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의대 최진오 교수팀, 국내 HFmrEF 환자 데이터 분석해 예후 개선하는 치료전략 제시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안갯속에 가려졌던 박출률 경계 심부전(heart failure with midrange ejection fraction, HFmrEF) 환자의 맞춤 치료전략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성균관의대 최진오 교수팀(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은 국내 심부전 등록연구에 참여한 HFmrEF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전략을 제시했다(J Am Heart Assoc 2018;7:e009806).

최종 결과에 따르면, HFmrEF 환자 예후 개선에 베타차단제 및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 차단제(renin-angiotensin system blocker, RASB)가 효과적이었다.  

반면 알도스테론 길항제(aldosterone antagonist AA)는 HFmrEF 환자에게 생존 혜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심부전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지 않은 HFmrEF 환자 치료전략을 평가해 향후 관련 임상연구의 필요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HFmrEF 예후·치료전략 '불확실'

그동안 HFmrEF는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좌심실 박출률(LVEF)<40%)과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LVEF≥50%) 사이에 존재해 '회색지대(gray zone)'로 간주됐다.

하지만 2016년 유럽심장학회(ESC)는 심부전 가이드라인을 통해 HFmrEF를 처음으로 독립적인 환자군으로 분류, LVEF가 40~49%라면 HFmrEF로 정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HFmrEF 환자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2016년 대한심장학회 심부전연구회가 발표한 '만성 심부전 진료지침'에서는 LVEF가 41~49% 환자를 HFmrEF로, 40% 초과한 환자를 개선형으로 명시했다.

최근 HFmrEF에 대한 정의가 명료해진 까닭은 LVEF가 40~49%인 심부전 환자군의 예후 및 치료전략에 대한 연구 활성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LVEF는 가변적이고 평가가 어려우므로 HFmrEF 환자에 관한 치료지침 제정을 위한 추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대다수 심부전 관련 연구는 HFrEF 또는 HFpEF 환자에 집중됐다. 이는 HFmrEF 환자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때문에 HFmrEF 환자 예후가 HFrEF 또는 HFpEF 환자 중 어떤 환자와 더 유사한지 알 수 없으며 치료전략도 확실하지 않다.

이에 HFmrEF를 독립적인 환자군으로 명시한 것은 관련 연구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최진오 교수는 "임상연구 진행 시 환자군을 LVEF에 따라 분류한다. 주로 LVEF가 40% 또는 35% 미만이거나 50% 또는 45% 이상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고 이에 대한 데이터도 많이 쌓였다"며 "하지만 LVEF가 40~49%인 환자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학계의 컨센서스가 형성됐다. 연구 활성화를 위해 ESC에서 HFmrEF 정의를 정리해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심부전 등록연구 데이터 분석…베타차단제·RASB 생존 혜택 확인

이에 최 교수는 확실하지 않은 HFmrEF 환자 특징을 확인하고 예후 개선에 효과적인 치료전략을 평가하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서는 국내 심부전 등록연구인 KorHF(Korean Heart Failure Registry)와 KorAHF(Korean Acute Heart Failure Registry)에 포함된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한 HFmrEF 환자 1144명의 데이터를 비교·평가했다. 평균 나이는 70.7세였고 남성이 46.5%를 차지했다. 

HFmrEF 환자가 퇴원 당시 처방받은 치료제는 RASB가 64.4%로 가장 많았고(737명), 베타차단제가 54.2%(620명), AA가 37.8%(433명)로 그 뒤를 이었다. 

세 가지 치료제는 HFrEF 환자에게 처방되며, 가이드라인에서는 베타차단제 및 RASB를 가장 강하게 권고하고 치료 후에도 증상이 있다면 AA를 복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달리 HFpEF 환자에서는 이 같은 치료전략이 예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보고된다. 

연구 추적관찰 기간(중앙값)은 27개월이었으며, 가장 오래 추적관찰된 환자는 37개월이었다. 3년 동안 총 354명(39.9%)이 사망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성향점수 매칭 및 역확률 가중치(inverse-probability-weighted method) 등 민감도분석을 진행한 결과, 베타차단제 복용군과 RASB 복용군은 각각 치료제 비복용군과 비교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베타차단제 복용군과 베타차단제 비복용군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각각 30.7%와 38.2%로, 베타차단제 복용 시 사망 위험이 약 25% 감소했다(HR 0.758; 95% CI 0.615~0.934; P=0.009).

이와 유사하게 RASB 복용군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31.9%, RASB 비복용군은 38.1%로, 사망 위험은 RASB 복용군에서 24% 낮았다(HR 0.76; 95% CI 0.618~0.946; P=0.013).

반면 AA는 유의미한 생존 혜택이 나타나지 않았다. AA 복용군과 AA 비복용군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각각 34.2%와 34%로 비슷했다(HR 1.063; 95% CI 0.858~1.317; P=0.578). 이 같은 결과는 다변량 민감도 분석에서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결과를 종합했을 때 HFmrEF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전략은 HFrEF 환자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최 교수의 전언이다. 다만 AA는 베타차단제와 RASB를 모두 복용한 후 증상이 남아있을 때 추가로 투약하기에 생존 혜택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최 교수는 "연구 결과 HFmrEF는 HFrEF와 치료전략이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치료에 따른 예후는 HFrEF 환자보다 더 좋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결론 내렸다.

"치료전략에 대한 가설 제시…향후 임상연구 필요"

이번 연구는 무작위 임상연구가 아니기에 HFmrEF 환자 치료전략을 확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HFmrEF 환자를 타깃으로 한 임상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번 연구가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최 교수는 "국내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임상연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보여줬다. 하나의 가설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뿐 아니라 다른 연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우리 연구는 그중 하나다. 향후 HFmrEF 환자에게 어떤 치료제를 얼마나 투약해야 할지에 대한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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