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치료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던 돌루테그라비르(Dolutegravir, DTG)가 최근 기형아 위험 부작용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에 따라 세계 각 보건 당국이 DTG 처방에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열린 국제 에이즈 콘퍼런스(AIDS 2018)에서는 DTG가 HIV에 감염된 임산부의 태아에 신경관 손상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abstract TUSY15).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컨네스 의료 센터 Rebecca Zash 박사팀이 HIV에 감염된 임산부 1만명을 분석한 결과, 임신 전 DTG를 복용한 임산부의 신생아는 신경관 결손 발생률이 0.94%로, 에파비렌즈(Efavirenz) 복용군에서의 발생률(0.05%), 다른 HIV 치료제 복용군에서의 발생률(0.12%)과 비교해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세계 보건 당국서 DGT 안전성 경고 업데이트 잇따라

세계 각 보건 당국에서는 DTG 처방에 대해 안전성 서한을 보내거나 권고안을 업데이트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전성 경고가 발표된 직후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등에서는 안전성 서한을 통해 임신부에게 DTG 복용을 삼가할 것을 권고하며, 보건의료전문가에게 DTG 처방에 주의를 당부했다.

FDA가 배포한 안전성 서한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환자에게는 △DTG 포함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의료진에게 반드시 이를 알려 다른 치료 옵션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할 것 △DTG 복용을 결정한 가임기 여성은 효과적인 피임법을 강구하고 이에 관해 의료진과 상담할 것 △DTG 복용을 시작하기 전 임신 여부를 확인할 것 △이미 DTG를 복용 중인 여성이 임의로 투약을 중단할 시 감염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의료진과 상담 없이 투약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보건의료전문가에게는 △가임기 여성에게 DTG 포함 치료로 인한 신경관 결손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알릴 것 △가임기 여성에게 DTG 처방할 경우 유익성과 위해성에 대해 평가하고 적절한 대체 요법을 고려해 두 요법 간의 상대적인 유익성, 위해성을 평가할 것 △DTG 사용을 결정한 경우 효과적인 피임법 시행을 강조할 것 △DTG를 시작하기 전에 임신을 배제할 수 있는 검사를 시행할 것 등을 권고했다.

EMA는 DTG 복용 중인 임신 초기 여성은 되도록 다른 에이즈 치료제로 변경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국제보건기구(WHO)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업데이트된 권고안을 발표했다.

업데이트된 내용으로는 △DTG는 임신 8주 후에는 신경관 결함의 위험에서 안전 △효과적인 피임법을 사용하고 있다면 DTG는 가임기 여성, 사춘기 소녀에게 처방 가능 △에파비렌즈는 신경관 결함의 위험이 사라질 때까지 가임기 여성에게 사용 가능 △각 국가는 피임이나 다른 항바이러스 치료를 하는 데 있어서, 임산부와 태아에게 미치는 위험과 이익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출 것 등이 담겼다. 

국내 HIV 치료에도 영향 미치나? "후속 연구결과 지켜봐야"
이번 DTG 안전성 경고로 국내 HIV 치료에도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HIV 치료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의 병합치료를 기본으로 하며, 가급적 진단 즉시 약물 치료하는 것을 권고한다. 여기서 약물은 미국, 유럽, WHO의 국제 진료지침을 혹은 국내 진료지침에 따라 최적의 약물 조합을 선택한다.

다만 임신 8주 이내라면 부작용 문제로 다른 DTG가 포함되지 않은 약물로 변경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8주 이후라면 DTG를 유지하거나 시작할 수 있다고 보고됐기에 임신 기간의 치료에 대해서는 기존과 다르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전언이다.

대한감염학회 박대원 학술이사(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는 "안전성 서한에 따르면, 임신 전체 기간보다는 착상 단계에 DTG 복용 중일 때 신경관손상 위험이 높았기에 임신 기간 동안에 시작하는 경우(임신 8주 이후)에는 기존과 치료가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태아의 신경관 손상이 DTG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작용기전이 같은 다른 약물도 동일한 부작용을 유발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국제 진료지침의 초치료 약물로 우선 권고하는 약물 조합은 모두 DTG와 같은 작용기전을 갖는다"면서 "후속 연구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올 연말까지는 DTG 치료의 위험성 및 피임의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제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DTG 부작용과 관련한 안전성 서한을 각 병원, 해당 의사에게 보낸 바 있다.

박 학술이사는 "대한감염학회에서도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올 연말 최종 결과에 따라서 국내 가이드라인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대한에이즈학회 방지환 학술이사(서울보라매병원 감염내과)는 이번 발표가 DTG 국내 치료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방 학술이사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여성 HIV 감염자가 드문 편이며, 여성 감염인 중 임신을 계획 중인 환자는 극히 드물다.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그 밖에 나타나는 DTG 부작용으로는 드물게 신경계 부작용이 언급된 바 있다. 불면증, 우울증,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살 충동까지 유발한다는 것.

이에 대해 방 학술이사는 "정신의학적인 부작용은 DTG를 포함한 통합효소억제제(INSTI) 계열의 약물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서 "부작용이 없는 약은 애초에 존재하기 어렵기에, INSTI 계열처럼 효과가 좋고 부작용도 적은 약이라면 주의하면서 쓰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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