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극한 반발, 환자 민원 예상, 법적 미근거 인정 등에도, 공단 '불도저식' 태도 고수

오는 7월부터 시행 예정인 부정수급 관리를 두고 의료계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신경전이 연일 팽팽하게 치닫고 있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음에도, 공단은 원래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만 거듭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18일 건보공단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추가적인 의료계 의견 수렴은 진행되지 않을 예정이며,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오는 7월부터 무자격자의 자격관리를 당초 공단의 계획대로 '요양기관'에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 무자격자 요양기관 관리 안내 포스터.

앞서 건보공단은 이달 초부터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대책 일환으로, 전국 요양기관에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에 대해 요양기관에서 반드시 자격 여부를 확인해 급여를 제한토록하는 시스템을 제공했다.

이달말까지는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의 명단을 공단에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지만, 내달 1일부터는 무자격자의 급여를 요양기관에서 직접 제한토록 변경했다.

이는 건보공단이 해야 할 일을 요양기관에 떠넘기는 것으로, 건강보험법상으로도 어긋나는 행보다.

이러한 건보공단의 막무가내식 행보에 대한의사협회, 전국의사총연합 등 의료계 단체에서는 "공단의 의무를 떠넘기고 있을 뿐 아니라 당연지정제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단에서는 "만약 7월부터 무자격자에 대해 치료를 한다면 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는 이 같은 공단의 오리발 내밀기식 모습을 보고 "무보수로 대신해온 공단의 자격조회 업무를 중단하고, 미지급금에 대한 지급 지연 이자 청구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공룡'...."법적 근거 없지만, 요양기관에서 해야 한다" 발언

▲ 정승열 실장

하지만 건보공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단에서는 급여 미지급 협박(?)도 모자라 급여관리실 정승열 실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건보공단 편 만들기'에 열을 올렸다.

공단 정승열 급여관리실장은 "무자격자가 부당하게 진료를 받은 진료비 누적액은 3조8000억원에 이른다"며 "요양기관의 무자격자 관리를 통해 많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무자격자 진료비는 공단이 절감해야 할 몫이지만, 모두 요양기관에 떠넘기겠다는 발상이다.

또한 민원인 폭행, 행정업무 증폭 등을 예상하면서도, 원래 계획대로 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 실장은 "이번 제도 시행으로 현장 민원이 빗발칠 것이고, 이로 인해 요양기관의 업무 차질도 예상하고 있다"면서 "환자와 의사 간 다툼이나 민원인의 폭행의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가 왜 이번 사업 시행을 우려하는지 충분히 이해는 한다"면서 "그럼에도 요양기관에서도 자격관리를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한 "전산청구 소프트웨어상에서 환자 이름 옆 버튼을 눌러 자격을 일일히 확인해야 하는데, 초진은 물론 재진에서도 이를 시행해야 한다"며 "행정적인 부담이 발생할 것이고, 대형병원일수록 대기시간도 길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든 문제점을 알고 있음에도, "전국 8만4000여개 요양기관 중 한달에 약 5000건만 이러한 자격제한이 생길 예정이므로 큰 부담은 없을 것이다. 법적 근거가 없이 시행하는 만큼 요양기관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민심을 잡기 위한 확인되지 않는 정보들도 늘어놓았다.

정 실장은 "몇몇 요양기관에서 제도 시행을 원하는 곳도 많다. 또 준비를 모두 해놨는데 왜 시범사업(6월 한 달)을 오래하냐고 반문하기도 한다"고 전하면서, "이미 의료계와 올해초부터 이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7월 시행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를 접한 의협 관계자는 공단의 막무가내식 태도에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나올 수 있는 발상인지 의문"이라면서 "거대 공룡집단의 횡포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요양기관에 업무 떠넘기는 시스템을 마련한 재정과 시간을 자격확인 서버 중단, 인터넷망 에러 등 자격조회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개선하는 데 투입하는 것이 먼저"라며 "뭐가 앞이고 뒤인지 전혀 분간하지 않는 비상식적 태도를 도저히 지켜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다수의 의료계 전문가는 "공단은 의료계와의 갈등만 더 증폭시킨 채 자신들의 입장만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보험자-공급자 간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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