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석 부원장, 일산병원처럼 경쟁에 몰릴 것...공공성 유지 의문



"공단이 제약사를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그 뜻은 좋으나, 결국 변질될 것이므로 시작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공공 제약사 설립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19일 건보공단 정책세미나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이 "처음에는 공공성을 표방하다가도, 결국 경쟁을 좇는 제약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부원장은 건보공단에서 직접 운영 중인 일산병원을 빗대며, "일산병원은 분명한 존재 근거가 있음에도, 현재 경영난 등을 이유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공공제약사도 결국 많은 양의 재원을 투입하지만 지속되는 어려움으로 민간제약사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용인 즉슨, 결국 민간제약사만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공단의 제약사가 건보 재정은 재정대로 낭비하고, 여러 의약품을 개발할 능력과 의지도 없을 뿐만 아니라, 민간제약사와의 경쟁에서 뒤쳐져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평가를 통한 이윤창출형으로 변질될 바에야, 아예 처음부터 설립을 포기해서 재정 낭비를 막는 편이 낫다"면서 공단의 제약사 설립 의욕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어 "처음 의도와 달리 시간이 흐르면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거대하게 운영하면서, 기존의 카피약 회사들, 소규모 도소매 회사들은 모두 사멸시킬 것"이라면서 신중한 태도를 거듭 요구했다.

서울대 권용진 교수도 이에 동의하면서, "차라리 보험자가 아닌 국가차원에서 희귀의약품을 만드는 민간회사를 지원하는 편이 낫다"면서 공단의 참여와 설립 의욕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

반면 토론 패널로 참석한 서울대 간호학과 김진현 교수는 "공공형 제약사는 필요하다"면서 "설립 전 잘 정비해서 시작하면 보험자로서 소비자들에게 많은 폭의 권리를 쥐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아직 공공제약사 설립은 섣부르다"면서 "약제관리의 공공성, 공익성을 확대하기 위한 검토와 연구용역만 시행 중"이라며 제약사 설립 의지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한편 건보공단 국정감사에서도 희귀난치약이나 폐기 직전의 약 등 제약사에서 꺼리고 있는 약품만을 공급하는 공공형제약사가 아니라면 설립 계획을 멈추라고 지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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