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계획 승인 지난해 30% 증가…“후발주자 리스크 경계해야” 목소리도

 

면역항암제가 기존 화학항암제와 표적항암제를 대신할 새로운 주자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제약기업과 바이오기업들이 면역항암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양한 암종에 적용 가능할뿐더러 내성이 생기지 않는 장점 때문에 향후 암 치료에 있어 면역항암제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개발한 면역항암제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면역항암제 개발이 R&D의 'The Answer'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국산 면역항암제 개발을 기대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이런 R&D 추세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약개발 자체가 실패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뛰어든 만큼 무조건적으로 쫓아가는 형태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R&D 대세 ‘면역항암제’…"글로벌은 이미 집중"

면역항암제는 근본적으로 암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인간 고유의 면역 기능을 강화해 암을 치료해 기존 항암제와 달리 부작용이 거의 없고 적용 대상도 넓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때문에 오는 2022년 전체 의약품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의약품은 면역항암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암 치료에 있어 면역항암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벨류에이트파마는 2022년 예상 매출액 순위에서 2015년 현재 143억달러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휴미라를 면역항암제인 옵디보가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즉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이 항암제 중심으로, 그리고 화학항암제, 표적항암제에서 면역항암제로 옮겨갈 것이란 예상이다. 

이 같은 전망은 글로벌 제약사의 개발 추세에 여실히 드러난다. 

이미 국내에 진출한 옵디보, 키트루다, 여보이, 티쎈트릭 외에도 암젠, 베링거인겔하임, 애브비, 아스트라제네카 등 많은 글로벌 제약사가 면역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기업 뜨거운 개발 열기…임상 IND 급증

면역항암제가 각광을 받으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개발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우선 보령제약은 자회사 보령바이젠셀을 통해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EBV(앱스타인 바 바이러스) 양성 암세포를 정확하게 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EBV 양성 NK/T세포 림프종 치료제 후보물질 EBV-CTLs의 임상 2상 IND를 승인받았다. 보령바이젠셀은 2021년 임상 2상 완료 후 품목허가와 출시를 목표로 한다.

동아에스티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인 MerTK 저해제 DA-4501을 애브비에 기술수출했고, 아스트라제네카가 연구 중인 3가지 면역항암제 타깃에 대한 선도물질과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물질탐색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5년 동안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해 바이오벤처에 1200억원가량을 투자해 엔솔바이오사이언스와 면역항암제 개발을 준비하고 있고, 바이오니아와도 면역항암제 YH-siRNA2 관련 후보물질을 탐색 중이다. 또 이뮨온시아를 통해 면역항암제 IMC-001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브릿지바이오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GC녹십자셀도 지난해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T세포) 항암제 개발에 돌입, 올해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벤처의 면역항암제 개발 열기도 뜨겁다. 

바이로메드는 CAR-T 기반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며, 신라젠도 우두 바이러스를 활용해 간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로슈와 손을 잡은 제넥신은 3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면역항암제 하이루킨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하이루킨은 인터류킨-7에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에프씨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치료제다.  

이 같은 면역항암제 개발 열기는 임상시험 승인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식약처의 지난해 임상시험 IND 승인 현황에 따르면 표적항암제가 114건으로 가장 많았고 면역항암제가 89건으로 뒤를 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면역항암제 임상 IND 승인 증가세다. 면역항암제 임상 IND 승인 건수는 2016년 68건 대비 30.9% 증가했다. 

"신약 개발 기대감" vs "성공 맹신 경계해야"

면역항암제 개발이 R&D의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업계 시각은 엇갈린다. 

우선 업계에서는 면역항암제가 향후 제약시장을 선도할 먹거리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국산 개발 면역항암제 등장에 기대감을 표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역항암제 개발에 성공한 글로벌 제약사는 5곳에 불과할 정도로 쉽지 않은 분야"라며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선 국내사들이 그간 축적된 기술을 활용해 수년 안에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국내 제약기업도 면역항암제 시장에 눈을 돌린 데는 세계 항암 치료제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라며 "국내 기업이 면역항암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국내 제약기업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실패 리스크를 우려하며 새로운 분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브릿지바이오 이정규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가 제품을 개발, 출시한 상황에서 같은 분야에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건 상업적 성공을 고려할 때 재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면역항암제뿐 아니라 희귀의약품, 새 기전의 항암요법, 정밀의학 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First-in-class 개발이 갖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연구단계부터 개발까지 국제학회 교류를 통해 시장 요구를 계속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면역항암제는 획기적인 차세대 항암제지만 한계도 분명하다"며 "현재 개발된 면역항암제를 뛰어넘는, T세포가 아닌 종양 자체를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항암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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