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 이승훈 원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지난해 4월 국내 연구원 한 곳이 의미 있는 항해를 시작했다. 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이 바로 그곳이다. 뇌졸중을 포함한 뇌혈관질환, 치매 등 뇌질환에 대해 연구하는 뇌졸중의학연구원은 연구를 좋아하는 몇몇 교수의 힘으로 만든 공익적 비영리 법인이다. 특히 국내 어떤 학회나 정부 기관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연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더욱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뇌졸중의학연구원을 만든 이들은 원장/대표이사인 서울의대 이승훈 교수(서울대병원), 서울의대 권형민 교수(보라매병원), 중앙의대 김정민 교수, 한림의대 김예림 교수(강동성심병원), 고려의대 김치경 교수(고려대 구로병원)다. 특히 연구원의 수장인 이 원장은 연구원 탄생의 아이디어를 내고 조직한 사람으로 핵심적 인물이다. 그를 만나 연구원이 갖는 의미와 앞으로 어떤 일을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 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을 만든 배경은?
2006년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했는데 기초와 임상연구 모두 너무 재밌고 성취감이 컸다. 그런데 임상연구는 대부분 글로벌 제약사가 신약개발을 목표로 하는 임상연구들뿐이었다. 이런 연구는 비용도 많이 들고, 명성이 있는 의사 몇 명만이 참여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 당시 소규모 연구지만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할 수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이다. 

- 다른 연구원과 차이점을 꼽는다면?
운영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대부분 연구원은 정부에서 지원받아 운영하는데, 우리 연구원은 정부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뇌졸중이나 치매 관련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연구에 공익적 수익사업과 기부를 통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형태다. 자체적으로 아젠다를 만들기도 하고, 연구자들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연구에 지원하기도 한다. 

- 최근 연구원에서 연구과제 자유 공모를 했는데 그 결과는 어떤가? 
사실 조금 실망스러웠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기존 공모와 달리 뇌졸중이나 치매라는 주제 안에서 연구비와 연구 기간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로운 연구를 제안해달라고 했지만 결과는 흡족하지 않았다. 시기를 쫓거나 일반적 주제 등 규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들이어서 아쉬웠다. 내가 공모에 응모했다면 "일반인이 5~10년 안에 뇌졸중 걸릴 위험은 몇%일까?" 등 환자에게 직접적 도움이 되는 연구 아이디어를 냈을 것이다. 

-연구원에서 추진하는 구체적 사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N & L & J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임상의사의 꿈이라 할 수 있는 NEJM, LANCET, JAMA에 논문을 게재하려면 대체로 글로벌 대규모 임상만이 가능하다. 우리는 대규모 임상이 아니더라도 진료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를 할 것이다.

또 제약사에서 관심이 없지만 환자에게 중요한 약이나, 특허가 끝난 약 중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약 등 임상으로서의 가치 있는 연구를 진행해 보고 싶다. 현재 이런 공익적 연구에 관심이 있는 의사들이 많다. 이들은 리스트업하고 연구디자인을 만들어 3~5년 사이에 추진하고 싶다. 또 올해 처음 한 자유 공모도 계속할 계획이고, 중요한 공동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에게 지원도 할 생각이다.

   
▲ 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 이승훈 원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공익적 임상연구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 정부는 임상연구의 목표를 Cell, Nature, Science 등의 유명 저널에 논문을 몇 편 게재하는 것이었다. 정부도 교수들도 모두 여기에 매달렸다. 그 결과 많은 교수가 이들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지향점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단기성과에 만족하고 있고, 혜안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 

연구는 임상연구와 기초&중개연구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대부분 대규모 코호트연구인 임상연구를 진행한다. 문제는 빅5병원의 몇 명 명망 있는 의사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임상연구와 기초&중개연구에 각각 50%씩 투자한다.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기초연구에 지원한다고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연구 활성화를 위해 진료과별 학회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다. 
국내 제약산업이 커지면서 각 학회도 외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기록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금을 연구하고 싶은 사람에게 지원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구에 지원하는 비중이 굉장히 낮다. 이유는 학회의 보수성 때문이라 본다. 학회 운영진은 큰 변화보다는 차기 임원들에게 되도록 그대로 넘겨주길 원한다. 그래서 자율적으로 연구에 크게 지원하지 못한다.

학회가 운영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회원의 관심은 점점 멀어질 것이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학술대회를 통해 최신 이슈나 치료 방법 등을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학술대회를 통해 얻는 정보는 확실하게 줄었다고 봐야 한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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