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모았던 '의료서비스 환자경험 평가' 결과가 첫 공개됐다.

환자경험평가는 의료기관을 이용한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서비스 만족도를 물어 그 결과를 점수화 한 것이다. 환자가 직접 참여하는 첫 병원평가로 의료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공개된 결과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가능성과 한계 모두 뚜렷하게 확인됐다는 평가다.

환자의 의견을 직접 반영했다는 점에서 환자중심 의료문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으나, 평가의 변별력과 객관성, 신뢰성 등은 문제로 지적됐다.

입원환자 만족도 100점 만점에 평균 83.9점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0일 심평원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92개 대형병원의 의료서비스 환자경험 평가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평가는 지난해 7월~11월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1일 이상 입원했던 만 19세 이상 성인들을 대상으로, 입원 시 경험한 병원 만족도 등을 묻는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평가에는 총 1만 4970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평가 영역은 ▲간호사 서비스 ▲의사 서비스 ▲투약 및 치료과정 ▲병원 환경 ▲환자권리보장 ▲전반적 평가 등 총 6개.

평가 문항은 담당 의사 또는 간호사가 자신을 예의있게 대했는지, 병원 환경이 깨끗하고 안전한, 환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았는지, 치료 결정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보장됐거나 수치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를 받았는지 등 총 24개다.

심평원은 평과 결과, 참여자들의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83.9점(10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역별로는 간호사 서비스 영역의 평균이 88.8점으로 가장 높았고, 병원 환경영역이 84.1점,  의사서비스와 투약·치료과정 영역이 82.3점, 환자권리보장 영역이 82.8점, 전반적 평가가 83.2점 등이었다.

   
 

환자들 "내 의견이 병원평가에...속 시원하다"

환자들은 일단 만족스럽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의견이 병원평가 점수에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만으로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서울 대형병원 입원 경험을 갖고 있다는 A씨는 "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환자는 약자가 된다"며 "입원 전 수차례의 외래 진료와 이후 입원기간  중 일부 의료진의 고압적인 태도에 분하고 화가 났던 것도 여러 번인데, 주변 지인들에게 얘기하는 것 말고는 마땅히 항의할 방법도 없어 답답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환자가 병원을 직접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반갑다"며 "환자가 매긴 점수가 병원에 전달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변화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민사회 관계자는 "병원은 물론 환자 스스로도 자신의 가치와 권리를 되새기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 개개인의 의견이 존중되는 의료환경이 조성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차범위 안에서 A는 1등 병원-B는 15등 병원
의료계 "결과 공개시 되레 혼란, 우려가 현실로"

반면 현 평가방식의 한계 또한 극명하게 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평원은 국민의 의료기관 선택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로, 9일 평가대상에 포함된 전국 92개 병원의 각 영역별 평가점수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각 영역별 평가점수를 병원별로 비교할 수 있게 했다.

   
▲환자경험평가 관련 언론보도 갈무리

당장에 각종 언론에서 'ㅇㅇ병원 환자경험평가 1등' 'ㅇㅇ병원 꼴찌'라는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정작 평가점수를 뜯어보면 오차 범위 내에서 십수계단씩 등수가 엇갈릴 정도로 변별력이 낮다.

실제 간호사 서비스 영역의 표준오차범위는 ±2.6점. 병원별로 보면 최대점(93.8점)을 기준으로 오차범위 내에 15개 병원이 몰려있다. 대상병원 총 92개 가운데 최저 순위로 기록된 병원의 평가점수도 81.8점으로 크게 낮지 않다. 최대점과는 11.9점, 평균 점수와는 불과 6.9점 차이다.

평가의 객관성,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환자의 주관적 판단에 기반한 설문결과를 점수화해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지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애초 논의과정에서 환자경험평가 결과를 국민에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병원에 피드백만 제공해 의료 질 제고를 참고자료로 활용토록 하기로 했었다"며 "평가자체가 너무 주관적인데다 지표 자체의 안정성, 신뢰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섣부른 평가 결과 공개는 부적절한 줄세우기, 국민들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평가 결과가 전면 공개됐다"며 "평가에 대한 신뢰나 의료계의 동의가 없었는데도, 이런 상황이 벌어진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병원계 관계자는 "환자의 만족도와 의학적 수준은 다르다"며 "환자들이 이를 오인할까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친절도 조사가 의료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척도일 수는 없다"며 "이미 각 병원의 점수가 공개된 만큼 심평원이 환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그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심평원, 환자경험평가 적용대상 단계적 확대 검토
"환자중심 의료문화 만들어 가는 과정, 지속 보완"

심평원은 일부 한계점에 동의하면서도, 환자중심의 의료문화를 만들어가는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기대와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심평원 관계자는 "환자 경험평가는 세계적 추세"라며 "환자가 직접 참여한 의료서비스 환자경험 평가가 환자중심 의료서비스 제공에 의미있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첫 평가이니만큼 앞으로 진행되는 상황들을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가의 변별력이 낮다는 지적에는 "평가대상이 그간 이미 자체적으로 환자만족도 관리 등을 해왔던 상급종합병원과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다 보니 대체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국민의 목소리가 의료기관에 피드백되는 자체로 (의료 질 개선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향후 의료계, 환자·소비자 등 이해당사자들과 지속적으로 보완하면서 평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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