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화 이후 병원들 일반병실 줄이고 2·3인실 늘려
환자 쏠림 우려도 현실화...상급종병 급여수익 5000억원 ↑

 

상급병실료 급여화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입원급여비 수익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의 우려대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현실화된데, 병원들이 제도 시행에 발맞춰 일반병실 규모를 줄이고, 급여화된 2~3인 병실을 대폭 늘린 결과다.

급여화 정책 시행 이후, 다인실 병상의 숫자가 오히려 줄어들면서 '국민의 입원비 부담을 완화한다'는 당초 정책취지도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7~8월 42개 상급종병의 입원급여비 수익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실제 42개 상급종병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7월과 8월 두 달 간 입원급여비 총액은 1조 896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입원급여비(1조 3673억원) 대비 5094억원이 증가했다. 급여화 직전인 올해 5~6월과 비교해도, 두 달 간 입원급여비가 5094억원이나 늘었다.

▲윤소하 의원실

7월 1일은 상급병실료 급여화가 시작된 시점이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차원에서 종합병원급 이상 4~6인실에만 적용하던 건강보험을 2·3인실까지 확대 적용된 것.

정부는 당초 전국 42개 상급종병과 61개 종합병원의 상급병실 1만 4588여개가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되고, 이에 따라 연간 상급종병에 2370억원, 종합병원에 1426억원 등 총 3796억원 규모의 건강보험료가 추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급여화에 따른 영향은 정부 예상치를 훌쩍 뛰어 넘었다. 제도 시행 2달만에 당초 추계치를 2배가 넘는 금액이 상급병원으로 쏟아져 들어간 것이다.

상급종병으로의 급여비 쏠림은 물론, 상급종합병원 내 급여비 쏠림도 심해졌다.

윤 의원에 따르면 제도 시행 첫 달인 올 7월 입원급여비 상위 10개 의료기관의 입원급여비 총액은 49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3267억원) 대비 1735억 원 증가한 금액이다.

전체 입원 급여비 중 상위 10개 병원이 차지하는 비중도 48%로 전년대비 3.6%p 늘었다. 총 입원 급여비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상위 10개 의료기관이 차지하고 있다.

▲윤소하 의원실.

입원비 급증의 원인으로는 병원들의 병실 규모 변경이 꼽힌다. 2·3인실 급여화가 결정되자 병원들이 4~6인실 일반병실을 줄이고, 2·3인 상급병실의 규모를 늘린 것.

윤 의원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42개 상급종합병원들은 4인실 148개, 5인실 63개, 6인실 236개 등 4~6인실에서 총 447개 병상을 줄이고, 2인실 338개, 3인실 114개 등 2·3인실에서 총 452개 병상을 늘렸다.

61개 종합병원의 경우도 6인실은 무려 2009개 병상이 줄어든 반면, 2·3인실 병상은 1419개 늘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모두 더하면 4~6인실은 1,095개 병상이 줄었고 2·3인실은 1871개 병상이 증가했다.

이는 곧 환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6인실 하루 입원료는 63,160원, 환자의 본인부담금(20%)은 1만 2630원이다. 2인실 하루 입원료는 16만 1700원. 상급병실 급여화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50%로 줄였다 하더라도 실제 환자가 내야하는 금액은 8만 850원으로 6인실에 비해 6배나 많다.

환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행한 상급병실료 건강보험 적용이 오히려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 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윤소하 의원실

윤소하 의원은 "2·3인실 입원료 건강보험적용을 통해 환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책 목표는 훌륭했지만, 병원이 4~6인실을 줄이면서 정책목표가 무색하게 됐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한다면서 상급종합병원에 안정적인 수익만 지원해 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3인실 입원료를 4인실 수준으로 낮춰 병원이 추가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도록 통제하고, 정책 도입에 따른 병실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4~6인실을 줄여 정책 목표를 훼손한 병원에 대한 패널티를 주는 등 복지부의 적극적인 정책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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