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 기반 신약 개발 국내 제약사 무방비...정부에 "합리적 약가산정" 요구도

 

오는 17일 나고야의정서가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천연물(생물자원)을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제약사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개발 전략 수정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는 뚜렷한 대책을 갖고 있지 않아 타격은 불가피해보인다. 

나고야의정서·유전자원법 본격 시행...'발등에 불' 국내사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자원을 이용해 얻은 이익을 자원 제공국에 공정하게 나누도록 한 국제 협약이다. 즉 타 국가의 천연물로 신약을 만들 경우 해당 국가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국민 위염약으로 자리잡은 천연물신약인 스티렌과 같은 약물을 개발할 때 사용된 천연물을 제공한 국가에 로열티를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맞물려 국내에서도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공유에 관한 법률'(이하 유전자원법)도 시행된다. 

이처럼 나고야의정서가 시행되면서 제약업계에서는 천연물의약품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국산 천연물의약품은 스티렌정·모티리톤정(동아에스티), 신바로캡슐(GC녹십자), 조인스정(SK케미칼), 시네츄라시럽(안국약품), 유토마외용액(영진약품), 레일라정(한국피엠지제약), 아피톡신주(구주제약)다.

개발 중인 의약품도 있다. 동아에스티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DA-9803,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DA-9801, 파킨슨병 치료제 DA-9805, 기능성소화불량증 치료제 DA-9701 등 4개 천연물의약품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영진약품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YPL-001은 지난해 미국 임상 2상을 완료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거나 판매 중인 국내 제약사들은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천연자원물을 갖고 있지만, 국내서 채취하고 가공하는 인건비가 비싸 다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 제약기업 대다수가 천연물의약품 원료가 되는 생물자원의 절반가량을 중국에서 들여온다는 점이다. 

실제 국립생물자원관이 160개 제약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해외 유전자원 조달국에 대한 응답 결과, 중국이 49.2%로 가장 많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개발 천연물 기반 의약품의 원료는 대부분 수입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나고야의정서는 큰 부담"이라며 "천연물의약품 R&D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규제 돌입...불확실한 이익공유 범위도 우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나고야의정서에 대비한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3월 생물유전자원 접근 이익공유(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Sharing, ABS) 관리 조례를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특허 출원 시 출처 공개 의무 ▲생물자원 보유인과의 이익 공유와 별도로 기금 명목으로 이익발생금 0.5~10% 추가 납부 등을 규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생물 유전자원을 보호하고 이용 국가들로부터 이익을 공유받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중국이 생물자원 주권 강화 일환으로 제정한 관련 조례안이 연내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다수 업체는 추가적 부담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기업의 또 하나의 우려는 불확실한 이익공유 범위다.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할 경우 제공국에서 이익 공유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료, 반제품, 무가공 등 수입에도 여러 사례가 있어 어떤 상황에 어떻게 이익을 공유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 

특히 통상적인 이익공유에 대한 부분도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나고야의정서에 따른 이익공유율은 0.5~10% 정도로 보지만, 이는 편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대책 없는 국내사 "정부 가이드라인 내놔야"...원가 상승 따른 약가인상 요구도 

업계는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나고야의정서 시행 이후 천연물신약 원료 관련 절차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국내외 법규 사항을 모니터링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탄한다. 

표준계약서, 절차 등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도 준비된 게 없지만 정부도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미래 예측성을 높일 수 있도록 천연자원물 제공 국가의 법령, 가이드라인 등을 정부가 정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유전자원을 이용하려면 정당한 이용료를 내라는 게 나고야의정서의 취지"라며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 간 협상을 통해 진행돼야 하는데 제공자와 이용자 간 협상에는 힘의 논리가 작용할 우려가 있는 만큼 국가 간 협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고야의정서 시행에 다른 합리적 약가 산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A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나고야의정서가 시행되면 원가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이에 따른 합리적 약가 산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의 경우 합성의약품 비중이 높아 나고야의정서 시행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자원 수급 불안정, 로열티 상승 등 수익성 악화는 뻔한 만큼 이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약가 인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측도 나름대로 나고야의정서 시행에 대응하고 있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제약기업을 대상을 유전자원법 시행령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했고, 환경부는 나고야의정서 시행에 맞춰 온라인통합신고시스템을 오픈할 계획이며, 유전자원정보관리센터를 통해 나고야의정서 비준국의 관련 법령 등을 번역,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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