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의뢰서 인정여부 두고 의원-병원 온도차
"상급병원도 예외둬야" vs "종합병원도 안돼"

 

대형병원 외래 이용시 환자가 더 많은 약값을 내도록 하는,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확대 계획을 놓고 의료계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전달체계 개선과 환자 편의제고를 위해 계획의 수정이 필요하다는게 대체적인 분위기인데, 구체적인 해법을 두고는 동네의원과 병원간 의견이 엇갈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대상질환 확대방안'을 보고했다.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는 경증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이용할 경우 환자가 약값을 더 내도록 하는 제도다. 경증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찾는 비효율성을 제고하고, 일차의료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원외처방 약제비는 의료기관 종류에 관계없이 본인부담률이 30%이지만, 복지부장관이 고시한 경증질환으로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으면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50%, 종합병원은 40%까지 부담금의 비율이 올라간다.

고시된 경증질환은 현재 52개로 복지부는 이를 1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중이염·티눈·결막염 등의 상병이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대상질환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이어 더해 정부는 제도 확대시행으로 인한 환자불편 등 부작용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차등제 적용 예외 기준'을 마련키도 했다.

장 감염·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 등 일부 상병에 대해서는 6세 미만 소아에 한해 차등제 적용을 배제하고, 새로 추가되는 상병 중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종합병원으로 진료를 의뢰하는 경우에는 한시적으로 차등제 적용 대상에서 예외를 둔다는 방침이다.

"의학적 필요에 따른 상급종합병원 방문에도 패널티? 불합리"

병원계는 전달체계 확립 차원에서 차등제 대상질환 확대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환자 편의 제고 차원에서 일부 내용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의원에서 종합병원 진료를 의뢰한 경우에만 차등제를 적용받지 않도록 해, 상급종합병원 방문 환자는 의학적 필요에 의해 의뢰서를 받아온 경우라도 본인부담률이 올라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암 수술을 앞두고 있던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의원에서 관리를 받던 중 통증조절이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진뢰의뢰서를 받아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할 경우, 의학적 필요에 따른 전원임에도 불구 환자가 약값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이는 불합리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대형병원 쏠림 특단 대책 필요, 종합병원 적용예외도 삭제해야"

반대로 의원급 의료기관은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종합병원에 대해서도 차등제 적용에 예외를 두지 않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원협회는 18일 성명을 내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종합병원으로 진료를 의뢰하는 경우,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방안은 현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나온 얘기"라며 "종합병원 방문 환자에 대한 진료의뢰서 예외 규정을 즉각 삭제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환자가 약제비 절감을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의뢰서 발급을 요청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만일 이러한 진료의뢰서 발급을 거부할 경우, 환자와 의사 관계의 신뢰는 깨지고 자칫 진료거부로 인지되어 민원 발생의 소지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이에 더해 종별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이를 더 크게 벌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의원급 처방 약제비의 본임부담률은 20%로 하향하고, 병원급은 40%, 종합병원은 60%, 상급종합병원은 80%로 높여 경증질환으로 대형병원을 방문하는 행태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원협회는 "2015년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감기 등 가벼운 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이용할 경우 진료비나 약값을 더 내도록 하는 의료전달체계 보호막 설치가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며 "적극적 제도 개선에 대한 국민의 저항은 매우 적을 것이고, 오히려 환영받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