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PSTF "65세 이상 무증상 성인에게 심전도 선별검사 권고할 근거 부족"
대한부정맥학회 "비용 대비 효과 반영한 결과…학회 차원 심전도 관련 대규모 연구 진행"

심방세동 진단을 위해 건강검진 시 심전도를 이용한 선별검사(이하 심전도 선별검사)가 필요한지에 대한 학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유럽심장학회(ESC)는 65세 이상으로 맥박에 문제가 있는 환자 전체에 심전도검사를 권유한다. 대한부정맥학회(회장 김영훈)도 숨겨진 부정맥 환자를 찾기 위해 2009년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서 제외된 심전도검사를 다시 포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그런데 최근 미국예방서비스테스크포스(USPSTF)가 심전도검사의 유용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65세 이상의 무증상 성인이 심방세동 진단을 위해 심전도 선별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USPSTF "심전도 선별검사의 혜택·위험 평가할 수 있는 근거 불충분"USPSTF는 '65세 이상의 무증상 성인이 심방세동 진단을 위해 심전도 선별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JAMA 8월 7일자에 실린 성명서를 통해 발표했다.최종 권고등급은 'I 등급'으로, 현재로서 심전도 선별검사로 심방세동 진단 시 혜택 및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성명서는 17개 연구에 포함된 65세 이상의 무증상 성인 총 13만 5300여명을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마련됐다. 심혈관질환 과거력이 있는 성인은 분석에서 제외됐다.USPSTF에 따르면, 심전도 선별검사로 과거에 확인하지 못한 심방세동 환자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맥박 진단(pulse palpation)으로 심방세동을 확인하는 것과 비교해 심전도 선별검사가 더 많은 심방세동 환자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심전도 선별검사를 진행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환자 예후를 비교한 연구가 없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았다.이와 함께 USPSTF는 심전도 선별검사로 심방세동을 진단해 치료를 시작하면 환자 예후가 더 개선되는지에 대한 근거 역시 부족하다는 입장이다.와파린, 비-비타민 K 경구용 항응고제(NOAC) 등 항응고요법으로 뇌졸중 및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증상 성인이 심전도 선별검사로 심방세동을 진단받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증상 발병 후 치료받는 경우와 비교해 예후가 더 좋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선별검사가 끝이 아니다?…확진·위양성 판단하는 검사 비용 상당이번 결정에는 비용 대비 혜택 측면에서 선별검사로 심전도검사를 권고해야 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적극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성명서에 대한 미국 뱁피스트 헬스(Baptist Health) John Mandrola 박사의 논평에 따르면, 무증상 성인에서 심전도 선별검사의 재정적 부담은 선별검사에 소요되는 단순 비용에 더해 심방세동 확진 및 위양성을 판단하기 위한 검사 비용이 수반된다.Mandrola 박사는 "심전도 선별검사에 따른 예후를 본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심방세동 진단을 위한 선별검사로 심전도검사를 권고한다면, 많은 사람이 심혈관질환을 정확하게 진단받을 수 있겠지만 동시에 오진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면서 "무증상 성인에게 심전도 선별검사의 혜택이 위험보다 크다는 점을 입증한 강력한 근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심전도 선별검사에 대한 무작위 임상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비용 대비 혜택 고려한 결정…향후 연구에 따라 변화 가능성 남아

국내 전문가들도 USPSTF가 비용 대비 혜택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한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A 교수는 "미국은 숨겨진 심방세동 환자를 찾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개념에 경제 논리를 반영한 것"이라며 "심전도 선별검사를 통해 발견된 심방세동 환자는 상태가 매우 경하고, 경우에 따라 치료나 추가 검사가 필요하지 않다. 일반 심방세동 환자와 마찬가지로 추후 복잡한 관혈적 검사 진행 시 따르는 위험을 고려한 권고안"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부정맥학회 김영훈 회장(안암병원 순환기내과)은 "미국은 비용 대비 혜택을 평가했을 때 큰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미국은 휴대용 심전도검사, 아이폰 기반의 심전도검사기기 등이 있어 추가로 심전도 선별검사를 받는 게 큰 혜택이 없다는 입장이다. 즉 65세 이상의 무증상 성인에게 심전도 선별검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닌, 심방세동 진단을 위한 선별검사에 심전도검사를 추가하는 게 큰 혜택이 없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USPSTF 성명서는 향후 진행되는 연구 결과에 따라 변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A 교수는 "비용 대비 혜택 측면에서 심전도 선별검사의 효율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추후 기존 진료실 검사 방법과 선별검사에 따른 예후를 비교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면 USPSTF의 태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한부정맥학회 "건강검진에 심전도 도입 위한 대규모 연구 진행 예정"

USPSTF가 무증상 성인에서 심전도 선별검사의 유용성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지만, 대한부정맥학회는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심전도검사를 포함시키기 위한 활동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 심전도검사 비용은 5000원, 환자 본인 부담금은 1000원에 불과하며 질환을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고 검사시간도 짧다. 심방세동 등 주요 부정맥은 무증상인 경우가 많고 65세 이상의 고령에서 흔히 발생하기에, 건강검진에 심전도 선별검사를 도입하는 지원이 시급하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학회는 심전도 선별검사의 유용성을 입증하고자 65세 이상의 무증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학회 차원의 대규모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를 제외한 노인 복지시설이나 주민센터, 보건소 등에서 심전도검사를 무작위로 시행해 심방세동을 진단받지 못한 이들의 비율을 확인하고 치료율도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심혈관질환 외의 다른 질환을 동반했거나 여러 원인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기에, 심전도검사에 따른 예후를 직접 비교한 무작위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움이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한 것이다. 

김 회장은 "65세 이상의 고령은 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을 때 심전도검사를 처음 받아본 경우가 적지 않다. 뇌졸중 고위험군인데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학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연구를 통해 숨겨져 있던 심방세동 환자 비율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심전도검사를 포함시켜 효율적으로 환자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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