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현안 해결 위한 지역병원협의회 구성...환자쏠림현상 개선 등 추진
"중병협 의견 개진 창구 역할" vs "상의없는 행동, 이해불가"

 

대한의사협회가 중소병원의 현안 해결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한다. 대한중소병원협회를 의협이 품에 안겠다는 모양새다. 

그런데 정작 중병협의 상위단체인 대한병원협회는 참여 요청에 응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면서 일각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말도 나온다. 

의협-중소병원장, 지역병원협의회 구성 

의협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최대집 회장과 중소병원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현안 논의를 위한 긴급 중소병원장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서는 중소병원을 살리기 위해 특단의 보건의료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가칭)지역병원협의회'를 구성키로 하고, 정부에 ▲급진적 보장성 강화정책의 원점 재검토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 개선 ▲중소병원 간호인력 수급문제 해결 대책 마련 등의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로 했다. 

특히 중소병원의 긴급 현안 해결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기 위해 지역병원협의회 주최 집회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중병협 말 안들어주는 병협?..."의협에서 입장 대변할 필요 있다"

의협은 중병협이 병협 안에서 의견을 개진할 창구가 없었기에 의협에서 이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중병협은 병협 산하에 있지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 않다"며 "병원의 입장, 병원 운영에 관한 게 주된 관심사일 뿐 봉직의의 의견이 조율되고 개진되는 창구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중병협은 중소병원장들의 모임이긴 하지만 의사들의 입장에 더 가까운 면이 있고 현재 병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며 "의협에서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협의체, 즉 지역병원협의회 진행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0~30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병원장들이 병협 안에서 의견 개진이 어려워 이 같은 모임을 만들게 됐다는 게 의협 측의 설명이다. 

정 대변인은 "문케어 발표 이후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소병원들이 우려했던 사항들이 현실화되고 있고, 최저임금도 인상되면서 중소병원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됐다"며 "병협 입장에서도 이런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협 참여요청에 '묵묵부답'...중병협에는 공문 안보내
참여 중소병원 이름 미공개...의협 "시도의사회 통해 진행"

중소병원의 긴급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의협과 중소병원장들이 모였지만, 정작 중소병원의 단체인 중병협, 상위단체인 병협과는 사전논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로 남을 전망이다. 

정 대변인은 "병협에 공문을 보냈지만 직접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며 "입장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병원도 마찬가지다. 

의협 한 관계자는 "의협 안에 중소병원 명단이 있는 게 아닌 만큼 공식적으로 모든 중소병원에 공문을 보낸 것은 아니다"며 "사실 병협을 통해 요청하는 게 맞지만 문제가 있어 시도의사회를 통해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 의협은 최근 중소병원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가칭)지역병원협의회를 구성, 중소병원의 긴급한 현안 해결에 나서겠다고 16일 밝혔다.

병협·중병협, 우려 표명...병원계, 회동 예정
서로 다른 입장이지만..."병협과 다른 길 아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병협과 중병협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병협 한 회원은 "의협에서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병협과 중병협이 있음에도 사전에 상의없이 취한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며 "중소병원의 긴급한 현안을 해결해준다기 보다는 정치적 협상에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간담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병협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며 "의협의 공식적인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병협은 의협 최대집 회장이 와해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칭)지역병원협의회의 의견이 중병협의 공식 의견으로 왜곡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중병협 정영호 회장은 "의협에서 중소병원의 현안을 논의하자고 요청한 바가 전혀 없다"며 "중병협에서 현안을 해결해나가고 있고 상당부분 진척되고 있는데 최대집 회장이 이를 흐트러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대정부 건의문도 마치 모든 중소병원이 의협과 함께 문케어를 완전 부정하는 것처럼 발표됐는데, 중병협의 공식 입장과 완전 다르다"며 "비급여의 급여화 자체 때문에 중병협이 투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상급종합병원협의회, 중병협, 병협 등 병원계 단체는 관련 내용을 주제로 회동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처럼 병협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지만 의협은 서로 다른 입장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함께 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사안에 따라 의견이 다르지만 현실적으로는 같이 행동하기 힘들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면서도 "서로 의사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앞으로 협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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