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임영석 교수 만성 B형간염약간 암발생률 분석 새로운 방향 제시

만성 B형간염 치료제간 간암 예방효과가 다르다는 내용의 국내 코호트 연구가 미국의사협회 발간저널인 JAMA Oncology(IF 20.9)에 실리면서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연구의 결론은 테노포비르(tenofovir)가 엔테카비르(entecavir) 대비 간암 발생률이 39% 더 낮다는 것. 특히 저널에는 미국 간학회의 가이드라인을 주도하고 있는 전문의의 관련 사설(Editorial)도 같이 실렸는데 차후 변화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가이드라인 개정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를 만나 연구 배경, 결과, 의미 등을 들어봤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

-연구 배경이 궁금하다.

항암제의 경우 신약승인 기준은 암환자들의 생존율 개선이다. 이를 입증 못하면 승인이 되지 않는다.

반면 병세가 매우 느리게 진행하는 만성질환 치료제들은 중간 표지자 개선 효과만 입증해도 신약 승인이 가능하다. B형간염 치료제들은 바이러스 역가 및 간효소 수치 감소 효과 입증으로 승인이 되어 왔다.

그러나, 그렇게 승인된 약들이 환자들의 생존률과 간암 발생률을 어느 정도로 개선시키는지는 수천-수만명의 치료 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규명할 수 있다. 사망이나 간암 발생 등 임상 결과가 연간 1% 내외로 낮게 나타나기 때문에, 전향적 임상시험으로 약제간의 차이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두 약제 즉, 엔테카비르와 테노포비르를 우리나라 건보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비교분석하였다. 해당 주제가 지난 2016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기획과제로 선정이 됐고, 대한간학회 추천을 받아 대표 임상 연구자로 참여했다.

-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수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

이번 연구에서 만성 B형간염 환자를 1년간 치료했을 때 엔테카비르군과 테노포비르군의 간암발생은 각각 1.06명과 0.64명으로 나왔다(HR, 0.61; 95% CI, 0.54-0.70). 수치적으로 1000환자-명 당 10명과 4명꼴이지만 인구가 10만명이면 각각 1000명과 600명이 된다. 또 1000만명 인구에서는 10만명과 6만명으로 커진다. 게다가 평생 복용하는 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커질 것이다. 둘 다 좋은 항바이러스 제제이고 간암 발생을 예방하지만 약제간의 차이는 존재한다는 뜻이다.

- 관련연구가 해외에도 있나?

국가코호트(리얼월드연구) 연구의 핵심은 재현성이다. 같은 방식의 연구를 우리병원(서울아산병원) 데이터로 검증했는데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엔테카비르에 대비한 테노포비르의 상대적 간암 발생 감소율이 건보공단 자료의 경우와 매우 비슷하게 35%였다. 사실 이런 결과가 JAMA Oncology에 실리는 결정적 역할이 됐다. 또한 유사한 연구가 홍콩과 중국에서도 시행됐는데 모두 같은 결론이었다. 따라서 약제간 차이는 일관된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엔테카비르가 테노포비르보다 간암발생을 더 줄인다는 보고는 없다.

- 차이는 왜 발생한 것인가?

임상연구자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기존의 다른 연구를 인용하면 두 가지 가설로 설명할 수 있다. 엔테카비르가 과거 동물 연구에서 종양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왔는데 당시만 해도 종특이적인 발생이라고 해석을 했었다. 엔테카비르가 임상에 도입될 당시인 2007년에는 그 보다 더 높은 효능과 안전성을 보인 약제가 없었기 때문에 크게 환영을 받았고 실제 환자들의 예후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후 2012년 말에 매우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 효능과 내성 발생 저항성을 가진 테노포비르가 나오면서 비교대상이 달라졌고, 두 가지 약제 중 어느 것이 환자들의 임상 결과를 더 개선시키는지에 대한 명확한 연구 결과가 절실히 필요했다. 두 번째 가설은 최근 일본 실험실 연구에서 엔테카비르 대비 테노포비르에서 인터페론 람다 유발 효과가 유의하게 더 크다고 보고됐었다.

이는 면역증강효과로 설명할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면역력이 강해지면 암은 적게 생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단 약제간의 면역 강화 효과 차이는 앞으로 실험실적으로 더 입증되어야 한다.

- 환자입장에서는 처방변경을 원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의견인가?

간암은 발생하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점에서 보면 처방을 변경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 우선 신환은 테노포비르 처방이 바람직하겠고, 이 경우에는 급여 적용에 문제도 없다. 하지만 기존 엔테카비르 복용환자의 처방변경 문제는 엄밀하게 말하면 이번 데이터에서 답을 주기는 어렵다.

이번 연구는 초 치료 환자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방 변경을 하는 환자에서도 암 예방 혜택은 있을 것으로 추정은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현재는 처방 변경에 대해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서 문제다. 이 점에서 환자들이 불안해할 수도 있겠지만 비용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빠른 시간 안에 급여문제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진료의 질을 높이는 과정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관련 학회에서 급여 개선을 위해 건강보험 심사 평가원을 설득하는 노력을 하겠지만, 실제 급여 기준 변경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환자들이 이해해주면 좋겠다.

- 공익적 연구를 정책(급여)에 반영 문제도 본격화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다만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국가 연구비 수행연구라도 학계에서 높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는지가 중요하다. 과거에 전문가 단체인 학회에서 검증되지 않은 민감한 연구 결과가 일반 대중에게 먼저 공개됨으로써 파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전문적인 의학적 연구 결과의 평가는 반드시 전문가 사회에서 철저하게 검증된 후 일반 대중에게 공개 되어야만 그 결과가 실제 진료의 개선에 적용될 수 있다. 다행히, 이번 연구는 엄격한 동료평가(peer review)를 받고 종양학계에서 상당히 권위있는 저널에 실렸다. 그런 측면에서 적어도 학계에서 어느 정도의 공신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겠다.

두 번째는 미국 간학회 가이드라인 개정 위원인 Jennifer A. Flemming 교스(퀸즈의대)와 Norah A. Terrault(캘리포니아의대)의 논평을 통해 가이드라인 변경 가능성의견도 확보한 점이다. 엔테카비르를 복용중인 환자들이 많이 불안해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신속하게 국제 및 국내 가이드라인이 개정되고, 그 이후 처방 변경에 대한 급여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 최근 리얼월드 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

B형간염 등 만성질환에서 암이나 사망 등 임상결과는 드물게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제들의 간암 예방 효과를 전향적 임상시험으로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를 입증하려면 최소한 수천-수만명을 등록해서 5년 이상 동안 연구를 지속 해야 한다.

특허가 끝난 약을 제약사가 비용을 들여 연구할리 만무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준비에 1-2년, 등록기간 2~3년, 연구 5년 등 약 10년 이상이 걸린다. 그 사이에 이미 더 좋은 약이라도 나온다면 이런 연구가 필요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런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연구는 리얼월드 데이터다.

엄격한 원칙에 의해 과학적으로 잘 수행이 된다면 임상시험과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10여년 전에 다 입증됐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건보공단 빅데이터 분석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원이다. 이번 연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익적 목적의 연구를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를 다소 완화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 이번 연구에서 내성 관련 문제는 어떻게 나왔나?

이번 연구에서 내성검사는 일일이 분석하지 않았다. 건보공단 데이터로는 검사자료가 없어서 분석 자체가 불가능했다. 병원 데이터는 약제내성 검사 전에 바꿔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치료 1년째 바이러스 반응 달성률을 분석했는데, 바이러스 반응 달성률도 테노포비르가 유의하게 더 높았다. 치료 중 약제 변경 비율 또한 엔테카비르는 11.7%, 테노포비르는 0.2%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그 원인 중에 상당부분 내성 또는 약제효과 미흡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중요한 것은 약제 변경한 환자를 포함하든 제외하든 두 약제간에 유의한 간암 발생 차이는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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