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약사 상장조건 완화로 '돈줄' 역할...적자 견제 ‘무풍지대’ 지적도
금융당국, R&D 비용 회계처리 점검 나서...바이오사 “규제장치 필요”

 

기술특례 상장제도. 수익성은 크지 않지만 무한한 성장성을 가진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 주는 제도다. 제도의 취지는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보겠다는 것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감독원이 바이오업체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점검에 나서면서 제도에 적절한 규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제도 등에 업고 자금 확보 

기술특례 상장제도의 취지는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수익성이 낮아 상장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는 기업을 위한 제도다. 기술평가기관 3곳 가운데 2곳에서 A·AA 등급 이상을 받은 회사는 실적과 상관없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술평가준비에 1개월, 기술평가 1개월, 예비심사 청구준비 1개월, 예비심사 2개월, 공모절차 및 상장에 2개월 등이 소요되는데,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활용하면 빠르면 7개월 안에 주식시장에 상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2005년 바이로메드를 시작으로 바이오 업계는 이 제도를 십분 활용했다. 바이오 업체는 매출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주력하는데, R&D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이 제도를 연구개발비 조달에 활용한 것이다. 

실제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 업체의 공모가와 현 주가를 비교한 결과, 대다수 기업이 공모가 대비 현 주가가 성장했다.

바이로메드는 2005년 12월 상장 당시 공모가가 1만 5000원이었지만, 현재(5월 14일 기준) 주가는 19만원으로 1166.77%의 수익률을 올렸다. 2011년 1월에 상장한 인트론바이오는 3만 9850원으로 공모가(6100원) 대비 553.28% 올랐고, 앱클론이 424%(1만원→5만 2400원)으로 뒤를 이었다. 즉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에 허덕이던 바이오 업체들이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이를 위한 자금 확보를 이뤄낸 셈이다.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 68.6%, 3년 연속 영업손실

하지만 제도권에 편입된 바이오 업체들이 영업손실을 이어가자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코스닥 상장사가 4년 연속 적자(영업손실)를 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5년까지 이익을 내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그러나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이 같은 코스닥 시장 퇴출 규정으로부터 다양한 예외 적용을 받는다. 특히 장기간 적자상태여도 증시 퇴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제도가 적자를 이어가는 기업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 제도를 활용해 증권시장에 입성한 바이오 업체를 살펴본 결과, 35곳 가운데 11곳만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보지 않았다. 즉 68.6%(24곳)는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본 것이다. 

이마저도 범위를 좁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거 2년 또는 최근 2년간 연속 적자를 봤거나, 최근 3년 사이 2년간 적자를 본 바이오 기업은 35곳 중 33곳(94.3%)에 달한다. 단  3곳의 업체만 오롯이 3년 동안 흑자를 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적자기업이라는 폭탄을 안고 있음에도 그간 투자자들도 있어 규제 강화도 못하는 진퇴양난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11월 상장한 캔서롭은 공모가가 4만원이었지만 현 주가는 1만 7300원으로 공모가 대비 절반(56.75%) 이상 하락했고, 같은 해 증시에 입성한 유앤아이도 52.33%(공모가 3만원→현 주가 1만 4300원) 떨어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 기업은 기술 또는 물질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쳐 공모가를 산정하지만, 실제 성장하지 않은 채 적자가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며 “증권시장에서는 실제 성장 정체를 보이는 기업에 대한 보완 요구는 없어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이오사 “치밀한 기술성 평가 필요…전문가 그룹 구성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이 R&D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해 온 국내 일부 바이오 기업의 관행을 문제 삼으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일부 바이오 기업이 기술개발을 위해 R&D 비용을 자산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한 증권시장 입성을 앞두고 실시한 외부 감사에서 '한정' 의견을 받으면서 상장을 연기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또 해당 제도의 기술성 평가가 까다로워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2015년 해당 제도를 활용해 상장에 성공한 바이오 기업은 10곳에 달했지만, 올해는 2곳에 불과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성 평가시 기술의 적절성, 미래가치 등 상장 적격성을 심사할 수 있는 전문적인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외부 입김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철저한 판단과 검증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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