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분석 결과, 소아청소년 메틸페니데이트·성인 암페타민이 효과적이고 내약성 우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환자 치료 시 선택하는 1차 약제가 연령에 따라 달라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ADHD 치료제 관련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단기간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치료제는 소아·청소년이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성인이 암페타민(amphetamine)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주요 ADHD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1차 치료제에 대해 조금씩 다른 견해를 보여왔다. 

2018년 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소(NICE)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및 성인 ADHD 환자에게 메틸페니데이트를 1차 치료제로 권고했다. 

반면 2014년 European Network Adult ADHD가 발표한 성인 ADHD 진단 및 치료 성명서에서는 소아·청소년 및 성인 ADHD 환자의 1차 치료제로 메틸페니데이트와 암페타민 모두 선택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연구를 진행한 영국 옥스퍼드대학 Andrea Cipriani 교수는 "가이드라인마다 ADHD 환자 연령별로 선호하는 치료제가 일치하지 않고, ADHD 치료제의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며 "소아·청소년, 성인에게 최적의 ADHD 치료제를 확인하고자 이번 메타분석을 진행했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Lancet Psychiatry 8월 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133개 연구 메타분석…12주 시점 ADHD 증상 완화 및 내약성 비교

연구팀은 2017년 4월까지 발표된 ADHD 치료제 관련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군 연구 133개를 메타분석했다.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81개, 성인 관련 연구 51개, 소아·청소년 및 성인 모두를 대상으로 한 연구 1개가 포함됐다.

각 연구에서는 위약 대비 △리스덱삼페타민(lisdexamfetamine)을 포함한 암페타민 △아토목세틴(atomoxetine) △부프로피온(bupropion) △클로니딘(clonidine) △구아파신(guanfacine) △메틸페니데이트 △모다피닐(modafinil)의 효능 및 안전성을 비교했다. 

1차 종료점은 12주 시점에 평가한 ADHD 치료제의 효능 및 내약성으로 정의했다. 효능은 의료진 또는 교사가 평가한 ADHD 중증도 변화로 설정해, 위약과 비교한 표준화된 평균 차이(standardized mean differences, SMD)를 산출했다. SMD는 음수이면서 절댓값이 클수록 위약보다 치료제가 효과적임을 의미한다. 내약성은 약물 관련 이상반응으로 인해 연구를 중단한 환자 비율로 평가했다. 

먼저 소아·청소년 ADHD 환자를 대상으로 12주 시점의 치료제 효능을 분석한 결과, 의료진 평가에 따른 ADHD 증상 완화 정도는 모든 치료제가 위약 대비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교사 평가에서는 메틸페니데이트와 모다피닐만이 ADHD 증상 완화 효과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메틸페니데이트의 SMD는 -0.82(SMD -0.82; 95% CI -1·16~-0·48), 모다피닐은 -0.76(SMD -0.76; 95% CI -1·15 to -0·37)으로,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ADHD 증상이 완화됐다. 그러나 아토목세틴, 부프로피온, 구아파신은 위약과 비교해 유의미한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성인 ADHD 환자에게도 대다수 치료제가 위약보다 ADHD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었지만, 모다피닐만은 예외였다. 모다피닐의 SMD는 0.16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으나 오히려 위약의 치료 효과가 더 컸다(SMD 0.16; 95% CI -0.28~0.59). 

ADHD 치료제 중 성인 환자의 증상 완화에 가장 효과를 보인 약물은 암페타민으로, SMD는 -0.79로 산출됐다(SMD -0.79; 95% CI -0.99~-0.58).

내약성 측면에서는 연령과 관계없이 모든 환자에서 암페타민이 위약보다 열등했다. 이상반응으로 연구를 중단할 위험은 위약과 비교해 암페타민을 복용한 소아·청소년 환자에서 2.3배(OR 2.3; 95% CI 1.36~3.89), 성인 환자에서 3.26배(OR 3.26; 95% CI 1.54~6.92) 높았던 것.

이와 함께 소아·청소년 환자는 암페타민과 구아파신을 복용한 경우 이상반응으로 연구를 중단할 위험이 상당했다. 다만 성인 환자는 부프로피온을 제외한 모든 약물의 내약성이 좋지 않았다.

이를 종합했을 때 메틸페니데이트가 소아·청소년 ADHD 환자의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면서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적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아울러 성인 ADHD 환자에서 치료제의 내약성이 유사했기에, 효과 측면에서 승기를 잡은 암페타민이 1차 치료제로 지위를 획득했다. 

연구를 진행한 영국 옥스퍼드대학 Andrea Cipriani 교수는 "연구 결과 ADHD 환자의 연령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1차 치료제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는 의료진, 환자, 가족들이 ADHD 치료제를 선택할 때 도움을 줄 것"이라며 "향후 장기간 치료 효능 및 내약성을 분석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암페타민 도입 안 돼…메타분석이기에 제한적으로 받아들여야"

다만 이번 연구는 약물 간 효능 및 안전성을 직접 비교하지 않고 그동안 발표된 연구들을 메타분석했다는 한계점이 있다. 

성균관의대 홍진표 교수(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이번 연구는 메타분석으로, 소아·청소년 또는 성인을 대상으로 각각 진행한 연구를 모아 분석한 것"이라며 "결국 다른 디자인으로 진행된 연구이기에, 같은 치료제이더라도 연구에서 어떤 기준으로 효능 및 내약성을 판단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약물 간 효과를 비교한 헤드투헤드 연구가 아니기에 이번 결과를 제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 결과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인 ADHD 환자 치료에 최적 치료제로 꼽힌 암페타민은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고, 국내 임상에서는 소아·청소년 및 성인 ADHD 환자 치료에 메틸페니데이트를 주로 처방하기 때문이다.

2017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한국형 치료 권고안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메틸페니데이트(약물명: 콘서타, 메디키넷)와 아토목세틴이 국내 성인 ADHD 약물치료로 승인받았다. 소아 ADHD 치료에는 6세 이상에서 메틸페니데이트 등의 중추신경자극제와 아토목세틴과 같은 비중추신경자극제를 투약할 수 있다. 

홍 교수는 "암페타민은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약물이다"면서 "국내에서는 소아·청소년 및 성인 ADHD 약물 치료전략을 크게 나누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외 전문가도 이번 연구 결과가 임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대학 Anne Arnett 교수는 논평을 통해 "연구에서는 5~12세 소아와 13~18세 청소년 간 ADHD 치료제 효능 차이가 있는지 평가하지 않았다. 게다가 치료 기간에 대한 데이터 역시 부족하다"면서 "이번 메타분석 결과는 임상에서 ADHD 치료제 선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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