이 이상지질혈증 신약 개발 및 치료전략을 타깃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에서는 치료전략과 약물요법 변화에 중점을 뒀다.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LDL-C 목표치 '70mg/dL' 유지

이상지질혈증 학계의 뜨거운 이슈인 LDL-C 치료 목표치에 대해서는 기존 3판과 동일하게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이라면 70mg/dL 미만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가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보다 위험 수준이 높은 극위험군(extreme risk group)을 처음으로 제시하면서 LDL-C를 55mg/dL 미만으로 권고한 점과 다른 행보다.

학회 관계자에 따르면 개정 과정에서 LDL-C를 어디까지 낮춰야 할지에 대한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IMPROVE-IT, FOURIER 등의 주요 연구를 통해 강력한 LDL-C 조절에 따른 혜택이 입증된 만큼 국내에서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에 힘이 실렸지만, 서양인이 대다수 포함된 연구이기에 인종 간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이에 4판 요약본에서 제시한 LDL-C 치료 목표치는 유관학회와의 논의와 향후 발표되는 연구 결과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여지가 남아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료지침위원회 정인경 위원장(경희의대 내분비내과)은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의 LDL-C를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점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 있기에 동의한다"면서 "다만 이를 국내 치료지침에 최종 반영하기 전 연구마다 추가로 보고되는 아시아인 대상의 하위분석 결과를 확인해야 하며 유관학회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표명했다. 

심혈관질환 위험도 따라 치료전략 도표화

이상지질혈증 환자 치료전략은 3판과 동일하게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LDL-C 및 비 HDL-C 치료 목표치를 제시했다.

2013년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서는 LDL-C 치료 목표치를 없애고 고강도 및 중등도 스타틴 치료가 요구되는 환자군을 네 가지로 제안했지만 국내에서는 기존 3판과 같게 심혈관질환 위험도로 환자군을 나눴다. 스타틴 치료가 요구되는 환자군으로 분류하는 것보단 치료 목표가 있는 것이 국내 환자 모니터링과 추적 관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기존과 동일한 기준을 유지했다는 게 정 위원장의 전언이다.

   
▲ 이상지질혈증 약물 치료전략.

이를 바탕으로 이번 치료지침에서는 이상지질혈증 약물 치료전략을 도표화해 전체 과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심혈관질환 저위험군과 중등도 위험군은 수주 혹은 수개월간 생활습관 교정을 시행한 후에도 LDL-C가 높다면 스타틴 투약하도록 했고, 고위험군과 초고위험군은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스타틴을 투약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스타틴 병용 파트너 'PCSK9 억제제' 첫 등장

약물 치료전략에서 주목해야 할 변화가 PCSK9 억제제의 등장이다. 지난해 1월 PCSK9 억제제인 알리로쿠맙이 국내 최초 시판 허가를 받은 데 이어 같은 해 8월 에볼로쿠맙이 첫선을 보이면서 이번 치료지침에 스타틴 병용 파트너로서 이름을 올렸다.

치료지침에서는 스타틴 투여 후 LDL-C 치료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최대 가용 스타틴과 PCSK9 억제제를 병용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LDL-C 치료 목표치를 달성했을지라도 이상반응 평가에서 문제가 확인됐다면 PCSK9 억제제를 투약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새로운 이상지질혈증 치료옵션의 등장으로 스타틴만으로 LDL-C가 조절되지 않거나 이상반응이 있는 환자들이 추가적인 혜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대다수 환자가 스타틴 단독요법 또는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으로 LDL-C가 조절되고 PCSK9 억제제 치료 비용이 비싸며 이를 투약하기 위해선 유전자검사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PCSK9 억제제가 국내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관학회와 공청회 후 최종 전체본 추계학술대회에서 공개

한편 치료지침 4판의 전체본은 올해 가을에 열리는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추계학술대회(ICoLA 2018)에서 공개된다. 그 전까지 학회는 다른 유관학회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치료지침에 최종 반영할 계획으로, 다음 달 신장학회, 심장학회, 당뇨병학회 등과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치료지침에서는 고혈압 기준을 140/90mmHg 이상으로 명시했지만 이번 달 발표되는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에 따라 현 기준을 유지하거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단 기준이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된다면 공청회에서 이를 논의해 치료지침에 반영하겠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정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주요 연구 결과를 이번 개정에 반영하면서 국내 진료 현장에 접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치료지침이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한 심뇌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발표되는 연구 결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치료지침을 2년마다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컬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