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 교수 “병원 임상 네트워크 만들고 정부는 ‘긴 호흡’으로 투자해야”

▲ 서울대어린이병원 김한석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미숙아 그중에서도 극소미숙아 진료를 맡고 있는 서울의대 김한석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일본 오사카의대를 졸업하고 그곳에서 전공의, 임상강사를 마쳤다. 이후 미국 조지타운의대와 펜실베니아의대에서 연구원을 마친 후 서울대어린이병원에 자리 잡았다.

김 교수는 최근 논쟁거리인 소아에서의 미승인 약물 사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본처럼 병원 간 임상 네트워크를 갖추고, 정부는 ‘긴 호흡’에서의 투자를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판도라의 상자라 불리는 소아에서의 미승인 약물 사용에 대한 그의 묘수를 들어봤다. 

- 일본의 어떤 점을 벤치마킹해야 하나?
일본은 10년 전부터 약 40개 병원에서 소아 임상시험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각 병원이 프로토콜을 공유하고, 전담자들이 소아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우리가 서두르는 것과 달리 일본은 10년 후를 내다보면서 차근차근 준비한다. 일본의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

정부 역할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 정부는 국책연구비를 지원해 소아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된 전국의 어린이병원을 네트워크로 만들고 임상시험을 하면 된다. 무료로 진료를 하는 것만이 공공성이 아니라 소아에게 안전한 약물이 제공되도록 임상시험을 하고 진료지침을 만드는 것도 공공성이라 생각한다.

- 정부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우리는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다. 임상현장에서 70% 이상 미승인 약물을 처방하는데, 정작 임상에서 못 쓰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실적만 요청할 게 아니라 길게 보고 소아 임상시험에 투자하고, 제도도 만들고, 더불어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국내 소아 임상시험이 거의 없는 것을 제약회사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투자 대비 수익을 얻을 수 없으니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구사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임상시험 결과가 있으면 제약사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특허 기간을 더 길게 주는 정책을 편다. 2007년부터는 소아 임상시험 데이터가 없으면 허가를 하지 않는 등 두  전략을 적절하게 쓰고 있다.

▲ 서울대어린이병원 김한석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식약처가 투자하고, 청사진을 갖고 움직인다 해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국내에서 소아 임상시험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이다. 환자 등록과 윤리적 한계 등이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 실정과 규정에 맞는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 허가 외 사용 의약품 평가지침에서 범주 3에 속하는 '희귀질환, 소아 또는 임부에 사용하는 경우에 한해 허가 외 사용 인정' 근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성인에게는 허가됐지만, 연령과 체중, 투입경로 등에 대한 정보가 없어 미승인 약물로 분류된 것은 안전성 데이터를 동반하는 전향적 PK 스터디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후향적 연구를 하자는 얘기다. 또 성인에서 사용되는 것과 다른 적응증으로 미승인 약물로 사용되면 효과와 안전성 평가를 알아보기 위해 RCT 연구를 하면 된다. 

- 국내에서 유일하게 서울대어린이병원만 소아 임상시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 상황은 어떤가? 

다른 병원이 소아임상시험실을 운영하지 않는 이유는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다. 소아 임상시험은 경영에 도움이 되지만, 병원이 임상시험실을 운영하는 것은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 병원이 2012년 국내 최초로 센터 아래 소아임상시험실을 개소했다. 전용 공간이 10평 정도고, 나와 전담 간호사 한 명이 배치돼 있다. 임상시험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2011년 임상 건수가 10건이었는데, 2014년에 44건, 올해 50여 건이다. 최근에는 소아에게 수행하기 어려운 1상 임상시험도 들어오고 있다. 

- 어린이병원 기능 중 치료 이외의 역할 즉 '비욘드 메디칼 케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까닭은? 
병원에서 교육도 하고, 입원기간 동안 가족 문제가 생기면 심리적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한다. 특히 집에 거주하는 중증 질환이나 희귀질환 환아들에 대한 케어도 좀 더 세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일본은 지역사회에서 중증 환아의 부모가 휴식을 취하거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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