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구로병원 박창규 교수가 신장신경차단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고대 구로병원

저항성 고혈압 환자 치료의 마지막 단계로 여겨지는 '신장신경차단술(renal denervation)'이 제2막을 열었다. 

신장신경차단술은 2014년 SYMPLICITY HTN-3 연구에서 시술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한 차례 고비를 겪은 바 있다(N Engl J Med 2014;370:1393-1401). 학계에서는 신장신경차단술의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고, 지난해 SPYRAL HTN-OFF MED 연구를 계기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Lancet 2017;390(10108):2160-2170).

이에 더해 Lancet 지난달 23일자 온라인판에는 신장신경차단술의 긍정적인 혈압 조절 효과를 확인한 SPYRAL HTN-ON MED 연구와 RADIANCE-HTN SOLO 연구가 연이어 실리면서 신장신경차단술의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신장신경차단술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했다. 

SPYRAL HTN-ON MED 연구, 6개월 후 수축기혈압 9mmHg ↓

SPYRAL HTN-ON MED 연구는 지난해 발표된 SPYRAL HTN-OFF MED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SYPLICITY HTN-3 연구는 단일전극(mono-electrode) 시스템을 적용한 카테터를 이용한 점과 달리 SPYRAL HTN-OFF MED 연구는 다중전극(multi-electrode) 시스템을 활용한 신장신경차단카테터(Symplicity Spyral)를 도입했다. 다중전극 시스템은 신장과 연결된 동맥 혈관가지(branch vessel)의 여러 부위를 동시에 차단할 수 있다. 

SPYRAL HTN-OFF MED 연구가 다중전극 시스템이 혈압 조절에 유용하다는 개념을 입증했다면, SPYRAL HTN-ON MED 연구는 항고혈압제를 복용했음에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은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서 신장신경차단술의 혈압 강하 효과를 증명했다. 

미국, 독일, 일본, 영국 등의 총 25개 의료기관에서 진료실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150~180/90mmHg 이상 또는 24시간 활동 수축기혈압이 140~170mmHg인 환자군이 포함됐다. 이들은 최소 6주간 최대 3가지 항고혈압제를 복용했으나 혈압이 조절되지 않았다. 등록된 총 467명 중 80명 환자를 신장신경차단술군(38명) 또는 가짜 시술인 샴(sham)시술군(42명)에 무작위 분류했다. 

등록 당시 대비 6개월째 혈압 변화를 비교한 결과, 신장신경차단술군의 24시간 활동 수축기혈압은 9mmHg 감소한 반면 샴시술군에서는 1.6mmHg 떨어졌다(P=0.005). 심혈관질환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10mmHg 낮추면 주요 심혈관사건 발생률이 20% 감소한다는 점을 비춰보면, 이 같은 혈압 강하 효과는 상당히 의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진료실 혈압 변화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진료실 수축기혈압은 신장신경차단술군이 9.4mmHg, 샴시술군이 2.6mmHg 감소했고(P=0.02), 이완기혈압은 각각 5.2mmHg와 1.7mmHg 떨어졌다(P=0.048). 아울러 혈압 조절 효과는 치료 3개월 이후부터 급진적으로 나타났으며, 두 군 모두 주요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RADIANCE-HTN SOLO 연구, 2개월 후 수축기혈압 6.3mmHg ↓

RADIANCE-HTN SOLO 연구는 앞선 연구와 같이 신장신경차단술의 혈압 조절 효과를 확인하고자 진행됐다는 점에서 목적은 같지만 적용한 시술 카테터 기술은 조금 다르다.

SYPLICITY HTN-3 및 SPYRAL HTN-ON MED 연구에서는 환자의 대퇴부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 후 '고주파열'로 신장신경을 선택적으로 차단했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초음파'를 이용한 신장신경차단술인 파라다이스 시스템(Paradise system)을 적용했다. 즉 신장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에 차이를 둔 것이다. 다만 두 시술 모두 다중전극 시스템을 적용한 점은 같다.

연구에는 미국 및 유럽 의료기관에서 모집된 803명 중 146명이 포함됐고, 신장신경차단술군(74명) 또는 샴시술군(72명)에 1:1 비율로 무작위 분류됐다. 이들은 최대 2가지 항고혈압제를 중단한 후 4주째에도 24시간 활동혈압이 130/85mmHg 이상 170/105mmHg 미만이었다. 

치료 2개월 후 24시간 주간 활동혈압 변화를 등록 당시와 비교한 결과, 주간 수축기혈압은 신장신경차단술군이 8.5mmHg, 샴시술군이 2.2mmHg 감소했다. 등록 당시 혈압 차이를 보정하면, 신장신경차단술군은 샴시술군보다 주간 수축기혈압이 6.3mmHg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P<0.001). 아울러 이번 연구에서도 시술에 따른 유의미한 주요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짧은 기간에 혈압 조절 효과 나타나…비용 대비 효과도 클 것"

   

신장신경차단술은 이제 가시밭길을 벗어나 저항성 고혈압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대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특히 두 연구 모두 추적관찰 기간을 짧게 잡아 보다 엄격하게 혈압 조절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시술의 유용성에 힘이 실린다.

연세의대 김병극 교수(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추적관찰 기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의료기기 회사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요인이 작용하면 효과가 없는 의료기기도 효과가 있는 것처럼 나올 가능성이 크기에, 두 연구는 모두 1차 종료점을 엄격하게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항고혈압제는 평생 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신장신경차단술은 비용 대비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 교수는 "신장신경차단술의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됐다. 혈압을 추가로 10mmHg 낮추기는 쉽지 않다"면서 "신장신경차단술로 혈압을 낮추면서 이와 관련된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도 감소시키기에, 항고혈압제는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술의 비용 대비 효과는 크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유럽 가이드라인 'III' 등급 권고…"장기간 추적관찰한 데이터 필요"

다만 시술받은 환자를 장기간 추적관찰한 결과가 없는 점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이에 9일 발표된 '2018 유럽심장학회·고혈압학회(ESC·ESH)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신장신경차단술의 권고등급을 Class III로 제시하면서, 시술이 효과적이라는 일부 유망한 근거가 나왔음에도 아직 이를 권고해야 하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려의대 박창규 교수(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SIMPLICITY 1, 2 연구가 완료된 지 아직 10년이 지나지 않았고,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장기간 혈압 조절 효과 및 이상반응 등을 관찰한 데이터가 없다. 때문에 신장신경차단술을 Class I 또는 IIa 등급으로 권고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면서 "신장신경차단술 후 장기간 추적관찰할 데이터가 모여야 가이드라인에서도 권고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항고혈압제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신장신경차단술은 시행해볼 수 있는 치료옵션이라고 본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신장신경차단술을 저항성 고혈압 외의 환자에게 초기 치료로서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신장신경차단술과 항고혈압제가 차단하는 기전이 달라 항고혈압제를 완전히 중단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여러 계열의 항고혈압제는 각각 한 가지 기전을 조절해 혈압을 낮춘다. 신장신경차단술도 고혈압 원인 중 하나를 선택해 차단하는 것"이라며 "저항성 고혈압은 항고혈압제를 통해 여러 기전을 차단했음에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아, 다른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를 조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현재로서는 신장신경차단술이다. 시술로 모든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100% 조절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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