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상지질혈증은 주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볼 수 있는 질환이었다. 

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으로 젊은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발표한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 2018'에 따르면, 30대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26.1%로 4명 중 1명은 이상지질혈증 환자로 추정된다. 

이상지질혈증 호발 시기가 빨라지면서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20~30대의 젊은 성인들도 적극적으로 콜레스테롤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상지질혈증 선별검사를 포함한 국가건강검진 대상을 전체 20~30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상지질혈증 연구에서 소외됐던 '2030 세대'

이상지질혈증은 심혈관질환의 대표적인 위험요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상지질혈증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본 대다수 연구는 중장년층에 초점을 두고 진행됐다.

결국 상대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20~30대는 이상지질혈증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이에 학계에서는 젊은 성인도 중장년과 마찬가지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심혈관질환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아직 많지는 않지만 적극적인 콜레스테롤 관리에 힘을 싣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 

18~30세에서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본 대규모 역학 연구인 CARDIA 결과에 따르면, LDL-콜레스테롤(LDL-C)이 70mg/dL 미만인 군의 20년 후 관상동맥 석회화 유병률은 8%였다. 하지만 LDL-C가 160mg/dL 이상인 젊은 성인의 20년 후 관상동맥 석회화 유병률은 44%까지 치솟았다(Ann Intern Med 2010;153(3):137-146).

이와 함께 18~39세 젊은 남성을 대상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른 장기간 심혈관질환 위험을 본 3가지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에서도 총 콜레스테롤이 200mg/dL 이상인 남성은 미만인 이들보다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2.15~3.63배,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2.1~2.87배 높았다. 기대 수명은 총 콜레스테롤이 200mg/dL 미만인 젊은 남성이 더 긴 것으로 분석됐다(JAMA 2000;284(3):311-318).

젊은 성인 콜레스테롤 수치 높아지면 10년 뒤 심혈관질환 위험 '껑충'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특정 시점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기준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평가한 것으로, 젊은 성인이 적극적으로 콜레스테롤을 관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한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서울의대 박상민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해 20~30대 젊은 성인의 콜레스테롤 변화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을 분석, 그 결과를 JAHA 6월 13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J Am Heart Assoc 2018;7:e008819).

2002~2003년과 2004~2005년에 두 번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한 성인 총 270만여 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2002~2003년 총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낮은 군(180mg/dL 미만) △중간 군(180mg/dL 이상 240mg/dL 미만) △높은 군(240mg/dL 이상)으로 분류했고, 2004~2005년 콜레스테롤 수치를 토대로 다시 세 군으로 세분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10년 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평가한 결과, 2002~2003년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았지만 2년 뒤 높은 군에 속한 젊은 성인은 허혈성 심질환 위험이 1.21배, 뇌혈관질환 위험이 1.24배 상승했다. 등록 당시 중간 군에 속했던 이들도 2004~2005년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한 경우 허혈성 심질환 또는 뇌혈관질환 위험이 각각 1.21배, 1.09배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도 함께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2002~2003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군이 2년 후 낮은 군에 해당되면 허혈성 심질환 위험은 35%, 뇌혈관질환 위험은 24% 감소한 것이다.

박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전까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20~30대가 콜레스테롤을 낮췄을 때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도 감소하는지를 확인한 연구는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젊은 성인도 적극적인 콜레스테롤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과를 통해 젊은 성인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스타틴 계열의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20~30대가 이상지질혈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에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이상지질혈증 선별검사에서 최소 2회 이상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유지된다면 향후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높기에, 의료진과 상의해 스타틴 계열의 치료제 복용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별검사 시기 앞당겨야 하나?…"비용효과 분석 이뤄져야"

다만 20~30대도 이상지질혈증 선별검사를 받아야 하는지는 아직 물음표다. 주요 연구에서 젊은 성인이 콜레스테롤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지만, 이 같은 결과가 선별검사를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지질혈증 선별검사 시작 나이를 두고 미국에서는 학계 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2013년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 가이드라인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 없다면 20세부터 이상지질혈증 선별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4~6년마다 검사를 반복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미국예방서비스테스크포스(USPSTF)는 2016년 권고안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 없다면 남성 35세, 여성 45세부터 이상지질혈증 선별검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20~30대가 선별검사를 받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국내에서는 복지부가 이상지질혈증 선별검사를 포함한 국가건강검진을 20~30대 직장 가입자, 세대주인 지역가입자뿐만 아니라 피부양자, 세대원 등도 받을 수 있도록 대상 확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광범위한 대상 확대로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쉽지 않은 상황. 특히 이상지질혈증 선별검사의 이득과 손해를 규명한 연구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는 "20~30대 성인은 건강한 콜레스테롤 관리가 중요하지만, 이들에게 이상지질혈증 선별검사를 권유해야 한다는 직접적인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향후 이상지질혈증 선별검사 등을 포함한 국가건강검진에 20~30대를 포함했을 때의 비용효과 분석이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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