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 영리화 시발점 될 것" ... 보건의료노조 "폐원 요구하는 투쟁에 들어간다"

녹지국제병원 허용을 발표하는 원희룡 제주지사.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영리병원이 제주도에서 처음 허용되면서 보건의료계가 다시 격랑 속으로 빠지게 됐다. 

5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서귀포시 토평동에 조성된 헬스케어타운에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녹지제주유한회사)가 건립한 외국 의료기관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진료대상은 '외국인 의료 관광객'으로 한정됐지만, 의료 영리화를 가속화할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와 보건의료단체는 즉각 반대했다. 

의사협회는 영리병원은 외국 투자자본 유치의 목적만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국내 의료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외국 투자 자본으로 설립한 의료기관인 만큼 국내 기존 의료기관과 같이 환자 건강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수익창출에 초점을 두고 의료기관이 운영, 국내 의료체계를 왜곡하고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번 결정은 공공의료 강화와 문재인 케어를 필두로 한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비급여 비용 지출절감 등의 정책을 펼치는 정책 기조에 역행하고, 국민이 정부에 기대하는 역할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외국인 환자 유치 등을 위해서라는 의견에 대해서도 비판 의견을 냈다.

이미 국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영리병원을 설립하겠다는 것은 국내 의료체계를 무시하고 왜곡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병원이 들어서는 제주도 서귀포시 헬스케어 타운 모습.

전국보건의료노조도 원희룡 지사를 맹비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5일 성명서를 내고 원희룡 지사가 숙의민주주의형 공론조사 결과를 존중해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결정하겠다며 만천하에 공언한 약속마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바닥에 내팽개치고야 말았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녹지국제병원 설립은 그 자체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참변이다. 때문에 십 수 년을 넘게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개원허가를 막아왔다"며 "녹지국제 영리병원은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의 체계를 벗어남으로 인해 과잉진료, 비급여 진료 증가, 의료상업화, 의료비 폭등, 의료양극화, 의료공공성 파괴, 국민건강보험 붕괴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는 각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문재인 정부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당장 녹지국제 영리병원의 철회와 폐원을 요구하는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