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이기홍 교수, 항응고요법은 나이 ·위장관 출혈 가장 고려해야

대한부정맥학회가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 진료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선보였다. 부정맥연구회가 학회로 확대 출범한 이후 내놓은 첫 진료지침이다. 이번 지침을 통해 와파린, NOAC 등 항응고요법의 중요성이 강조됐고 국내 환자를 위한 치료 기준이 마련됐다. 그러나 3상 임상 중심으로 반영돼 리얼월드 연구가 많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심방세동환자에서 항응고제의 적합한 선택 및 용량 권고안: 특수상황과 고위험군 환자' 제 1저자인 전남대병원 이기홍 교수(순환기내과)를 만나 가이드라인이 가진 의의와 실제 임상현장에서 동반 질환을 가진 고위험군 환자에 NOAC 처방 시 고려돼야 할 점에 대해 들어봤다.

Q. '2018 대한부정맥학회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지침'이 나왔다. 

=이번 지침은 학회 출범하면서 만든 첫 가이드라인이다. 한국인만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연구들을 포함시키고자 했다. 학회선생님들과 각자 담당 부분을 나누고 국내 데이터들을 리뷰했으며 논의도 많았다. 유럽 가이드라인을 많이 참고했고 현재 학회에서 개발 중인 여러 지침 중에서도 영향력을 가장 많이 행사하지 않을까 싶다. 

Q. 특수상황과 고위험군 환자에서 항응고제 진료 지침 제1 저자다. 가장 주의 깊게 검토한 사항은 무엇이었나.

=나이 그리고 위장관 출혈이다. 유럽 데이터에서는 위장관 출혈 위험이 높다지만 아시아 연구에서는 높지 않았다. 이런 부분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 지침에서 단정적인 결론을 짓지 않은 부분도 이 때문이다. 서로 논의할 여지를 조금씩 남겼다. 또한 데이터가 있다 하더라도 논문으로 게재되지 않았다면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영하지 않았다. 개인적 의견보다는 학계 의견들이 최대한 많이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Q. 진료지침 내용에 대해 얘기해보자. 뇌졸중 병력을 가진 심상세동 환자 재발율은 어느정도인가.

=국내 환자들이 와파린을 썼을 때 뇌졸중이 발생하는 비율은 3%로 본다. 와파린을 써도, 비록 INR이 잘 조절되더라도 뇌졸중은 발생할 수 있다. 3%면 큰 수치다. 와파린 사용 시 주요 출혈 발생 위험은 4%정도다. 뇌졸중 위험보다 주요 출혈 위험이 조금 더 크다. 미국, 일본, 우리나라 등에서 진행한 하위연구 결과들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NOAC은 뇌졸중, 주요출혈 위험을 1%씩 낮춘다. NOAC의 뇌졸중 발생 위험은 2%, 주요출혈 발생 위험은 3% 정도다.

처음에는 와파린과 NOAC이 동등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그러나 리얼월드 데이터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NOAC이 오히려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출혈위험은 서양인들보다 아시아인들이 더 높다. 같은 약을 써도 동양인은 뇌졸중과 출혈이 잘 생기며, 그 중 우리나라 환자가 출혈 위험이 더 높다. NOAC 사용이 더더욱 추천되는 이유다. 

또한 와파린을 사용하면 한번쯤은 출혈을 경험한다. 비주요 출혈이지만 환자 본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싫어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NOAC은 장점이 있다. 

Q. 이번 지침에서는 PCI 시술 환자에 NOAC 보다 와파린 3제 요법을 추천하고 있다.

=심방세동이 있으면 항응고 치료를 해야 하며, PCI 시술 환자에서는 스텐트 삽입으로 인한 스텐트 혈전증을 예방하기 위해 항혈소판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따라서, 심방세동 환자가 PCI를 시행할 경우, 항응고제와 이중 항소판제(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모두를 사용하는 3제 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와파린에 대한 임상 결과가 많기 때문에 NOAC보다는 와파린을 추천했었다. 하지만, 최근 PCI 시술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 치료에서 NOAC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것은 큰 이슈 중 하나다. 2017년 유럽 이중항혈소판제 진료 권고안에서는 항응고제로서 주요 출혈 위험을 낮추기 위해 와파린보다 NOAC을 선호(preferred)한다고 발표했다. 즉, 3제요법을 하더라도 와파린 대신 NOAC을 허가된 가장 낮은 용량으로 사용하라고 언급했다. 결론은 기존에는 와파린을 이용한 삼제요법이 1차 권고였으나 점차 NOAC 저용량을 사용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Q. NOAC은 위장관 출혈 위험이 높지 않나. 

=NOAC을 사용하면 주요 출혈은 감소시키나 위장관 출혈은 증가시킨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2014년 LANCET에서도 게재된 적이 있다. 대표적인 큰 연구 4개를 조합해 Pooled Analysis를 진행한 결과 NOAC은 와파린 대비 주요 출혈은 낮추거나 비슷한 반면, 위장관 출혈은 NOAC군에서 오히려 높았다.

그러나 한국인 심방세동 환자에서 NOAC과 와파린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NOAC이 주요 출혈뿐만 아니라, 위장관 출혈도 감소시킨다는 것으로 나왔다. 전남대병원에서 후향적 연구를 진행한 결과 리바록사반은 와파린 대비 위장관 출혈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다비가트란 역시 와파린 대비 주요출혈 위험도를 낮추었고, 위장관 출혈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였다. 이 결과는 2017년 유럽 부정맥학회에서 발표됐고, 유럽부정맥학회지에 게재됐다. 그러나 이들 결과는 단일병원 코호트를 이용한 연구이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 결과들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런 데이터들이 계속 나온다면 국내 의료진도 NOAC에 긍정적일 것이다. 

Q. 개원가에서 NOAC 처방이 많지 않은 이유가 위장관출혈 우려 때문 아닌가. 

= 한국인에서 NOAC의 위장관 출혈에 관한 효과 관련 데이터는 많지 않고, 한국에서 발표된 논문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NOAC의 위장관 출혈에 관한 또 다른 데이터가 분석 단계다.

한국인에 있어 NOAC의 주요 출혈과 위장관 출혈 이득은 개원가에 널리 홍보되지 않았다. 아스피린 사용에 익숙해 뇌졸중 예방을 위해 보편적으로 아스피린이 사용되고 있다. 의사 입장에서는 뇌졸중보다 출혈 발생이 더 치명적이다. 환자들은 뇌졸중 발생은 예방약제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주요 출혈은 약제의 부작용으로 발생하고, 의사의 잘못된 처방 때문에 발생한다고 간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도 과거보다 상황은 많이 호전됐다. 심방세동이 중요한 질환이고 적극적으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아스피린은 심방세동 환자에서 혈전색전증성 뇌졸중 예방에 적절하지 않은 치료제라는 인식도 늘고 있다. 

Q. 이번 지침을 통해 개원가에서 NOAC 처방이 활성화 될 수 있겠나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CHADs2-VASc 1점부터 NOAC 사용에 대한 보험 급여가 확대될 경우 활성화 될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아스피린이 심방세동 환자 뇌졸중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알려져야 한다. 아스피린도 뇌졸중 기전에 따라 맞게 사용해야 한다. 
세 번째, 판막성 심방세동에 두려움을 갖지 말아야 한다. 현재 NOAC을 사용할 수 없는 판막성 환자는 기계판막 또는 중등도 이상의 승모판 협착증 환자 등 두 종류다. 이에 대한 진입장벽만 없앤다면 개원가에서도 NOAC이 활성화 될 것이다.

집필진들은 앞으로도 가이드라인을 계속 보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NOAC에 대한 급여 기준을 낮추고 의료진들 대상으로 홍보를 계속 이어간다면 충분히 NOAC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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