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집중투자 선회…의료기기 사업 매각 절차 차근차근 진행 중

 

삼성그룹이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삼아 야심차게 진출했던 의료기기 사업 부문이 크게 축소되고 있다. 

삼성 그룹의 이 같은 사업 기조에 삼성메디슨의 향방에도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삼성그룹, 투자계획 발표…"바이오, 제2의 반도체 사업"

삼성그룹은 지난 8월 18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 AI,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신산업 분야에서 리더십을 선점하겠다고 했다. 

삼성의 투자계획에서 주목할 점은 AI, 5G,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했다는 부분이다.

삼성그룹은 "바이오 사업은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고령화와 만성질환, 난치질환 증가 등 사회적 요구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라며 "바이오시밀러(제약), CMO(의약품 위탁생산) 등에 집중 투자해 '제2의 반도체'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AI, 5G, 바이오 사업 등에 약 25조원을 투자해 미래 산업 경쟁력 제고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의 투자계획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는 의료기기 분야 투자 계획은 없다는 점이다. 의료기기 사업에 진출한지 8년 만에 해당 사업을 성장 불가능한 영역으로 결론내린 셈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이 의료기기 사업 전반을 완전히 정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 측면에서 볼 때 삼성은 의료기기 사업부를 정리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수년 동안 수익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인력 구조조정 측면에서도 삼성에게 의료기기 사업부 정리는 매력적인 카드"라고 전했다. 

삼성은 의료기기 법인 정리 중

실제 삼성그룹은 의료기기 사업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 전문 제조업체 레이를 매각했다. 

인수 당시 1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레이는 2011년과 2012년 손실 규모가 배 이상 커졌고, 2012년에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13년 삼성전자가 20억원이 넘는 일감을 지원해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섰지만, 과거 손실이 워낙 컸던 탓에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이 매각한 의료기기 업체는 이 뿐만 아니다. 올해 6월에는 2011년 말 인수한 인체용 체외진단기기업체 넥서스를 인수 7년만에 매각했다. 이는 이미 올해 4월 경영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려 둔 상태였다. 이에 따라 삼성은 삼성일렉트로닉아메리카(SEA) 자회사였던 넥서스를 독일 기업에 매각키로 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에는 IVD 사업 매각 계획도 밝혔다. IVD는 체외진단의료기기 생산 사업으로, 삼성에 따르면 일본 제약·의료기기 전문업체인 일본 니프로가 인수할 계획이다. 

100여 명 규모의 IVD 직원 전부를 고용승계하는 방식으로 매각·인수가 진행되며, 절차는 곧 마무리 될 것으로 전해진다. 

 

메디슨의 행방은 어디로?

삼성의 앞선 결정을 고려하면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삼았던 의료기기 사업 부문은 상당 부분 축소된 셈이다. 이에 따라 2012년 12월 3313억원을 들여 인수한 메디슨의 행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10년 후 삼성메디슨을 연매출 10조원을 달성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며 의료기기 사업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삼성메디슨에게 녹록지 않아 보인다. 

삼성의 의료기기 사업은 삼성전자 내부 사업부와 삼성메디슨 두 곳으로 나뉜다.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는 영상진단기를, 삼성메디슨은 초음파 진단기기 등에 주력하고 있다. 

그간 실적을 보면 삼성메디슨은 수년간 성장이 정체돼 있다. 인수 전인 2011년 238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삼성메디슨은 인수된 2012년 2770억원으로 소폭 매출이 증가했지만, 2013년 2689억원, 2014년 2847억원, 2015년 2683억원, 2016년 2599억원, 2017년 3026억원으로 이렇다할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메디슨은 148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늘었지만, 1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의료기기 사업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공격적인 투자를 중단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삼성메디슨의 실적 악화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메디슨은 GE헬스케어와 지멘스 헬스케어가 점유한 고급 초음파 기술력의 장벽을 넘지 못했고, 다수 기업들이 중저가 초음파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렸다"고 진단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메디슨 매각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업계 일각에서 삼성메디슨 매각설이 제기되자, 삼성은 "삼성전자는 삼성메디슨과 함께 영상진단기기 사업을 확장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출범 당시만 해도 영리병원 규제 완화 등 신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의료민영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장이 열리지 못했다"며 "기존 사업들과도 시너지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 매각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메디슨은 의료기기 사업 철수는 기우라고 했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삼성 의료기기 사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영상처리기술 등 핵심 역량을 보유한 영상진단기기 분야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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