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없어진 타그리소· 10년만의 등장 사이람자 등 고공성장 예상

 

사실상 독점적 처방 지위를 확보한 약물은 의료진과 환자가 나서서 찾게 된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강점이다. 이처럼 '가만있어도 잘나가는' 약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혈액생검 허가에 경쟁자도 사라진 ‘타그리소’
지난해 급여등재 이슈로 가장 주목받은 T790M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분 오시머티닙)'는 올해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조직생검에 이어 이달부터 혈액생검을 통해서도 변이가 확인될 경우 급여가 적용되며, 경쟁약물인 올리타(성분 올무티닙)가 개발중단을 선언해 독주체제를 갖춘 덕분이다. 

보건복지부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개정안에 따르면 △전신상태가 좋지 않아 조직검사를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호흡곤란, 의식저하, 출혈 위험이 높은 경우 등) △병변 위치가 조직검사가 어려운 경우(접근불가 또는 대량 출혈과 기흉, 중추신경계 손상 위험이 있는 병변 등) △이전 방사선치료로 조직채취가 가능한 병변이 없거나 괴사, 섬유화로 조직검사가 어려운 경우 △조직검사를 했으나 적절한 조직을 얻지 못한 경우 또는 남은 조직이 없는 경우 중 하나를 충족하면 혈액생검을 통한 타그리소 투여가 가능하다.  

실제 AURA3 연구에서 혈액생검으로 T790M 변이가 확인된 환자와 조직생검으로 변이가 확인된 환자에 대한 타그리소의 치료에 따른 무진행 생존기간을 분석한 결과, 두 진단법 모두 대조군인 이중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PFS 중간값을 약 2배 연장시켰다. 이는 혈액생검으로 T790M 변이가 확인된 환자에도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검사법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 의견이다.

세브란스병원 김혜련 교수는 "조직생검이나 혈액검사 결과가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두 검사법을 보완해 치료제 효과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타그리소와 올리타는 허가부터 급여과정, 처방까지 시기가 맞물리면서 경쟁상황에 있었다. 특히 급여등재 과정에서는 약가결정과 시기 등에 영향을 많이 받았었다. 그러나 한미약품에서 올리타 개발 및 시판 중단을 결정하면서 선택지가 타그리소로 모이고 있다. 타그리소는 유비스트 기준으로 올 1분기에 약 5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으며 혈액생검 확대 및 경쟁약물의 포기 등으로 고공 성장이 예상된다. 

10년 만에 등장한 위암 2차 표적치료제 ‘사이람자’
진행성·전이성 위암 치료제 '사이람자(성분 라무시루맙)'는 2차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표적항암제다. 

1차 치료로 플루오로피리미딘과 백금(시스플라틴, 옥살리플라틴)을 포함한 2제 또는 플루오로피리미딘, 백금, 안트라사이클린(독소루비신, 에피루비신)을 포함한 3제요법에 실패했고, 전신수행능력평가가 0 또는 1인 단계의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 선암이나 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 대상이며, 파클리탁셀과 병용투여 시 급여 적용된다.

사이람자가 등장하기 전까지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임상이 진행됐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서울아산병원 강윤구 교수는 "위암에서 종양세포의 불균질성이 다른 종양 대비 많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보니 표적을 공격하는 약제가 효과가 있고, 표적이 환자에게 있는 것처럼 보여도 다른 암종보다는 없을 수 있어 실제 유효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때문에 사이람자 등장은 의학적 미충족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대병원 오도연 교수는 "위암 신약개발 역사를 보면, 세포독성 항암제로 환자들의 생존기간은 향상됐지만, 최대효과는 정체현상을 보이다 이를 극복한 것이 HER2 양성위암에 대한 트라스트주맙 표적 치료제의 성공이었다. 이후 10여 년간 신약개발 노력이 있었고 의미 있게 다시 한번 위암환자들의 생존기간을 향상시킨 것이 사이람자"라며 "사이람자는 VEGFR2에 대한 표적치료제로, 2차치료 단계에서 HER2 양성 여부와 무관하게 효과가 입증된 약제다. 보험급여 등재로 많은 위암환자의 치료 기회가 실질적으로 확대돼 치료성적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이성 위 또는 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의 2차치료 관련 RAINBOW 임상연구에 따르면, 사이람자는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으로 파클리탁셀 단독요법 대비 전체생존기간(OS) 지표의 사망위험을 19.3% 감소시켰다(9.6개월 vs 7.4개월, HR 0.807, 95% CI 0.678-0.962; p=0.017). 각 투여군의 1년 시점 생존율은 40%, 30%로 나타났다. 

무진행생존기간(PFS)지표에서 사이람자와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은 파클리탁셀 단독요법 대비 질환의 진행 및 사망위험을 36.5% 줄였고(4.4개월 vs 2.9개월, HR 0.635, 95% CI 0.536-0.752; p<0.0001), 9개월 시점에서 질환이 진행되지 않은 환자군은 22%로 파클리탁셀 단독요법(10%)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사이람자와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은 파클리탁셀 단독요법 대비 ECOG 수행능력상태(PS)를 더 길게 유지시키고, 치료기간 동안 환자들의 삶의 질을 잘 유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급여적용 유일한 경구용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젤잔즈’
급여 적용된 경구용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는 젤잔즈(성분 토파시티닙)가 유일하다. 젤잔즈는 세포 내에서 신호전달 경로인 야누스 키나아제(JAK) 경로를 억제해 류마티스관절염 특징인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증가를 억제한다. 지난해 7월 급여기준이 확대 적용되면서 생물학적 제제와 동등한 치료적 위치를 갖게 됐다. 즉 2종류 이상(MTX 포함)의 항류마티스제제(DMARDs)로 6개월 이상(각 3개월 이상) 치료했으나, 치료효과가 미흡하거나 상기 약제들의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 대상으로 보험급여가 적용된 것이다.

그러나 작년 12월 경구용 류마티스관절염 약 올루미언트(성분 바리시티닙)가 시판허가를 획득해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특히 대표적인 표준치료요법인 TNF 억제제 아달리무맙(제품명 휴미라)+MTX 병용요법과 비교해 올루미언트+MTX 병용요법이 다수의 효능 평가지표 측면에서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이 같은 근거로 급여등재 과정을 밟고 있지만 예상보다 늦어지는 상황이다.

아직은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 있게 된 젤잔즈지만 숙제는 남아 있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 경구제제의 처방 한계에 대한 부분이다. 실제 지난해 젤잔즈는 약 20억원의 처방액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의료진이 주사제 치료에 익숙해 일부에서는 경구제제에 대한 거부감과 처방 근거에 확신이 부족한 것 같다"며 "그러나 주사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환자도 있고 편의성 향상, 다양한 치료 옵션 확보 측면에서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헌 교수는 "최근 생물학적 제제에 비해 동등 이상의 효과를 나타내는 '먹는 약' 처방이 늘고 있다"며 "경험이 쌓이면 처방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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