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MRI 급여확대 회의 참석대상, 복지부-7개 학회-의협-병협으로 되레 '확대'
의협, 학회동의 얻어도 핵심당사자 병협 남아...'의-정 단독협상' 가능성 사실상 제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지난달 30일 심평원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환자 생명을 위협하고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보장성 강화정책을 중지하고, 의료계 전체를 아우르며 전문성을 갖춘 대표 의료단체와 진정성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MRI 급여확대를 위한 의견교환에 나선다. 의협은 이날 '협상창구 단일화' 문제를 담판 짓는다는 계획인데, 그간의 급여확대 논의 경과와 돌아가는 상황을 종합해볼 때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목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오후 7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에서 'MRI 급여화 관련 뇌·뇌혈관 급여적용 확대를 위한 검토회의'를 연다.

이날 회의에는 대한신경과학회·신경외과학회·신경정신의학회·재활의학회·영상의학회·소아과학회·응급의학회 등 총 7개 학회,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가 함께 참여한다.

'의협으로의 협상창구 단일화' 담판?

이날 회의는 이른바 의협의 '협상창구 단일화' 문제를 매듭짓는 자리로 주목을 끌었다.

정부와 의협이 14일 의정협의 직후 조만간 의협과 학회가 함께 참여하는 MRI 회의를 열어 의협의 협상창구 단일화 제안의 실현 가능성을 타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린 것.

앞서 의협은 학회 개별접촉 방식의 정부 MRI 분과협의체 운영에 반발, 실력행사에 나서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협의체 첫 회의를 무산시킨 바 있다.

이후 의협은 이달 초 관련 학회들과 간담회를 갖고 MRI 급여화를 위한 정부와의 협의창구를 의협으로 일원화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이를 근거로 14일 의정협의에서 의협으로의 협상창구 단일화를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의정협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각 학회와 복지부가 따로 만났을 때 특정 학회의 의견만 전달돼, 의료계 전체의 이해관계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며 "다음에 만나 복지부와 의협·학회가 의협으로의 단일화를 공인한 뒤, 의협 단일 창구로 간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의 참여대상 되레 확대...의협, 추가동의 받아야

그러나 25일 회의는 기존 분과협의체에서 오히려 확대된 형태다. 참여 학회의 숫자가 기존 5곳에서 7곳으로 늘었고, 당초 참여 여부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던 대한병원협회도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의협은 당초 MRI 분과협의체 참여 대상이었던 대한신경과학회 등 5개 학회의 동의를 받아 협상의 대표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를 유지하려면 일단 새롭게 논의 대상에 추가된 소아과학회와 응급의학회 2곳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의협은 오는 21일 7개 전문과학회와 만나 대화 창구 단일화의 당위성을 피력하는 한편, MRI 급여화에 따른 의료계 요구사항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아과와 응급의학과도 MRI 비중이 높아, 의협과의 논의를 거쳐 추가로 참여대상에 추가했다"며 "25일 회의는 MRI 급여화에 대한 의료계의 의견을 두루 듣는 한편, 각 학회들로부터 이른바 의협의 대표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일 큰 변수는 병협, 의협 단일화 애당초 불가능한 얘기

더 큰 변수는 병협이다. 의협이 추가된 2개 학회로부터 동의를 득하더라도, 병협은 협상의 당사자로 남는다. 전문학회의 동의를 얻어 '의-정' 단독협상 테이블을 만든다는 의협의 구상과 달리, 실제 협의체는 적어도 '의-병-정' 3자 협의체가 된다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MRI 급여화는 계속해서 병협과 논의해왔고, (의협이 빠졌던) 기존 분과협의체에도 병협은 참석 대상이었다"며 "MRI 비급여의 80%는 병원급에서 발생하며, 전문병원 등 기관별 이해관계도 달라 조정이 필요한만큼 병협의 참여는 당연한 얘기"라고 밝혔다.

그는 "급여화 작업의 핵심 중의 하나는 재정으로, MRI 급여화에 소요될 재정이나 급여화에 따른 병원의 손실 등을 추산하는 작업은 병협의 협조없이는 불가능 한 일"이라며 "의협이 학회들을 대표해 협상에 참여한다해도 급여화에 따른 재정과 손실부분은 병협이 담당하게 된다"고 했다.

정리하자면 의협이 학회 전체의 동의를 얻어 대표성을 부여받더라도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급여기준 정비 등 학회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은 의협이, 급여화에 따른 재정과 손실에 부분은 병협이 그 역할을 각각 담당하게 된다는 의미다.

의협이 주장하는 협상창구 단일화는 의협이 학회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고 정부와 단독 교섭하는 '대표자'의 형태이나, 복지부의 구상은 학회간 의견을 조정하고 각 학회의 의견과 의료계 전체의 이익에 균형점을 찾는 '조정자'에 가깝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 요구의 핵심은 학회간 쟁점이 있는 것들을 의협을 배제한 채, 정부-학회간 단독 협상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기존에도 학회간 충돌이 있으면 의협이 조정하는 역할을 해왔다. 유사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무엇을 위한 창구 단일화? 의료계 내부서도 비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MRI 급여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그간 가장 큰 당사자인 병협과 정부가 긴밀히 협의하며 추진해왔던 사안이다. 의협 또한 이 같은 상황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MRI 급여 논의에서 당사자인 병협이 빠질 수는 없는 만큼, 애초에 의협의 협상창구 단일화 주장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병협은 기존대로 제 역할을 할 것이고, 마찬가지로 급여기준 설정 등 의학적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사안은 전문학회들이 나서게 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의협의 역할은 학회간 갈등이 생기면 복지부를 대신해 이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대표성 획득이라는 목표에 매몰돼 의협 스스로 들러리, 심부름꾼 역할을 자처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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