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MELINA 연구 발표 심부전, 췌장염, 저혈당 결론 초읽기

 

DPP-4 억제제 리나글립틴의 심혈관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CARMELINA 연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그 내용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결과는 오는 10월 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 발표된다.

리나글립틴은 시타글립틴과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DPP-4 억제제 계열 항당뇨병약이다. 따라서 이번 결과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몇몇 안전성 논란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리나글립틴이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는 다처방 약제지만 경쟁약 대비 근거가 없었다면서 CARMELINA 연구를 통해 비로소 혜택과 안전성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CARMELINA 연구는 전세계 27개국, 600개 이상의 기관에서 고위험 심혈관계 질환을 동반한 6979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모집해 리나글립틴 또는 위약을 투여하고 1차 종료점으로 심혈관 질환 발생률을 본 것이다.

연구의 1차 종료점은 기존 연구와 같이 심혈관계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3-point MACE)이 최초로 발생하기까지의 시간으로 정의했다. 기존 연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신장질환자가 더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우선 심혈관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제조사인 베링거인겔하임 본사는 지난 2일 자료를 내고 1차 종료점을 충족했다는 내용의 탑 라인(top-line)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남은 관심은 하위분석에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심부전 위험이 어떻게 나왔을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나왔고 그 중 2개 연구에서 DPP-4 억제제의 심부전 위험 신호가 확인된 바 있다. 삭사글립틴의 심혈관 안전성 연구인 SAVOR-TIMI 53 연구에서 27% 증가했고, 알로글립틴인 EXAMNIE 연구에서는 19% 증가했다.

단 전자는 통계적으로 유의했고, 후자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심부전 위험 여지를 남긴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논란을 잠시나마 덮은 것은 2015년 발표된 TECOS 연구다. 이 연구의 결론은 '심혈관 안전성 위약과 유사', '심부전 위험 증가 없음'이다. 이를 계기로 DPP-4 억제제의 심부전 위험 논란이 잠시 일단락된 상황인데 CARMELINA 연구가 TECOS 연구를 지지하는 결과를 보여준다면 좀 더 명확한 결론을 낼 수 있다.

현재 제조사는 새로운 안전성 신호(safety signal)도 없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심부전도 포함된 것이라면 과거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고대안암병원)의 주장처럼 우연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김 교수는 과거 본지와 인터뷰에서 "실제 현상을 증명하려면 관찰된 결과가 다른 연구에서도 반복돼야 하지만 재현이 안되고, 특히 기전적 레쇼날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우연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CARMELINA 연구가 심부전 위험에 대한 답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췌장염 발생 위험에 대한 실마리도 풀 수 있을지 관심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를 종합하면 DPP-4 억제제를 복용한 환자에서 췌장염이 늘어나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이 없다.

그러나 췌장염이 장기간에 걸쳐 발병하는 것을 고려하면 2~3년의 연구기간에는 발병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CARMELINA 연구는 지난 2013년 7월에 연구가 시작돼 올해 초까지 진행됐기 때문에 4년 이상 장기간 추적 관찰한 데이터가 대거 포함돼 있다. 따라서 췌장염 발생률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신장 분야에서는 미세단백뇨 개선 효과를 확정지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세단백뇨 개선은 SAVOR-TIMI 53 연구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다른 연구에서는 1차 종료점 변수 미설정 등 여러 이유로 확인할 수 없었다.

CARMELINA 연구는 심혈관 예후와 더불어 신장분야 미세혈관 예후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미세단백뇨를 포함한 기타 신장 예후 평가에서 어떤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을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CARMELINA 연구는 위약과 비교하는 DPP-4 억제제의 마지막 연구라고 강조하면서 최근 나오고 있는 리얼월드 연구 성과와 더불어 이 연구를 종합할 때 심혈관 안전성 이슈를 사실상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다만 아직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한편 리나글립틴과 글리메피라이드와 비교해 심혈관 안전성을 평가한 CAROLINA 연구도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어서 당분간 학계에서는 DPP-4 억제제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이어질 전망이다.

항당뇨병 분야의 주연급 치료제로 자리잡고 있는 DPP-4 억제제가 CARMELINA 연구와 CAROLINA 연구 발표를 계기로 어떤 변화를 몰고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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