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장에 마주앉은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사진 왼쪽)과 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간 2019년 수가협상은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양자간 협상 결렬은 어느정도 예견됐던 바다. 협상 전부터 날선 신경전이 오갔고, 이 같은 분위기는 1일 의협이 협상 결렬을 선언할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양측은 "정치적 목적을 배제한 협상"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공단과 의협 모두 협상장 안팎의 정치적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치적 목적 안된다" 협상 전부터 설전 

이번 수가협상은 공교롭게도 의정협의와 그 시작을 함께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공급자단체장이 수가협상에 앞서 상견례를 가졌던 11일, 의협은 복지부와 의정협의 재개에 합의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이날 오전 김용익 이사장과 만난 뒤, 곧바로 자리를 옮겨 복지부 권덕철 차관과 회동을 갖고 의정협의 재개를 선언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의협과 복지부가 진정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해 나간다면 국민, 의료계, 정부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문케어 절충안 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14일 최 회장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만나 문케어 저지 협약을 맺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와 여당은 "의협이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며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수가협상을 앞둔 공단에도 전해졌다.

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의협과 1차 협상에서 앞선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현 의협 집행부의 주장이 과연 의사 사회 전체의 인식과 판단을 대변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협상을 이용하는 것이 회원 전체의 동의를 받거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공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대다수 의사들이 원하는 적정수가를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적정부담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 제안을 위한 의료계의 각성이 필요하다"며 "투쟁을 무기로 국민 안전을 볼모로 하는 협상 자세를 견지하면, 건설적 협상결과를 기대하기도 어렵고 타협에도 난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수가협상을 앞두고 공단이 협상 파트너인 특정 공급자단체를 상대로, 강경 발언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의협은 즉각 반발했다.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단에서 수가협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지적했는데 의협은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가져본 적도 이용한 적도 없다"며 "어떤 근거로 이러한 발언을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의협 대표성 발언에 대해서는 "의협이 대표성이 있느냐 하는 발언 자체가 13만 의사들을 모욕하는 언사"라며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양측은 24일 1·2차 협상에 앞서 주의를 환기하고, 진정성 있는 협상을 이어가자고 약속했지만 이후에도 아슬아슬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의협, 건정심 탈퇴선언...협상 파행 가능성에 경계

   
▲ 대한의사협회는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무성의한 수가협상"을 주장하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의협과 공단은 24일 1·2차 협상을 한데 몰아 진행한 뒤 공백기를 갖고  30일 오후 3시 차수로는 3차, 사실상은 두번째 만남을 가졌다.

당일 오전 의협은 수가협상 직후가 될 4시경 회장 주재로 긴급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공지했다. 수가협상과 관련해 최대집 회장이 직접 입장표명을 하겠다는 예고와 함께였다.

당일 협상을 마치고 나온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공단과의 입장차가 너무 커 타 단체와 달리 인상률 수치조차 제시받지 못했다고 전했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의협은 "무성의한 수가협상"을 주장하며 건정심 탈퇴를 선언했다.

최대집 회장은 "대통령과 건보공단 이사장의 언급을 고려하면 이번 수가협상은 적정수가 보장을 위한 첫 단계로 관례와는 달라야 했다"며 "하지만 정부 측은 아무런 실효적 제안 없이 예년과 같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 기자회견 이후 수가협상 파행 가능성에 급격히 무게추가 쏠렸다. 최 회장이 이미 수차례 수가협상 무용론을 주장해왔던 터라, 협상 파행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의협이 협상 파행을 전제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라거나 "건정심 행을 염두에 두고, 건정심에 가져갈 최종 수치를 높이기 위해 협상을 연장하고 있는 것"이라는 등의 분석이 협상장 안팎에서 쏟아져 나왔다.

공단 또한 이런 분위기를 인지하고 있었다. 의협의 패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경계심도 읽혔다.

31일 3차례 짧은 만남...불신의 끝은 파행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방 부회장은 "대통령이 적정수가를 보장하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의 말이 거짓인지 아니면 복지부와 공단이 대통령의 뜻을 어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협상이 아니라 구걸을 하는 것 같다"고 정부와 공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협상 마지막 날인 31일 의협과 공단은 총 3차례 짧은 만남을 가졌다.

최종 밴딩을 정하는 재정소위 직후인 8시 40분경 10여분간 진행된 4차 회의에서 공단은 의협에 처음으로 수가인상률 수치를 제시했다. 첫 숫자는 2.5%. 의협의 기대와는 격차가 컸다.

앞서 의협은 3차 당시 7.5%의 수가 인상률을 공단에 제시했다. 현재 의원급 원가보전율이 62.6%에 불과한 만큼,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수가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최소 30%의 원가보상이 필요하며, 이를 연 단위로 나눠 계산할 때 최소 매년 7.5% 이상의 수가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의협의 요구였다.

10시를 넘겨 이뤄진 5차 협상에서도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짧은 만남을 가졌고, 자정 이후 가진 6차 협상에서 의협은 최종적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공단은 6차 협상 당시 의협 측에 2.7%의 수가인상률을 제시했으며, 의협이 이에 반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은 협상 결렬 선언 직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가협상에 참여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끝까지 정부의 진정성을 확인하고자 했다"며 "정부는 (밴딩을 낮게 설정한) 재정소위의 탓을 하겠지만, 정부의 의지가 있었다면 추가 재정 확보도 가능했을 것이다. 너무 분통하다. 철저하게 농락당했다"고 했다.

방 부회장은 기자들에 협상결렬 상황을 설명하며 "공단이 2.8%를 제시했고, 2.8%에 찍던지 말던지 하라고 했다"고 언급했는데, 이를 두고 공단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수가협상을 진행함에 있어서 절대 도장을 찍어라 말아라 이런 표현은 하지 않는다. 공단이 그런말을 했다고 한 말에 대해서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협상과정을 자꾸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협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고 막판까지 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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