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주사 원치 않는 환자 많아, 환자 편의 배제해선 안돼

기존 생물학적제제에 효과가 없는 류마티스관절염(RA) 치료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처음으로 RA 표적치료를 가능하게 만든 생물학적제제의 성과는 인정하지만, 여전히 면역원성의 발생과 결핵과 같은 감염증 위험 등으로 새로운 옵션에 대한 요구는 늘상 따라다녔다. 현재까지 출시된 모든 생물학적제제는 주사제 형태로 환자들이 갖는 심리적 부담감 역시 무시할 수 없던 상황.

최근 생물학적제제 주사제 도래 후 10여 년 만에 최초로 먹는 항류마티스제제가 등장했다. 토파시티닙(상품명 젤잔즈)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물은 1일 2회 경구 복용의 높은 편의성은 물론, 기존 표적치료제와 다른 접근방식을 제시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2012년 말 출시돼 지난 2년여간의 처방 경험까지 갖췄다.

최근 방한한 2015년 미국류마티스학회(ACR) RA 가이드라인 개정위원인 조지아 관절염 및 류마티스내과 병원 Gary E. Myerson 교수를 만나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가 갖는 의미와 미국 의료계의 평가 및 치료제의 현주소 등을 물었다.

 

▲ 미국 조지아 관절염·류마티스내과 병원 게리 마이어슨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구용 류마티스관절염 표적치료제 등장이 갖는 의미에 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사진 고민수 기자

- 주사제에서 먹는 표적치료제로 패러다임 변화에 관심이 높다. 젤잔즈가 갖는 의미는?

RA 표적치료제로 15년 전 첫 등장을 알린 생물학적제제는 당시 큰 의미가 있었다. 실제 RA의 진행을 막아주면서 질병양상을 상당 부분 바꿨기 때문. 상황은 당시와 같다. 젤잔즈는 작용기전 자체가 다른 최초의 경구용 표적치료제라는 데 의미를 가진다. 단순 생물학적 조성이 아닌 화학적 조성의 먹는 약이라는 데 기대감이 높은 것. 즉 기존 치료제의 부족한 치료 효과를 보완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강점만큼은 분명하다.

그동안 생물학적제제를 투약해온 환자들 중 60%만이 효과가 있었으며 나머지 환자들은 여전히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향후 RA의 치료 전략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옵션으로 변화의 초석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 기존 주사제와 어떤 점이 다른가?

우선 먹는 약이라는 편의성을 꼽는다. 많은 환자가 주사제에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내원해야 하는 IV(정맥 주사) 제제와 자가 주사하는 피하주사제 모두가 해당된다. 또 주사제 안에 함유된 보존제로 인해 접종한 환자들의 90%가 타는 듯한 따가운 통증을 호소한다. 당연히 복약 순응도가 문제가 된다.

반면 젤잔즈는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아침, 저녁 하루 2회에 걸쳐 간단히 복용하기 때문에 복약순응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기존의 약들은 RA를 일으키는 한 가지 화학물질을 타깃으로 설계됐지만 젤잔즈는 13개 화학 물질에 작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 기전상 차이를 꼽았다. 효과에 어떤 영향을 나타내나?

젤잔즈는 최초의 야누스 키나아제(JAK) 억제제로 주목을 받는데, 결국 염증과 관련된 단백질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하는 사이토카인과 관련 있다. TNF-알파, IL1, IL6 등이 이에 해당된다. 여기서 자주 드는 비유가 '두 번째 악수'라는 개념이다.

사람을 만나면 흔히 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그런데 보다 돈독한 유대감을 표시할 때는 두 손 모두를 이용한다. RA 분야에서는 T 세포의 활성을 위해서 이 두 번째 악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젤잔즈는 이러한 악수를 의미하는 개별적인 사이토카인, 수용체와는 무관하다. 6개의 수용체에 작용해서 13가지 종류의 사이토카인 모두를 차단하기 때문.

기존 치료제와 젤잔즈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는 현재 9개가 공개됐다. RA 치료의 성공률을 평가하는 ACR20/50/70(American college of Rheumatology, 미국류마티스학회) 호전율에서 기존 치료제들은 평균적으로 60%, 35%, 20%의 효과를 나타냈지만, 가장 최근 발표된 젤잔즈의 호전율은 70%(ACR20), 45%(ACR50), 25%(ACR70)로 확인돼 비슷하거나 우월한 효과가 관찰됐다.

- RA는 평생 증상조절이 중요한 만큼 효과 못지않게 장기간 사용에 따른 안전성도 중요하다.

다른 TNF 억제제와 젤잔즈를 비교해보면 호흡기와 GI(위장관계)의 염증 수치는 비슷하게 나타난다. 또 결핵 등의 감염증은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생물학적제제가 젤잔즈보다 흔하게 관찰된다. 악성종양에서도 상황은 같다. 30명의 RA 환자를 젤잔즈로 6년 정도 치료한 결과 작년 4월까지 데이터에는 새로운 부작용 신호들이 관찰되지 않았다. 즉 악성종양의 발생 빈도에 있어서도 변화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대상포진의 경우에는 일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 세계적으로는 4% 정도가 증가했고, 일본과 한국의 경우 이보다 높은 9% 수준이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유전적으로 대상포진의 발병빈도가 높은 성향을 가진 데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관련 사전에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면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 작년 미국류마티스학회 가이드라인에 토파시티닙이 새로 포함됐는데.

가이드라인의 초안 개정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첫 개정 작업에서는 젤잔즈가 제외됐었다. 이후 논의에서 정맥주사와 자가주사를 원치 않는 환자들 및 치료효과가 없는 환자에서 경구용 옵션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환자의 편익을 배제할 수 없었던 상황. 두 번째 개정에는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젤잔즈를 비생물학적 항류마티스제(DMARD)에 이은 2차치료제로 TNF 억제제, 비TNF 제제와 동등한 자격으로 분류했다.

- 이미 미국에서는 출시 후 2년 정도 사용경험이 있다. 실제 처방 패턴과 치료 만족도는?

▲ 게리 마이어슨 교수

젤잔즈의 투여 대상을 2개 부류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6년째 연구가 진행 중인 30명으로, 이들은 이전 3번 모두 생물학적제제 치료에 실패해 젤잔즈 및 메토트렉세이트(MTX)를 복용 중이다. 일단 병용요법의 효과를 평가하는데 치료를 중단한 환자가 없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두 번째는 3차 치료제로 젤잔즈를 이용하는 환자군이다.

미국은 약 처방에 있어 의료진, 환자, 보험사, 공단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데 3차 치료제로 젤잔즈를 처방한 것은 생물학적제제 치료에 적어도 1~2회 실패해야 한다는 보험사들의 규정에 기인한다.

하지만 기존 주사제와 효과가 비슷한 경구용 치료제가 도입된 지 반년쯤 지나자 일부 환자에서는 주사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 등 절차가 복잡하기는 하지만 미국은 생물학적제제를 거치지 않더라도 젤잔즈를 처방할 수 있는 상황. 중요한 것은 치료를 받는 환자의 의사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미국 의료계의 반응은 어떤가?

일단 경구용 제제라는 강점과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졌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5개의 TNF억제제 가운데 2개를 투약한 결과 효과가 없다면 남은 3개 치료제는 해당 환자에서 큰 의미가 없다. 때문에 전혀 다른 기전의 약물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지금껏 TNF-알파, 선택적 T 세포, IL-6 등 3개 타깃에 관여하는 약물이 주를 이뤘지만 13개 염증유발신호를 차단하는 젤잔즈는 그보다 다양한 염증 사이토카인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젤잔즈의 반감기는 3시간으로 12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완전 소실돼 그때 다시 약을 복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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