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중환자의학회 "중환자실 문제 국민적 관심 필요…인력 문제 등 해결해 의료 질 높여야"

▲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지난달 31일 '중환자실 진료 환경개선 현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어 중환자 생명권 보호를 위해 인력 부족 등 현 시스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부터) 임채만 전 회장, 홍성진 신임회장, 서지영 무소임이사.

"의료계 안에서 중환자실은 소외돼 있습니다. 정부도 병원도 중환자실 문제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 홍성진)가 '중한' 상태에 놓인 국내 중환자실 현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촉구했다. 

그동안 학회가 여러 근거를 바탕으로 중환자실 문제 개선을 요구했왔으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회 서지영 무소임이사(성균관의대 내과학교실)는 "국민들이 중환자실의 현 상황에 관심을 갖고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정부는 국내 상황이 국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중환자들이 심각한 환경에서 진료받고 있다는 점이 밝혀지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그렇다 보니 '중환자계의 이국종'이 나와야만 국민들이 중환자실 상황에 관심을 갖고 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학회는 지난달 31일 '중환자실 진료 환경개선 현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이 밝혔다.

학회가 제시한 2014년 진행된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평가를 시행한 263곳 병원 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 1등급 중환자실은 11곳(4.2%)에 불가했다. 일부 권역에서는 1등급 중환자실이 전무했으며 지역 간 편차도 심했다.

이는 국내 중환자실 의료수가가 중환자실을 운영할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비정상적 구조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는 중환자실에 투자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며, 이로 인해 전문화된 인력, 시설 등을 통해 치료받을 것이라는 중환자들의 기대와 달리 이들의 생명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게 학회의 주장이다.  

학회는 중환자실 의료 질 향상을 위해 무엇보다 전담전문의, 간호사 등의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015년 전담전문의 수가가 처음 신설됐지만 아직 수가가 현저히 낮아,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1인당 평균 44.7병상을 관리하고 있으며 종합병원 중 80.2%는 전담전문의가 전무한 상황이라는 것. 

게다가 미국은 전담전문의 1명이 환자 15명을 진료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전담전문의 1명이 담당하는 병상 수는 무려 160병상에 이른다. 

더불어 중환자는 스스로 몸을 가누는 것은 물론 생명조차 유지하기 힘들어 간호사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현재 간호관리료로는 간호사의 업무가 가중되며 이로 인한 이직률이 약 30%에 달해 중환자 진료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중환자들은 감염 등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에 내몰리게 된다. 

학회 임채만 전 회장(울산의대 호흡기내과)은 "중환자실의 시스템 문제, 즉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인력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개선된다. 중환자실의 치료 성적을 결정하는 것은 의사와 간호사 인력, 두 가지다"고 제언했다. 

학회 홍성진 신임회장(가톨릭의대 마취통증의학과)은 "중환자실에는 전담전문의가 있어야 하고 간호사 1명이 보는 환자가 2명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모든 중환자실에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환자실 등급화를 통해 이 같은 기준이 반드시 필요한 곳은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낮은 등급의 중환자실에서는 중증도가 낮은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지역 내 중증도가 심각한 환자들을 볼 수 있는 중환자실이 최소한 한 곳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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