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국내 최초 수술 부작용 등 모두 공개 ... 대형병원들은 놀라움과 당혹

 

분당서울대병원이 의료계의 한 획을 긋는 일을 시작했다. 그동안 환자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꾸준하게 요구해온 환자의 치료 성적, 수술 합병증, 생존율 등을 모두 공개한 것이다.

미국 등 여러 선진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환자 관련 지표를 공개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 병원들은 묵묵부답이었다. 병원들은 수술 건수나 수술 후 합병증, 5년 생존율 등에 대한 환자 데이터를 모두 갖고 있었지만 공개는 꺼렸다.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번에 분당서울대병원이 국내 최초로 의료질 지표를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나서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먼저 치고 나간 분당서울대병원 ... 자신감 표출

분당서울대병원은 모든 지표를 진료과별·특성화 센터별로 확인할 수 있도록 나눠 정리했고, 세계 표준에 맞춰 각각 '구조 지표'와 '과정 지표', '결과 지표'로 다시 구분됐다. 더 놀라운 것은 발표 자료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병원 홈페이지(http://www.snubh.org/outcomesbook.do)에 게재해 연구자, 환자, 보호자 등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위암, 대장암, 폐암 암 질환과 심부전 등의 심장질환, 뇌졸중, 난임&가임력보존 의료질 지표를 공개했다. 또 진료지원 지표와 질향상 활동에 대한 지표도 알 수 있게 했다. 한 예로 위암은 2003년 5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수술 건수, 평균 입원기간,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률, 5년 생존율 등의 자료를 오픈했다.

▲ 위암 수술 환자의 병기별 5년 생존율

병원 전상훈 원장은 "이번 질 지표 공개가 순기능을 발휘해 여러 병원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며 "국내 여러 병원이 유사한 질 지표를 발표하고 공유함으로써, 우리나라 의료수준이 한 단계 더 발전하고 동시에 국민에게 더욱 수준 높은 의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준비해온 경영혁신실장인 김지수 교수(신경과)는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환자 수술 성적을 공개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다른 병원 간 눈치를 보거나 만일 공표됐을 때 지표가 좋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때를 우려해 늦어졌다"며 "병원 전상훈 원장이 큰 결정을 내린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표를 환자에게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환자들이 중요한 객관적 상황을 알게 됐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병원들은 결과 값이 좋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끼고 개선하고, 관리하게 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내다본다. 실제 이번 지표 공개를 앞두고 당연히 있어야 하는 지표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경우도 있다고. 

의료계 불러올 파장은 클 듯

이번 분당서울대병원의 행보는 의료계에 문화를 바꾸는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일명 빅5병원들이 그냥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만일 거부했다가는 환자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쓸 수 있다. 결국 많은 병원이 앞다퉈 분당서울대병원의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병원들이 질 지표를 공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 내다본다. 대부분 병원이 그 정도의 지표를 관리하고 있고, 수술 후 환자 5년 생존율은 사망 여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통계청 자료를 가져오면 된다고. 

앞으로 병원들이 지표 관리와 모니터링을 위해 인력을 보강하는 논의를  해 야할 것이라고  김 실장은 조언한다. 환자 관련 데이터를 담당진료과가 관리하지만 의사들이 모두 할 수 없다는 조언. 따라서 각 진료과와 공동으로 지표를 관리하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공개한 지표가 왜곡돼 해석될 수 있고, 부족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지표가 병원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지금도 경쟁이 심한데 병원 간 경쟁이 더욱 심하게 될 수 있다"며 "지표 공개가 의료의 질을 높이는 순작용으로 작용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다른 병원들이 자료를 공개했을 때 단순비교 등을 우려하기도 했다. 같은 위암이라도 복잡성, 기저질환 등 환자의 상황에 따라 치료 성적은 달라져 단순한게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이러한 상황을 막으려고 일본 국립암센터는 공개된 자료에 각 병원의 상황을 알려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내심 마음 불편한 타 병원들

분당서울대병원의 보도가 나간 후 이를 보는 다른 병원들의 반응은 놀라움과 당혹으로 정리할 수 있다. 

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분당서울대병원이 환자 정보를 공개하는 바람에 대부분 대학병원이 환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문제는 환자 수술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도 분당서울대병원의 후속 조치 안 되기 때문에 관심을 받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당혹감을 표현하는 곳도 있었다. 

고대안암병원 한 고위관계자는 "분당서울대병원이 독단적으로 갑작스럽게 발표해 깜짝 놀랐다. 의사협회나 병원협회 등과 내부 논의 좀 거쳤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분당서울대병원이 공개된 자료를 보니 좋은 쪽으로 한 것 같다. 의료사고나 감염 등은 없었다"고 불편한 감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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