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고혈압 관리를 목표로 하는 고혈압 학계에 인공지능(AI) 훈풍이 불고 있다.

고혈압 발병 가능성이 있는 성인을 예측할 수 있는 AI가 등장한 데 이어 강력한 혈압조절이 필요한 환자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혈압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고혈압 학계는 AI가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년 내 본태성 고혈압 발병 예측 정확도 '90%'

먼저 AI로 고혈압 발병 위험을 예측해 예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고혈압 유병률을 낮추면서 관리에 따른 의료비를 줄이고자 AI로 고혈압 위험을 평가하고, 예방전략을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Xuefeng Ling 교수팀은 본태성 고혈압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 AI를 개발, 1년 내 예측 정확도를 본 결과를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 1월 30일자에 실린 논문을 통해 공개했다(J Med Internet Res 2018;20(1):e2).

연구에서 활용한 AI 모델은 의사결정 트리(decision tree) 기계학습 기법을 적용한 'XGBoost'다. 연구팀은 미국 전자건강기록(EHR) 데이터를 이용해 2013~2014년에 확인된 약 82만명을 회고적으로, 2014~2015년에 확인된 약 68만명을 전향적으로 본태성 고혈압 예측 정확도를 평가했다. 

AI의 예측 정확도는 곡선하면적(area under the curve, AUC)으로 분석했다. AUC는 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가 높다고 본다. 

그 결과 회고적 또는 전향적 분석에서 AI의 AUC는 각각 0.917과 0.87로, 1년 내 본태성 고혈압 예측 정확도는 모두 90%에 가까웠다. 10명 중 9명은 AI로 1년 내 본태성 고혈압 발병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본태성 고혈압 위험도에 따른 1년 내 고혈압 발병 위험 평가 결과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AI가 고혈압 발병 가능성이 가장 낮은 초저위험군으로 분류한 이들과 비교해 1년 내 본태성 고혈압 발병 위험은 △저위험군 6.1배(HR 6.1; 95% CI 5.9~6.4) △중간 위험군 12.2배(HR 12.2; 95% CI 11.8~12.6) △고위험군 24.4배(HR 24.4; 95% CI 23.6~25.2) △초고위험군 60.8배(HR 60.8; 95% CI 58.8~62.8)로,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고혈압이 많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1년 내 본태성 고혈압을 진단받은 6만여명 중 3분의 1 이상(35.04%)이 AI 예측 결과에서 고혈압 초고위험군으로 정확하게 분류됐다. 본태성 고혈압 환자 중 고혈압 저위험군에 속한 이들은 7.54%에 불과했다. 

AI로 고혈압 위험요인도 식별 가능했다. 분석 결과에서 제2형 당뇨병, 지질장애, 정신질환, 사회·경제적 요인 등이 본태성 고혈압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Ling 교수는 "EHR 데이터를 이용한 결과에서 AI가 1년 내 본태성 고혈압 발병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며 "향후 AI를 활용해 환자들의 개별화된 특징에 따른 고혈압 예방 및 치료전략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머신러닝 기반 예측 모델로 강력한 혈압조절 필요한 환자 판별

   

강력한 혈압조절이 필요한 고혈압 환자를 예측하는 AI 개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가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낮춰 강력한 혈압조절을 요구한 만큼, AI는 이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된다.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대학 Yang Xie 교수팀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강력한 혈압조절이 필요한 환자를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Am J Cardiol 2018;122(2):248-254). 머신러닝은 AI의 하위 영역에 속하며, 컴퓨터 스스로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이다. 

연구팀은 △나이(74세 이상) △뇨중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 34mg/g 이상) △심혈관질환 과거력 등 세 가지 요인만을 고려해 재귀적 분기(recursive partitioning)를 이용한 의사결정 트리를 만들었다. 재귀적 분기란 처음 분류를 진행 후 분류된 대상에서 다시 분류해나가는 과정을 뜻한다. 

강력한 혈압조절에 따른 혜택을 평가하고자 SPRINT 연구의 비당뇨병성 고혈압 환자 약 9400명과 ACCORD 연구의 제2형 당뇨병 환자 1만여명이 분석에 포함됐다. 머신러닝 기반 예측 모델을 적용했을 때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환자는 각각 48.6%와 55.3%였다.

이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혈압조절에 따른 혜택을 본 결과, 표준 치료전략 대비 주요 심혈관 사건(MACE) 발생 위험은 SPRINT 연구에서 34%(HR 0.66; 95% CI 0.52~0.85), ACCORD 연구에서 33%(HR 0.67; 95% CI 0.50~0.90) 감소했다.

반면 머신러닝 기반 예측 모델에 따라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으로 분류된 환자에서 강력한 혈압조절에 따른 MACE 발생 위험은 SPRINT 연구 및 ACCORD 연구 모두 의미 있게 줄지 않았다(SPRINT: HR 0.83; 95% CI 0.56~1.25, ACCORD: HR 1.09; 95% CI 0.64~1.83).

Xie 교수는 "고혈압 환자가 장기간 고강도 항고혈압제 치료를 받는다면 심혈관질환 또는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으나, 이상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나이, UACR, 심혈관질환 과거력 등을 활용한 머신러닝 기반 예측 모델을 이용해 강력한 혈압조절의 혜택이 있는 환자들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는 AI로 최적 항고혈압제를 추천할 수 있을 것"

AI를 활용한 고혈압 관리문이 열리면서 수백만 명의 만성질환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의 부담이 덜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고혈압 분야는 AI 연구를 진행하기에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기에, 향후 고혈압 예방에 이어 항고혈압제 추천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희의대 손일석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는 "고혈압은 AI 연구를 진행하기에 좋은 분야"라며 "혈액 한 방울로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이야기처럼, 미래에는 AI를 이용해 환자에게 최적 항고혈압제를 추천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AI 적용 범위가 확대되기 위해선 개인정보 보안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는 개인정보 유출, 해킹 등의 보안에 취약할 수 있다"며 "혈압, 심장박동수 등의 개인정보에 다른 이가 접근할 수 있어 민감한 문제다.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는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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