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血도 이식의 일종 많이 쓰면 이식 부작용 높아져
선진국에서는 PBM 개념 도입 최소 수혈만 시행

 

[메디칼업저버 박상준 기자]국내 수혈 기준이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를 중심으로 서서히 커지고 있다. 덩달아 수혈이 무조건 좋다는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혈에 대한 인식은 선진국에 비해 관대한 편이다. 많은 병원들이 수술을 하다 피가 모자라는 상황이 오면 거리낌없이 수혈을 하고 있다. 가격도 싸고 접근성도 낮아 제한도 없다.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인구대비 수혈률은 선진국보다 두 배 더 높은 편이다.

더 큰 문제는 수혈로 인한 안전 문제를 아직 심각하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우선 수혈을 하게 되면 혈액에 포함된 여러가지 알 수 없는 감염성 질환이 환자에 동시에 환자에 이식되면서 장기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지 모른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간염, 에이즈 혈액 수혈 외에도 잠재적 감염과 면역질환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혈액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재무이사인 서울대 김경환 교수(흉부외과)는 "장기만 이식이 아니다. 혈액도 하나의 이식이다. 이식된 장기가 몸안으로 들어가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듯이 혈액도 타인의 몸으로 들어가면 같은 반응이 나타난다. 특히 이식형숙주질환 반응이 나타나 생명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환자예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수혈을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이 그렇지 않는 환자보다 나쁘다는 장기적 관찰 연구가 많은 논문으로 나와 있다.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수혈보다는 수혈을 하지 않는 무수혈과 수술 과정에서 흘린 피를 모아 재사용하는 자가수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가급적이면 타액 수혈은 최소화하고 있다. 이런 개념이 환자혈액관리(PBM)이다.

환자혈액관리(PBM)는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 최적화된 진료를 제공하는 증거기반의 다학제적 접근방법이다. 지난 2001년 미국혈액관리학회에서 처음 소개됐으나 혈액중심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가 많은 의사들의 노력으로 2012년부터 전 세계 임상에서 적용되기 시작했다.

순천향의대 이정재 교수(산부인과, 부원장)는 "혈액 부족환자에게 최소 수혈을 시행하거나 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적정량만 투여해서 결과를 더 좋게 하는 것이고, 또한 스스로 몸에서 혈액을 만들 수 있도록 해서 수혈가능성을 낮추거나, 수술 중에도 큰 출혈이 없으면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회복하는 관리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개념이 역사는 짧지만 다행히 국내 의료계에서도 서서히 자리 잡혀가고 있다.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엄태현 회장(인재의대 일산백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환자혈액관리 개념이 수술을 하는 외과만 강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모든과 즉 마취과, 진단검사의학과, 중환자의학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내과 등이 모두 같은 뜻을 내야 실현가능하다. 다행히 필요성을 인지하고 현재 많은 의료계에서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 혈액 수급비상 확산 불가피

이처럼 많은 의사들이 이구동성을 내는 배경에는 국내 혈액수급에 대한 불안감도 깔려 있다. 현재 적혈구제제 사용량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일본, 호주 등 기타 선진국 대비 사용량이 많은 편이다. 선진국은 2013년 이후 환자혈액관리(PBM), 사용량 감시 및 통제 시스템 등을 도입해 혈액사용량이 감축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늘고 있다.

또 문제는 우리나라 헌혈자의 73%가 10~20대인데 저출산 문제로 헌혈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반면 피를 필요하는 73%를 차지하는 50대 이상 및 중증질환은 증가하고 있다. 당장 10~20대 헌혈참여가 10%만 감소해도 2022년에는 혈액이 부족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대량의 수혈이 필요해도 수급을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혈액공급 위기대응 매뉴얼(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있지만 혈액 사용 의료기관의 참여가 없고, 재난·긴급 사태 등 발생으로 혈액 사용량 감축 필요 시 의료기관의 협조를 얻기 힘든 상황이다.

엄 회장은 "당장 수혈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에게 피를 사용하는 일부터 줄여야 한다"면서 "현재 많은 의사가 생각하는 수혈 기준인 헤모글로빈 10g은 높다. 6g 또는 7g을 제시하는 곳도 있다. 수혈이 예후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수술 후 빈혈이 있다면 교정하면 되고 그 전에 빈혈이 오지 않도록 관리하고 지지치료를 하면 된다. 이것이 환자혈액관리의 큰 기둥"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을 위한 정책 연구 수행중

국립암센터 김영우 교수는 국내 환자 혈액관리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질병관리본부의 정책 용역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국내혈액관리 현황 및 분석, 심병원 데이터 분석, 한국형 PBM 방법, 적정수혈 기준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문제점을 말로만 할게 아니라 어떤 기준에 따라 어떻게 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려면 국가 레쇼날레가 나와야한다. 이에 따라 정책과제를 시작했다"면서 "데이터가 만들어지면 수혈의 환자 관리, 장기 생존, 안전성 등에서 큰 화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과제 개발과 더불어 혈액관리법도 필요하다. 또한 의료기관 질평가시 수혈에 관한 항목도 추가해 인센티브 주는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조성이 되면 환자혈액관리가 활성화된다. 의사스스로가 환자에 적용하면서 예후 좋아지는 것을 보고 새로운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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