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제제, 진료지침에서 권고하지만 신장사건 1차 목표점 평가 연구 없어
오젬픽 FLOW 탑라인 결과, 콩팥병 동반 당뇨병 환자 신장질환 진행 지연
GLP-1/GIP 이중 제제, 당뇨병 관계없이 콩팥병 환자 대상 임상2상 진행 중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로 개발돼 심혈관 혜택과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한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가 신장질환까지 치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외 진료지침에는 만성 콩팥병 동반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에게 GLP-1 제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됐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GLP-1 제제인 노보노디스크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이 만성 콩팥병 동반 당뇨병 환자의 신장질환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확인한 FLOW 임상3상은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가 실시한 중간 분석에서 사전에 지정한 유효성 기준을 충족하며 지난해 10월 조기 중단됐고, 지난 5일 탑라인 결과가 공개됐다.

이번 결과에 따라 GLP-1 제제뿐 아니라 GLP-1과 GIP 수용체에 동시 작용하는 치료제가 신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는 임상연구에도 관심이 모인다.

국내외 진료지침, GLP-1 제제 신장사건 감소 효과 '근거 부족'

GLP-1 제제는 주요 가이드라인에 비스테로이드성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MRA), SGLT-2 억제제 등과 함께 신장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약제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1차 목표점으로 신장 관련 예후를 확인한 대규모 연구가 없어 신장 보호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단서가 달렸다. 

국제신장학회(KDIGO) 가이드라인에서는 만성 콩팥병 동반 당뇨병 환자의 혈당 강하를 위한 2차 치료제로 GLP-1 제제를 제시했다.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에서는 GLP-1 제제가 신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위약 대비 신장 예후를 개선하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GLP-1 제제의 신장 보호 효과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에서는 GLP-1 제제가 대규모 심혈관 임상연구에서 신장 보호 효과를 제시했으나 이를 2차 목표점으로 확인했다는 한계가 있다고 명시했다. 

또 GLP-1 제제가 신장질환 진행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주로 알부민뇨 진행, 특히 다량알부민뇨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였으며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감소나 신대체요법 등 주요 신장사건 감소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오젬픽 FLOW 탑라인 결과, 심장·신장 관련 1차 목표점 위험 24%↓

노보노디스크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노보노디스크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GLP-1 제제의 신장 보호 효과가 명확하지 않았던 가운데, 이에 대한 답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연구가 FLOW 임상3상이다.

연구에는 중등도~중증 만성 콩팥병 동반 당뇨병 환자 3533명이 모집됐다. 전체 참가자들은 오젬픽군 또는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돼 표준치료와 함께 치료받았다. 

1차 목표점으로 등록 당시 대비 eGFR 50% 이상 지속 감소, eGFR 15mL/min/1.73㎡ 미만 지속 시작, 투석 또는 신장이식 등 만성 신대체요법 시작, 신장질환에 의한 사망,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5가지를 종합해 평가했다. 2차 목표점은 eGFR 변화,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발생,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등으로 설정했다.

그 결과, 오젬픽군은 위약군과 비교해 1차 목표점 발생 위험이 24% 낮았다. 이 같은 위험 감소는 평가요인인 만성 콩팥병 그리고 심혈관계 사건 등에서 모두 관찰됐다. 2차 목표점도 오젬픽군이 위약군보다 우월한 결과를 얻었다. 아울러 FLOW에서 보고한 오젬픽의 내약성은 이전 임상연구와 유사하게 좋은 수준을 보였다. 

FLOW 결과는 오젬픽이 만성 콩팥병 동반 당뇨병 환자를 위한 첫 번째 GLP-1 제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주요 가이드라인에서 GLP-1 제제의 권고등급을 높이거나 병용 투여를 권장할 가능성이 있다. 

전체 결과는 올해 열리는 주요 학술대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또 개발사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미국과 유럽에 오젬픽 적응증 확대를 신청할 계획이다.

한림대 성심병원 김성균 교수(신장내과)는 "FLOW 임상3상은 그동안 결과를 기다렸던 연구다. GLP-1 제제가 신장 보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가운데 이를 대규모 연구에서 입증한 것"이라며 "오젬픽은 체중 감량, 심혈관 보호에 이어 신장 보호 효과도 입증했다. 하나의 약제로 세 가지를 모두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GLP-1 제제 이어 GLP-1/GIP 제제도 신장 보호 효과 검증 중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FLOW뿐 아니라 GLP-1 제제가 신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임상연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가 신장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메커니즘을 확인하고 있는 REMODEL 연구가 대표적이다. 연구에는 ACE 억제제/ARB를 투약하고 있으며 eGFR이 30mL/min/1.73㎡ 이상 75mL/min/1.73㎡ 미만, 요 알부민-크레아티닌 비(UACR)가 30mg/g 이상 5000mg/g 미만인 당뇨병 환자가 모집됐다. 

연구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신장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파악한다. 또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분자 특징 경로 활성화, 세포 표적,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반응 등을 규명하고자 단일세포 전사체에 초점을 둔 심층 분자 표현형 분석을 위한 신장 생검을 진행한다.

1차 외에 2차 목표점으로 GLP-1 제제의 주요 신장사건 감소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도 있다. SOUL 연구에서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의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예방 효과를 1차 목표점으로 확인하면서 2차 목표점으로 신장질환에 의한 사망, eGFR 50% 이상 지속 감소, eGFR 15mL/min/1.73㎡ 미만 지속 시작, 만성 신대체요법 시작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GLP-1과 GIP에 동시 작용하는 GLP-1/GIP 이중 수용체 작용제인 일라이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는 신장 보호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TREASURE-CKD 임상2상이 진행 중이다. 

FLOW 연구는 만성 콩팥병 동반 당뇨병 환자를 모집했다면, TREASURE-CKD는 당뇨병 여부와 관계없이 만성 콩팥병인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비만 환자에서 신장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약물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TREASURE-CKD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연구에서는 전체 환자군을 대상으로 신장 혈중산소치의존 자기공명영상(BOLD MRI)을 통해 등록 당시 대비 신장 산소공급 변화를 평가한다. 이 결과에 따라 신장에 대한 혜택이 확인된다면 확증 임상3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SGLT-2 억제제처럼 GLP-1 제제도 항당뇨병제로 개발됐으나 앞으로 만성 콩팥병 동반 당뇨병 환자에 이어 비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신장 보호 효과를 입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LP-1 제제 병용으로 콩팥병 치료에 시너지 효과 기대

GLP-1 제제 그리고 GLP-1/GIP 이중 수용체 작용제가 신장 보호 효과를 입증해 만성 콩팥병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한다면, 현재 임상에서 사용 중인 약제와 병용요법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 교수는 "GLP-1 제제와 MRA, SGLT-2 억제제 모두 콩팥병을 표적할지라도 작용 기전이 다르다. 이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늘어 경쟁구도가 형성되기보단, 약제를 함께 투약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GLP-1 제제는 당뇨병 여부와 관계없이 만성 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치료와 병용할 경우 추가 혜택이 있는지 임상연구에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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