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IGATE-ESUS 결과, ESUS 환자에서 뇌졸중 이차예방 효과 비슷
주요 출혈 위험은 리바록사반 투약 시 2배 이상 높아

리바록사반이 아스피린과의 맞대결에서 쓴맛을 봤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색전성 뇌졸중(Embolic Stroke of Undetermined Source, ESUS) 환자에서 리바록사반의 뇌졸중 이차예방 효과가 아스피린과 차이가 없었고, 출혈 위험은 2배 이상 높았기 때문이다.

NAVIGATE-ESUS로 명명된 이번 연구 결과는 16일 제4차 유럽뇌졸중학회 연례학술대회(ESOC 2018)에서 발표됐고 동시에 NEJM 5월 1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본 연구는 독립적 자료모니터링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tee, IDMC)가 ESUS 환자에서 리바록사반의 뇌졸중 예방 혜택 및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연구 중단을 권고해 지난해 10월 조기 종료됐다. 그러나 당시 구체적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기에 이에 대한 학계의 궁금증이 증폭됐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현재 다비가트란과 아픽사반이 ESUS 환자를 타깃으로 뇌졸중 이차예방 및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가 다른 비-비타민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리바록사반 vs 아스피린, ESUS 환자 뇌졸중 재발률 '무승부'

ESUS란 원인 불명의 뇌졸중 환자 중 충분한 검사를 통해 소혈관 뇌경색, 심장 색전증의 원인, 병변 근위부 두개내외 동맥 협착, 기타 원인으로 인한 뇌졸중을 배제한 후에도 원인이 확실하지 않은 뇌졸중을 의미한다. 허혈성 뇌졸중의 약 20%를 차지하며 재발률도 높다. 그러나 뇌졸중 이차예방에 항혈소판제 또는 항응고제 중 어떤 치료제가 더 나은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이중맹검 무작위 임상3상으로 진행됐고 ESUS 환자를 대상으로 리바록사반과 아스피린의 뇌졸중 이차예방 효과 및 안전성을 비교·평가했다. 분석에는 2014~2017년 31개국 459곳에서 뇌색전증으로 추정되나 대동맥판협착증, 열공(lacune) 또는 확인 가능한 심인성 뇌색전증의 원인이 없는 허혈성 뇌졸중 환자 총 7213명이 포함됐다. 약 60%가 남성이었고 평균 나이는 67세였다. 

이들은 리바록사반 15mg 1일 1회 복용군(리바록사반군) 또는 아스피린 100mg 1일 1회 복용군(아스피린군)에 각각 1:1 비율로 무작위 분류됐다. 효능에 대한 1차 종료점은 허혈성 또는 출혈성 뇌졸중, 전신색전증이 처음 재발한 경우로, 안전성에 대한 1차 종료점은 주요 출혈 발생으로 정의했다. 

연구 시작 당시 추적관찰 기간은 평균 2년으로 계획했으나, IDMC 권고에 따라 연구가 조기 종료되면서 추적관찰(중앙값)은 11개월에 그쳤다.

효능에 대한 1차 종료점 발생률을 평가한 결과, 리바록사반군 172명, 아스피린군 160명에서 뇌졸중이 재발했고 연간 발생률은 각각 5.1%와 4.8%였다. 1차 종료점 발생 위험은 두 군간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HR 1.07; 95% CI 0.87~1.33; P=0.52).

뿐만 아니라 허혈성 뇌졸중 재발 환자는 리바록사반군이 158명, 아스피린군이 156명으로, 연간 발생률은 모두 4.7%로 동일했다. 

즉 리바록사반은 아스피린보다 뇌졸중 이차예방에 더 좋은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주요 출혈 위험, 리바록사반 '완패'

주목해야 할 결과는 출혈 위험이다. 안전성에 대한 1차 종료점에서 리바록사반이 아스피린보다 심각한 출혈 발생 위험이 더 컸기 때문이다.

먼저 주요 출혈 발생 위험은 리바록사반군이 아스피린군보다 2.72배 높았다(HR 2.72; 95% CI 1.68~4.39; P<0.001). 연간 주요 출혈 발생률은 각각 1.8%(62명)와 0.7%(23명)였다.

게다가 생명을 위협하거나 치명적인 출혈 발생 위험은 아스피린군 대비 리바록사반군이 2.34배(HR 2.34; 95% CI 1.28~4.29; P=0.004), 증상성 두개내출혈 발생 위험은 4.02배(HR 4.02; 95% CI 1.51~10.70; P=0.00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적으로 유의한 주요하지 않은 출혈 위험도 아스피린군보다 리바록사반군에서 1.51배(HR 1.51; 95% CI 1.13~2.00; P=0.004) 더 컸다.

▲ ESUS 환자에서 아스피린 대비 리바록사반의 출혈 발생 위험.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리바록사반의 랜드마크 연구인 ROCKET-AF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만큼 NAVIGATE-ESUS 연구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추측했기 때문이다. 

연구를 주도한 캐나다 맥마스터의대 Robert G. Hart 교수는 "연구 시작 당시 ESUS 환자가 리바록사반을 복용하면 아스피린을 투약했을 때보다 뇌졸중 재발 위험이 25%가량 낮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결과적으로 뇌졸중 이차예방에 리바록사반이 아스피린보다 우월하지 않았고 오히려 출혈 위험이 높았다.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NOAC은?…다비가트란·아픽사반 행보에 '주목'

ESUS 환자를 겨냥했던 리바록사반이 학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같은 환자를 대상으로 뇌졸중 이차예방 효과를 평가하고 있는 다른 NOAC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ESUS 환자를 대상으로 다비가트란 관련 임상인 'RESPECT ESUS' 연구와 아픽사반 관련 'ATTICUS' 연구가 진행 중이다. 두 연구에서는 각 NOAC이 아스피린보다 뇌졸중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을지를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인 결과는 RESPECT ESUS가 먼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ESUS 환자 약 6000명을 다비가트란 110mg 또는 150mg 1일 2회 복용군, 아스피린군에 1:1 무작위 분류해 3년 이내 뇌졸중 재발률을 평가하고 있다. 연구는 올해 8월 종료될 예정이다. 

ATTICUS 연구는 '2x2 요인 설계(2 by 2 factorial)' 방식으로 진행되는 다기관 무작위 임상 3상으로, 아픽사반이 아스피린보다 ESUS 환자의 뇌졸중 이차예방에 장기적으로 우월한지를 분석 중이다. ESUS 환자 약 500명 포함됐으며 연구는 내년 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글래스고의대 Kennedy Lees 교수는 "본 연구 결과가 다소 실망스러웠으나, 리바록사반 외의 다른 제10혈액응고인자(Factor Xa) 억제제가 이들 환자에게 모두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면서 "이번 연구한 유사한 규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다비가트란의 뇌졸중 이차예방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기에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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