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암연구협회 연례학술대회(AACR)에서 주목받은 연구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마이크로바이옴이다. 특히 올해 초 기초과학저널인 사이언스지(SCIENCE)가 이 연구를 주목하면서 더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술의 핵심은 장내 세균분포에 따라 면역기전 활성화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의 세균일 수도 있고, 여러 개의 세균총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를 이용하면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도 있고, 면역항암제 내성 원인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와 프랑스 구스타프 루시 암센터는 사실상 항암연구를 여기에 올인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 성과도 매년 학술대회에서 속속 발표하고 있다.

해외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울산의대 박숙련 교수(종양내과)가 그 중 한 명이다. 새로운 항암치료기술로 주목 받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의 기술 원리와 연구 전망을 살펴봤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인체 곳곳에는 인체 세포수의 10배나 되는 약 100조개 이상의 많은 미생물이 존재하며, 대부분의 미생물은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인간과 공생관계로 살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몸에 서식하며 공생 관계를 가진 미생물 전체를 "마이크로바이오타"라고 하고, 그들이 가진 유전정보 전체를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인체 마이크로바이오타는 인체의 대사, 면역 등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인체의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알려졌고, 마이크로바이오타 구성의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가 다양한 질환과 관련성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인체의 건강에 유익한 영향을 주는 좋은 미생물을 발견하여 다양한 인간의 질환의 치료에 활용할 수가 있다.

미생물은 인체의 다양한 곳에 존재하지만 가장 많이 존재하는 곳이 장이며, 이들 장내 미생물은 대변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장내 균의 구성이나 특정 균이 있거나 또는 없는 것이 질환 발생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는 지금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질환이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의 알레르기 질환,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의 염증성 장질환, 비만, 당뇨 등의 대사질환 등이다. 쌍둥이 중 비만인 사람과 마른 사람 간에는 대변의 장내 균의 구성이 다르며, 이들의 대변을 무균쥐에게 이식하였을 때 비만인 사람의 대변을 이식 받은 쥐는 살이 찌고, 마른 사람의 대변을 이식한 쥐는 마른 체형을 유지하였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또한,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이라는 장내 세균의 증식으로 발생한 장염 환자에게 그 치료법으로서, 건강한 딸의 대변을 환자에게 장내 이식하였는데, 장염은 호전되었으나 원래 정상 체중이었던 환자가 대변이식술을 받은 후 비만이었던 딸과 마찬가지로 비만해져서 딸이 가지고 있던 비만 관련 균이 환자에게 옮겨져 환자가 비만해졌음을 시사하는 증례도 있다. 현재는 마이크로바이옴 활용 영역이 점차 넓어지면서 장내미생물을 이용하여 항암치료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연구 성과를 정리하면 암 환자의 장내 세균 분포는 정상인과 다르다는 것. 한발 더 나아가 장내 세균에 따라 면역항암제 반응의 차이도 확인했다.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없는 환자들의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나쁜 균이 많이 자라는 반면 면역항암제에 잘 듣는 환자들은 좋은 균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 초 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 내용은 면역항암제에 치료 효과가 좋은 환자의 대변과 치료 반응이 없었던 환자의 대변을 무균쥐에게 이식했더니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이 좋았던 환자의 대변을 이식한 무균쥐에서만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장내 세균이 암면역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이와 같이 장내 세균을 활용하여 항암제 효과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연구들이 현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시행 중이며 그 결과가 매년 AACR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외국과 더불어 국내에서도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울산의대 박숙련 교수는 대변을 통한 장내미생물 분석으로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미리 예측하고자 하는 연구와 더불어 어떤 세균이 치료 효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는 연구를 시행 중이며 또한 면역항암제에 반응을 하지 않는 암 환자에게, 치료효과가 좋은 환자의 대변을 이식하여 면역항암제의 내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박 교수는 "현재 면역항암제를 써서 효과가 있는 환자는 대략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남은 8명의 환자를 살리기 위한 숙제가 있다. 또한 처음에 효과가 있던 2명에서도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발생하여 치료효과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다행히 이런 문제는 마이크로바이옴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세균 총의 분석을 통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유익한 세균 찾는 것

주목 받는 신기술이기는 하지만 어려움은 산적해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수조 단위의 세균 중 어떤 균이 항암 면역기전과 연관이 있는지를 찾는 것이 핵심인데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다. 항암 효과와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균을 찾았다고 해도 정확한 인과 관계를 밝히고 그 작용 기전을 밝혀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영역이다.

장내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은 대변 검체에서 추출한 DNA로부터 균의 16S rRNA 유전자 시컨싱 검사를 통해 균 종류를 구별하는데, 이는 16S rRNA는 세포 내 단백질을 합성하는 단백질 공장인 리보좀의 구성 성분으로, 그 염기 서열이 균마다 달라서 균의 동정 및 분류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최근에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NGS)의 발달로 마이크로바이옴 전체 유전자를 한번에 분석하여균 종류 뿐 아니라 유전자 구조까지 분석할 수가 있다. 또한 균의 유전자 정보 뿐 아니라 전사체, 단백체, 대사체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균의 기능, 대사 경로 등에 대한 연구도 가능하다.

그러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은 검체 수집 방법, 검체 처리 방법, 실험 방법, 데이터 분석 방법 등에 따라 결과가 매우 다르게 나올 수 있으며, 현재 각각의 단계에서 그 방법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결과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

즉 같은 환자의 검체로 연구를 해도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마이크로바이옴은 환경, 식이, 약제 등 외부 영향을 많이 받아 그 구성이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으므로 이 또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외부 영향에 따른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는 외국의 연구 결과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검체 수집, 처리 및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은 표준화가 필요한 부분이고, 또한 장내 세균은 환경 및 식이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반드시 우리나라에서도 연구가 필요하다. 미국과 프랑스 암센터 연구가 활발한 것도 이러한 이유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는 연구 인프라 구축 및 연구비 조달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의 경우 막대한 연구비를 투여하고 있는 외국 연구기관들이 빠른 속도로 연구를 진행하여 성과를 내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검체 수집 및 뱅킹, 실험, 분석 등의 인프라 구축 및 마이크로바이옴 임상연구 및 중개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통해 바이오마커 및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있어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중요성과 미래 산업으로서의 가치 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박 교수는 "20% 전후에 불과한 면역항암제 치료반응 환자를 찾기 위해 많은 경우 선별 없이 모든 환자에게 고가의 면역항암제를 쓰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개발하거나 더 많은 환자에게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연구는 효율적인 의료자원의 사용과 의료비 감소로 장기적으로 의료재정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국가적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안전성 문제는 대체로 무난 대사질환은 아직 연구단계

타인의 대변을 이식 시 안전성 문제는 없을까? 대변 이식술은, 재발성 혹은 기존 항생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이라는 장내 세균에 의해 야기되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을 가진 환자에게 정상인의 대변을 주입하여 감염을 치료하는 기술로 개발되었고, 이 적응증에 대해 안전하고 유효한 신의료기술로 2016년 보건복지부 승인을 받았습니다. 대변 이식의 부작용으로 일시적인 발열 등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에서 대변 이식 후 생기는 합병증은 경미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변 이식 시 감염성 질환이 전파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공여자의 혈액과 대변에서 병원성 세균 및 바이러스 등에 대한 스크리닝을 시행하여 그 위험을 방지하며, 또한 수혜자가 과민 반응이 있는 특정 음식물의 섭취를 대변이식 전 공여자에서 금지하여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실용화 단계 정확성에 달려

여러 장벽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의 실용화는 멀지 않았다는 평가다.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인과 관계 및 질병의 치료법으로서의 마이크로바이옴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현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한마디로 실험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고, 임상에서 환자에게도 그 효과가 실제 나오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단계다. 특히 현실적으로 다양한 질환에서 많은 사람에게 시도하려면 약으로 개발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이크로바이옴의 치료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있다. 이는 아직까지 모든 정확한 기전이 밝혀지지 않아서 그렇지만 실제로 연구 결과를 보면 장내미생물 이식 시 환자의 혈액과 암 조직 내에서 항암 면역이 활성화 되는 등 면역학적 기전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암을 치료하기 위해 암세포 자체에 집중하여 치료법을 개발해 왔지만, 이제는 암이 발생하고 생존하는 것이 암 자체의 특성 뿐 아니라 암이 생존하고 있는 우리 몸과의 상호작용, 더 나아가 우리 몸에 공생하는 미생물과의 상호작용까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따라서 이들 모두를 공략할 수 있는 항암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도 수많은 우리 몸의 미생물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을 잘 모르기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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