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픽사반이 신장기능이 악화된 심방세동 환자를 겨냥하면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다른 비-비타민 K 경구용 항응고제(NOAC)보다 신장 배설률이 낮다는 강점으로, 현재 신장기능이 악화된 심방세동 환자에게 투약하는 와파린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것이다.

신장기능 악화로 투석을 받는 환자들은 심방세동 유병률이 높고 부정맥도 흔하게 발생해 신장기능이 정상인 이들보다 뇌졸중 발병 위험이 더 크다고 보고된다.

이에 학계에서는 NOAC 랜드마크 연구와 처방 데이터를 토대로 이들에서 와파린 대비 NOAC의 효과 및 안전성을 보고 있으며, 아픽사반은 다른 NOAC과 달리 주요 연구들을 통해 연이은 승전보를 전하고 있다. 

아픽사반, NOAC 중 신장 배설률 가장 낮아

대한부정맥학회의 '2018 대한부정맥학회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지침'에 따르면, 신장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는 약물의 신장 배설이 가장 적은 아픽사반이 안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NOAC의 신장 배설률을 살펴보면, 다비가트란 80%, 리바록사반 35%, 에독사반 50~60%다. 하지만 아픽사반은 이보다 낮은 20%로 대부분 간에서 배설된다. 

이 같은 차별화된 특징으로 아픽사반은 신장기능이 악화된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주요 연구를 통해 세 가지 NOAC과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아픽사반의 랜드마크 연구인 ARISTOTLE 하위분석 결과에 의하면, 신장기능이 점차 악화된 환자에게 아픽사반이 와파린보다 뇌졸중 예방에 효과적이고 안전했다(JAMA Cardiol 2016;1(4):451-460).

반면 말기 신질환으로 혈액투석 중인 심방세동 환자 약 3만명을 대상으로 리바록사반과 다비가트란의 효과 및 안전성을 분석한 결과, 입원율 또는 사망 위험은 와파린 복용군 대비 다비가트란 복용군에서 1.48배, 리바록사반 복용군에서 1.38배 높았다. 출혈로 인한 사망 위험은 와파린 복용군보다 다비가트란 복용군에서 1.78배, 리바록사반 복용군에서 1.71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Circulation 2015;131(11):972-979). 

에독사반은 크레아티닌 청소율이 95mL/min 초과한 심방세동 환자에서 와파린 대비 뇌졸중 발생 위험이 더 커,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투약 전 신장기능에 대한 사전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받은 상황이다.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부정맥학회는 '2015년 심방세동 관리 가이드라인'을 통해 투석 중인 환자에게 항응고요법으로서 와파린을 투약할 수 있다고 권고했기에(IIa, B),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아픽사반은 와파린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투석 중인 심방세동 환자 아픽사반 복용하면 주요 출혈 위험 감소

아픽사반은 투석 중인 심방세동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약물로도 탄탄대로를 걷는 중이다.

말기 신질환으로 투석을 받는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시행한 결과, 아픽사반 복용량에 관계없이 와파린 대비 주요 출혈 위험이 낮으며 뇌졸중 예방 효과는 유사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연구 결과는 Circulation 지난달 2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메이오클리닉 Konstantinos C. Siontis 교수는 "투석 중인 심방세동 환자는 와파린보단 아픽사반을 복용했을 때 주요 출혈 위험이 낮았기에, 이들에게 아픽사반을 투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에는 2010년 10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미국신장환자등록시스템(United States Renal Data System)에 포함된 메디케어 수혜자 2만 5500여명이 포함됐다. 아픽사반 복용군(아픽사반군)은 약 2300명, 와파린 복용군(와파린군)은 2만 3200여명이었다.

연구팀은 예후점수(prognostic score)를 기반으로 아픽사반군과 와파린군을 1:3 비율로 매칭해 사망 또는 전신색전증, 주요 출혈, 위장관출혈, 두개강내 출혈 등의 위험을 비교했다.

최종 결과, 주요 출혈 위험은 아픽사반군이 와파린군보다 28% 낮아 안전성 평가에서 승기를 잡았다(HR 0.72; P<0.001). 두개강내 출혈 또는 사망 위험은 와파린군보다 아픽사반군에서 각각 21%와 15% 낮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두개강내 출혈: HR 0.79; P=0.32; 사망: HR 0.85; P=0.06).

아울러 뇌졸중/전신색전증 위험은 아픽사반군이 와파린군 대비 12% 낮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HR 0.88; P=0.29).

최적 용량=표준용량?…"관찰연구 한계점 남아 있어"

   

이어진 민감도 분석에서는 아픽사반 표준용량(5mg 1일 2회)이 투석 중인 심방세동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전략으로 떠올랐다. 

아픽사반 표준용량군(1034명)과 저용량군(2.5mg 1일 2회, 1317명)을 비교한 결과, 표준용량군의 뇌졸중/전신색전증 또는 사망 위험이 저용량군보다 각각 39%(HR 0.61; P=0.04)와 36%(HR 0.64; P=0.01) 낮았던 것.

주요 출혈 위험은 아픽사반 표준용량군과 저용량군 간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P=0.93). 이는 투석 중인 심방세동 환자들은 출혈 위험이 높은 상태이기에 아픽사반 복용량이 출혈 위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번 연구와 달리 지난해 캐나다 연구팀이 아픽사반의 약동학을 평가한 결과에서는 투석을 받는 심방세동 환자가 저용량을 복용했을 때 체내 혈중 약물 농도가 안정적으로 분포돼, 이들에게 표준용량보단 저용량을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J Am Soc Nephrol 2017;28(7):2241-2248).

본 연구가 관찰연구로 진행돼 보정하지 못한 교란인자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향후 아픽사반의 최적 용량에 대한 추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전언이다. 

'RENAL-AF' 임상 4상으로 아픽사반 입지 굳힐까?

관찰연구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학계에서는 신장기능이 악화된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아픽사반과 와파린의 효과 및 안전성을 비교한 무작위 연구가 진행 중이다.

RENAL-AF로 명명된 임상 4상에는 중증 신질환을 동반한 심방세동 환자 약 760명이 포함됐다. 이들을 아픽사반 복용군(표준용량 또는 저용량) 또는 와파린 복용군으로 무작위 분류해 15개월까지 주요 및 비주요 출혈 위험을 비교할 예정으로, 연구는 2019년 5월 종료된다.

하지만 연구에 포함된 많은 환자가 항응고요법을 중단해 내약성 문제가 감지되면서 임상시험이 고초를 겪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오히려 항응고요법을 시행하지 않는 게 이들에게 좋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iontis 교수는 "연구에 포함된 아픽사반 또는 와파린 복용군 3명 중 2명이 항응고요법 시작 후 12개월 이내에 치료를 중단했다"면서 "이들에게 와파린보단 아픽사반이 효과적이며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했으나 항응고요법을 받지 않는 것보다 아픽사반을 복용하는 게 더 나을지에 대해서는 위약과 비교한 연구가 없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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