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맞춤형 헬스케어와 혁신신약을 혁신성장동력으로 삼고 4조원을 넘는 금액을 투입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업계는 시큰둥하다. 

정부 차원의 금전적 지원은 환영하지만, 구체적인 방향성을 갖고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제14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미래성장동력 특별위위원회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혁신성장동력 시행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이번 시행계획에는 정부가 2017년 선정한 13개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혁신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실행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13개 분야에 올해 약 1조 3334억원 투입을 시작으로, 오는 2022년까지 총 9조 230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맞춤형 헬스케어·혁신신약, 절반 이상 투자 

주목할 부분은 맞춤형 헬스케어와 혁신신약 등 2개 항목에만 투자액의 절반에 달하는 4조 4000억원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우선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맞춤형 헬스케어 연구개발에 2조 7600억원이 투자된다. 

이를 통해 암 진단·치료법 개발과 함께 병원정보시스템 개발을 지원한다. 

또 수출 유망 의료기기 30개를 개발하고, 수출 1억달러 이상 의료기기를 추가 발굴해 2020년까지 12개(지난해 기준 7개)로 늘릴 계획이다. 

혁신신약 분야에는 1조 5960억원이 투입된다. 2015년 85개인 신약 후보물질을 2022년 129개로 늘리는 걸 목표로 삼은 것이다. 

이와 함께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액은 102억달러에서 130억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 노인·장애인 지원, 스마트 의료 등 서비스 로봇 상용화를 위해 5660억원이 투입되며, AI 분야에는 4120억원을 지원해 34개인 AI 기업을 3배인 100개로 확대키로 했다. 

빅데이터 분야는 1170억원을 투자해 데이터산업 시장규모를 10조원, 전문인력을 15만명으로 확대하고, 선진국 대비 90%의 기술수준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과학기술혁신본부 임대식 본부장은 "혁신성장을 견인할 정부의 분야별 혁신성장동력 추진계획들이 적기에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의 구체적인 종합계획이 제시됐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 "혁신본부는 이번에 마련된 성장동력별 R&D 로드맵, 규제ㆍ제도개선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성장동력에 대한 지원·조정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돈으로 사는 게 아냐”

이처럼 맞춤형 헬스케어와 혁신신약에 수조원의 정부 투자금이 투입되지만 업계는 반기면서도 아쉬운 모양이다.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게 돈을 투입한다고만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혁신신약 개발은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 자체는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는 요원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돈이 곧 혁신신약 개발 성공을 의미하는 건 아닌 만큼 숫자 채우기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며 “업계가 경쟁력 있는 혁신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집중적인 지원을 병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의료기기업계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필요하지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의료기기 업계 한 관계자는 “금액적인 부분도 필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라며 "규제 완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허가 제도와 보험 제도의 규제로 인해 혁신적인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나서도 빠른 상품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R&D를 위한 지원 뿐 아니라 개발 이후 시장출시,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걸림돌을 부처가 모여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기기산업육성지원법, 첨단의료기기특별법 등 정책적 지원을 위한 법안의 통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처간 과제 중복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복지부, 산자부, 식약처, 과기부 등 관련 부처 간의 산업 지원 과제가 중복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했지만, 또 다시 같은 상황이 재발될 것이라는 우려다. 

제약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과기부가 나서게 되면 과거와 달라지는 건 없게 되는 것 아닌가"라며 "부처간 과제중복 문제는 오래 전부터 해소해야 할 문제였다. 교통정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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