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탁근 을지의대 교수... 적정 치료시기 놓치거나 증상 악화 우려

▲ 을지의대 비뇨기과 유탁근 교수ⓒ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전립선비대증(BPH)을 비뇨기과 전문의에게 치료받으면 정확한 진단은 물론 약물치료 방법, 수술 시기의 적절한 결정 등에서 더 정확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전립선비대증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해 다른 진료과에서 약만 처방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잘못하면 전립선암의 진단 시기를 놓칠 수도 있고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부족한 치료를 받게 될 염려가 매우 크다. 환자들 인식이 낮은 것이 제일 큰 문제지만 비뇨기과 의사들의 적극적 노력도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 2월까지 대한전립선학회 회장을 맡았던 을지의대 유탁근 교수(을지병원 비뇨기과)의 말이다.

3월부터 대한전립선학회 업무에서 손을 놓은 상태지만 유 교수는 여전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 보였다. 개원가 비뇨기과 의사들이 대학에서 배운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도 안타깝고, 전립선비대증을 타과에서 진료하는 비율이 높은 것도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자신에게 묘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뇨기과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얘기였다.

비뇨기과가 지금처럼 비인기과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은 전문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전문의 배출 속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

그는 "학회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일 년에 50명 이상 배출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했다"며 "점차 비뇨기과 전문의 수가 정상화되면 정상적인 진료를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비뇨기과가 다시 비상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예상을 내놓는다.

그러나 비뇨기과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비뇨기과 치료에 관한 실력을 바탕으로 한 국민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전립선비대증을 타 진료과에서 치료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처한 입장에 따라 여전히 논란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고 최적의 치료를 하려면 비뇨기과 의사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비뇨기과 의사가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할 때 타과에서 진료할 때보다 훨씬 더 월등하고 2차적인 방광과 신장의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환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료자로서 약물치료와 수술치료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환자가 요폐나 혈뇨, 요로감염, 결석, 전립선 크기가 너무 클 때, 당뇨, 고혈압 등으로 먹는 약이 너무 많을 때, 전립선 비대로 인한 방광의 손상이 우려될 때등 적응증이 있을 때 수술을 결정하게 되며 초기 증상에서는 약물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전립선비대증이라 하더라도 환자가 불편해하는 증상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약물치료에 있어서도 기존 약제와 새로 나오는 약제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알파차단제는 즉각적으로 증상개선이 되는 데 비해 5알파환원효소억제제(5ARI)는 복용 후 3개월이 돼야 증상 호전이 나타나게 되며, 항이뇨 호르몬제는 야간다뇨가 있는 환자에게 필요하고, 항콜린성 약물은 전립선비대증에 동반된 과민성 방광 증상에 대해 주의깊게 사용해야 하며, 발기력 저하를 동반한 환자에서는 PDE5 억제제를 단독 혹은 알파차단제, 5알파환원효소억제제와 병합으로 사용하는 등 약물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해 환자 상태에 맞는 약물을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환자의 전립선 크기가 클 때는 5알파환원효소억제제인 피나스테리드 처방이 적절하다. 피나스테리드의 효능은 전립선 비대증 치료를 위해 최초로 진행된 5ARI 장기 임상 연구 PLESS(The Proscar Long-Term Efficacy and Safety) Study에서 증명된 바 있다.

PLESS Study에 따르면, 피나스테리드는 연구 종료 시점인 4년째 되는 해에 전립선 크기가 위약군 대비 약 30% 감소했고, 증상개선 이외에 급성요페의 위험성을 억제하는 것이 입증됐다"며 "전립선비대증 환자에서 단독으로 장기적 치료 시에 유용하며, 혹 알파차단제와 병용하면 빠르면서도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MTOPS(Medical Therapy of Prostatic Symptom) Study에 따르면 알파차단제와 피나스테리드를 병용했을 때 증상이 좋아지는 것뿐 아니라 급성요폐,수술받을 위험성을 현저하게 억제함이 보고됐다"며 "피나스테리드는 이제 전립선 비대증의 약물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무기가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