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호 '더 뉴 건강보험' 구상 변수로?...기존 합의 부활· 수가협상 영향 등 관심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연말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관련 의정협의를 진행했으나, 지난 3월 의협의 협상결렬 선언으로 파행을 맞았다. 사진은 의정 실무협의의 시발점이 된 지난해 12월 14일 의정 회동에 앞서 악수를 나누는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사진 왼쪽)과 의협 비대위 이필수 위원장.

문재인 케어 추진을 놓고 평행선을 달려온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11일 다시 만난다.

의협 비대위가 의정대화 중단, 협상 결렬을 선언한지 43일만이다.

그 사이 의료계는 새 수장을 맞이하는 변화를 겪었다.

의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던 의료계의 이른바 '정치적 상황'이 지난 논의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 중의 하나로 작용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화 환경은 이전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의협 새 집행부가 문케어 저지를 핵심 기치로 삼았고 이것이 의사회원의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대화의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정대화 재개를 앞두고 정부와 의료계는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의협 '뉴 건강보험' 구상, 협상 판도 바꿀까?

새로 펼쳐질 의정협의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의협 새 집행부가 내놓을 건강보험 개혁안, 이른바 '더 뉴 국민건강보험(The New NHI)' 구상이다.

'더 뉴 건강보험'은 의정 대화 중단을 선언했던 의협이, 정부에 대화 재개를 요청하게 된 배경으로 꼽은 사안이다.

의료계가 스스로 건강보험제도를 바꿀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예고하고 나선 것인데, 협상의 판도를 뒤흔들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지난 2일 취임식에서 "문케어 저지 투쟁과 의료개혁을 함께 추진하고자 한다"며 "국민건강을 위한 안전한 의료, 제대로 된 치료환경 조성을 위해 건보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더 뉴 건강보험'에 대해 의협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알려지지는 않고 있으나, 더 뉴 건강보험 구상에는 저부담-저수가-저급여 3저 기반의 건강보험제도 개혁과 건보 재정 정상화, 급여기준 및 심사체계 개선 등의료계의 숙원과제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일각에서 건강보험제도의 대표적인 불합리로 꼽아왔으며, 최 회장이 취임을 전후해 강조한 건강보험 청구대행 문제가 공론화 될 가능성도 있다.

복지부 또한 이것이 향후 진행될 의정협의의 핵심의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9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인론을 통해 더 뉴 건강보험 구상을 내놨다는 내용을 접했으나, 아직 그 내용이 무엇인지 직접 듣지 못했다"며 "대화가 재개되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들이 나올 것으로 본다. 의료계의 입장을 듣고, 진정성있게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월 29일 열린 의병정 실무협의체 10차 회의. 의협 비대위 이동욱 총괄사무총장은 회의 직후 의정협의 결렬 및 의정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 의-병-정협의문 초안 폐기냐? 부활이냐?

의정협의 재개와 맞물려, 의-병-정 실무협의체 합의문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정부와 의협 비대위,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연말 문케어 실무협의체를 구성한 뒤 3개월 여간 10차례 걸쳐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관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의-병-정 합의문은 이 논의의 결과로, 정부는 이를 통해 수가 정상화와 일차의료 활성화, 심사체계 개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단계적 추진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들은 합의로서의 효력을 얻지 못한채 서랍 속에 잠들어 있다. 의협 비대위가 지난 3월 10차 회의에서 협상 결렬을 선언,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한 까닭이다.

복지부는 의정협의 재개와 맞물려, 합의문 복원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기일 국장은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대화 재개를 통해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당시 10차례에 걸쳐 회의를 하며 의-병-정이 국민건강을 위해 큰 틀에서 타협을 이뤘고 그것을 합의문 초안에 담았다"며 "의협 비대위의 협상 결렬 선언으로 합의문 자체는 생명력을 잃었으나, 기본 정신은 살아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 어렵게 복원한 대화모드, 수가협상에도 영향?

공교롭게도 5월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각 의약단체들이 차년도 수가인상률을 정하는 수가협상의 달이기도 하다.

의정대화와 수가협상이 맞물려 돌아가는 모양새로,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정대화 재개의 훈풍이 수가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읽힌다.

이에 대해서는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모두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수가협상은 보험자인 공단이 가입자를 대리해 수행하는 일로 정부나 공단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아니"라며 "수가협상은 의정협의와 별개로, 원칙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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