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혈압은 '140/90mmHg 미만'…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은 '130/80mmHg' 으로 강화

▲ 대한고혈압학회는 18일 롯데호텔제주에서 열린 'Hypertension in JEJU'에서 '2018 고혈압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고혈압 경계치와 목표혈압을 기존보다 낮춘 미국 심장학계의 입장에 국내 고혈압학계가 '함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은 '140/90mmHg', 목표혈압은 '140/90mmHg 미만'으로 기존 진료지침을 유지한다. 다만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또는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의 목표혈압은'130/80mmHg' 수준으로 보다 강화해 제시했다.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조명찬)은 18일 롯데호텔제주에서 열린 'Hypertension in JEJU'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8 고혈압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권고안은 권고 수준과 근거 등급을 함께 제시했다. 

학회 조명찬 이사장(충북의대 심장내과)은 "2013년 고혈압 진료지침 이후 5년 만에 개정했다. 시기적으로 개정이 필요했고 그동안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많이 발표됐기에, 이를 수용·개작해 고혈압 진료지침을 개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내 학계에서는 지난해 미국발 고혈압 진료지침 대변화를 따를지 또는 기존 기준을 유지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미국의 새로운 기준을 임상에 적용하면 국내 고혈압 환자는 2명 중 1명이 고혈압 환자로 진단받게 되고, 혈압 조절률이 떨어진다는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진료지침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고혈압 유병률 증가 및 치료율 저하에 대한 사회·경제적 파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혈압=140/90mmHg 이상…'주의혈압' 첫 등장

먼저 혈압 분류는 △정상혈압 △주의혈압 △고혈압전단계 △고혈압 1기 △고혈압 2기 △수축기 단독 고혈압으로 나눴다. 2013년 진료지침에서는 고혈압 전단계를 1기와 2기로 나눴으나, 이번 지침에서는 '주의혈압'을 처음 선을 보인 게 주요 특징이다. 

이는 용어적인 변화를 통해 고혈압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 넣어 고혈압 조절률을 높이고 국민 보건에 이바지하겠다는 학회의 의지가 담겨있다. 

이대목동병원 편욱범 교수(이화의대 순환기내과)는 "정상혈압과 고혈압 사이에 있는 속하는, 이른바 '중간 혈압'인 사람들은 향후 고혈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중간 혈압에 해당하는 경우도 혈압을 낮춰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자 한다"면서 "아직 주의혈압과 고혈압 전단계에서 항고혈압제의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지만, 생활습관 교정을 진행한다면 향후 항고혈압제를 쓰는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고혈압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혈압 분류를 살펴보면, 정상혈압은 120/80mmHg 미만으로 정의했고 △주의혈압은 120~129/80mmHg 미만 △고혈압 전단계는 수축기혈압 130~139mmHg 또는 이완기혈압 80~89mmHg △고혈압 1기는 140~150/90~99mmHg △2기는 160/100mmHg 이상 △수축기 단독 고혈압은 140mmHg 이상/90mmHg 미만으로 제시했다. 

▲ 혈압 분류(Draft version).

이번 진료지침은 2013년도와 달리 이완기혈압을 나누는 폭을 5mmHg에서 10mmHg로 변경했다. 기존 진료지침에서 1기 고혈압 전단계 이완기혈압은 80~84mmHg였으나, 이번 진료지침에서 주의혈압의 이완기혈압은 80mmHg 미만, 고혈압 전단계는 80~89mmHg로 제시했다. 

편 교수는 "이완기혈압을 5mmHg로 나눠 혈압 분류를 제시했으나, 생각보다 큰 의미가 없었다"면서 "이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기에 10mmHg로 이완기혈압 구분 폭에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목표혈압=140/90mmHg 미만…노인 목표혈압 '140/90mmHg 미만'

단순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은 140/90mmHg 미만으로 2013년 진료지침과 동일하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140/90mmHg 미만으로 권고한 점과 달리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또는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의 목표혈압은 130/80mmHg까지 최대한 낮출 것을 권고했다. 다만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근거가 부족하고 이에 따른 위험이 남아 있기에 130/80mmHg '정도(around)'로 조절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평가는 국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령의 위험도를 보완했다. 65세 이상 노년층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기존 위험 분류체계에서는 고령 인구가 반영되지 않았기에 변화를 준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10년 심뇌혈관질환 발생률이 15% 이상인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아울러 특정 환자군에 따라 목표혈압에 달리 권고했다. 노인의 목표혈압은 '140/90mmHg' 미만으로 권고하면서, 기존보다 더 적극적인 혈압 조절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당뇨병 환자의 목표혈압은 심혈관질환이 없으면 '140/85mmHg 미만', 동반했다면 '130/80mmHg 미만'으로 세분화했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목표혈압은 알부민뇨가 없으면 '140/90mmHg 미만', 알부민뇨를 동반했다면 '130/80mmHg 미만'으로, 뇌졸중 환자는 '140/90mmHg 미만'으로 제시했다. 

"진단기준·목표혈압 변화 없어 '안심'이다"

국내 학회가 미국과 다른 독자노선을 선택하면서 국내 전문가들은 안심하는 분위기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철호 교수(서울의대 노인병내과)는 "지난해 미국 심장학계가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0mmHg로 낮춘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이 경우 국가에서 지원해야 하는 의료기기, 약제 등의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게다가 저항성 고혈압 환자도 늘어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학회는 미국 기준 적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역학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130/80mmHg로 고혈압을 진단하면 1900만명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된다"면서 "이는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혈압을 진단받는 것이기에, 미국의 진단기준을 따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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