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익산 모 병원 응급센터에서 주취자가 의료인을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동영상 갈무리.

익산 모 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의료인 폭행사건에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다.

의료인 폭행사건은 이전에도 왕왕 있어 왔지만, 진료 중인 의료인을 폭행·협박할 경우 가중처벌 한다는 이른바 '의료인 폭행 방지법'이 제정됐음에도 유사 사건이 재발했다는 점에서 의료계가 받은 충격은 더 크다.

4일 대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밤 전락북도 익산의 한 병원 응급센터에서 술에 취한 환자가 이 병원 응급의학과장 B씨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부외상(골절)으로 병원 응급센터를 찾은 환자 A씨는 입원을 요구하며 응급센터 내에서 난동을 피웠고, 이 과정에서 B과장이 자신을 비웃었다며 시비를 붙이다 주먹을 날렸다.

병원 경비인력은 물론 신고를 받고 경찰이 도착한 이후에도 A씨는 B과장을 향해 의자를 걷어차며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등 폭행과 폭언을 멈추지 않았다.

B과장은 사건으로 뇌진탕·경추부염좌·비골골절 등 전치 3주의 외상은 물론, 충격에 따른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의료계는 공분하고 있다. 특히 사건 당시 경찰이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했다는 B과장의 증언이 전해지면서 사법당국을 향한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현행 법률은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을 폭행·협박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계속되는 진료실 폭행사건으로부터 환자와 의료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지속적인 설득 끝에 2016년 이른바 '의료인 폭행방지법(의료법 제 12조)'이 마련된 결과다.

그러나 개정 법률도 실질적인 안전장치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4일 용산 임시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인 폭행 가해자를 중벌에 처할 수 있는 법령이 존재함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수사당국의 의지와 법원의 판결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가해 주취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경찰청에 법령대로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의료인 폭행 수사 지침의 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와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등 의사단체들도 잇달아 성명을 내어,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반의사 불벌조항 삭제 등 실효성이 있는 법률 재개정을 촉구했다.

병의협은 "의료인 폭행 사건에 안일하게 대처한 경찰은 즉각 사죄하고, 정부는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보다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공보의협 또한 "법은 있되 집행이 없다"며 사법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또한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사법당국에 철저한 법 집행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4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응급실에서의 의료인 폭행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격될 수 있는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라며 "강화된 처벌 규정이 적절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사법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관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사건"이라며 "폭력 예방 관련 대국민 홍보를 확대하고, 관련 학회 등과 협력해 개선 필요사항을 모색하는 등 후속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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