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다. 고로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존재한다’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년)는 저서 ‘방법서설’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문구로 방법적 회의를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간단히 정리하면 스스로의 실재를 판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의심을 하지만, 존재가 없다면 의심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의심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스스로의 존재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이는 철학적 명제로 사유(cogitatio)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의학적 측면에서 여성에 빗댄다면 ‘여성이다. 고로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존재한다’는 문구로 표현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문구의 형식을 빌린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데카르트가 방법서설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문구를 통해 정리하고자 했던 사유는 ‘대상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거나 추론 규칙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으로 정의된다. 여성에서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명백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사유의 정의에도 부합하는 부분이다.

여성도 잘 모르는 여성의 심혈관질환 위험도
여성 특이 질환으로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이 있지만 여성에서의 사인(死因)은 심혈관질환이 압도적으로 높다. 2013년 8월 미국질병관리예방센터(CDC)가 발표한 보고서(Fact Sheet)에서 2009~2010년 여성 사인 중 심혈관질환이 1위로 집계됐다. 여성 4명 중 1명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것이다. 유럽심장학회(ESC) 2015년 통계에서도 여성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51%로 나타났다. ESC는 “유방암은 3%에 불과했고 남성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42%였다”며 여성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 CDC와 ESC는 높은 위험도와는 반대로 여성은 물론 의료진의 인지도가 낮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CDC는 “아직까지 전체 여성의 54%만 심혈관질환이 제1위의 사인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ESC도 “여성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사회 전반적으로는 물론 의료진들에서도 간과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폐경 후 위험도가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된 가운데 고령의 비율이 증가하는 현재의 세계적인 인구동향에서 여성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금성에서 온 여자? 증상발현부터 다르다
남녀 간 심혈관질환 양상 및 특징이 다르다는 점도 여성 심혈관질환에 관련된 주요 논제다. 유병률 및 사망률 경향에서도 폐경 전에는 남성의 질환 위험도와 사망률이 높지만, 65세 이상에서는 남성과 비슷하고 70대 이후에는 역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증상발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미국심장협회(AHA)는 남녀 간 심혈관질환이 다른 양태를 보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혈관질환의 주요증상인 흉통의 경우 남녀 모두에서 나타나지만, 여성에서는 거의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정도이고 턱, 목, 위장의 통증 및 불편함 또는 오심, 호흡곤란 등으로 발현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발현의 차이는 결과적으로 심혈관질환 인지 여부로 이어진다. 또 의료진들이 증상을 잘못 인지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 역시 여성의 심혈관질환 진단 지연에 한몫 한다고 지적했다.

추가적으로 AHA는 “심혈관질환 관련 연구에 포함된 여성의 비율이 낮고, 약 75%의 임상시험에서는 남녀 성별로 구분한 결과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며 여성 심혈관질환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한심장학회 산하 여성심장질환연구회 회장인 고려의대 심완주 교수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여성의 심혈관질환은 발생 원인에서부터 차이를 보이고, 전통적인 위험인자인 혈압, 혈당, 지질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들이 제시되고 있다”며 여성 심혈관질환에 초점을 맞춘 근거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폐경호르몬요법 ‘타이밍 이론’ 확인
전반적인 여성 심혈관질환에 대한 근거는 아직 부족하지만, 폐경여성의 호르몬요법에 대한 근거들은 누적돼가고 있다. 폐경 후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면서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호르몬요법을 통한 폐경여성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평가한 연구들이 다수 발표돼 왔다. 그런 가운데 폐경호르몬요법에 대한 최근의 연구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위험 대비 혜택이 명확한 환자군을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에 진행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RCT)에서는 이전의 관찰연구, 메타분석 연구와 달리 혜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의 RCT에서는 일관되게 폐경 후 초기의 호르몬요법, 즉 타이밍 이론이 관상동맥심질환 혜택에 연관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한폐경학회는 이런 흐름을 반영해 지난해 폐경호르몬요법 치료지침을 업데이트했고, 올해 춘계학술대회는 호르몬요법을 포함해 폐경여성의 심혈관질환을 대주제로 진행하기도 했다.

여성 내분비질환 업데이트
여성에서 위험도가 높은 내분비질환에 대한 내용들도 최근 업데이트됐다. 먼저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올해 초 가이드라인에서 임신성 당뇨병과 별도로 임신시기 여성의 당뇨병 관리에 대한 섹션을 구성, 진단부터 관리전략에 이르기까지 권고사항을 정리했다. 이를 통해 임신성 당뇨병과 함께 임신 시기의 당뇨병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진단 및 치료를 강조했다.

골다공증에서는 대한골다공증학회가 새롭게 국내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관련 진료과의 의견을 종합한 컨센서스를 모은 것이다. 치료전략을 비롯해 세부적인 내용은 현재 논의 중이지만, 올해 상반기 선보인 진료지침에서는 중증 골다공증보다 중증도가 심한 ‘진행된(advanced) 중증 골다공증’ 카테고리를 새롭게 제정해 발표했다. 대한골다공증학회 정윤석 회장(아주의대 내분비대사내과)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국내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근거를 구축하기 위해 진료지침을 만들었고, 1차목표는 고령환자에서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특성을 정리한 진행된 중증 골다공증 개념을 알리는 것”이라며 새로운 카테고리의 의미와 함께 이후 국내 골다공증 진료지침을 확립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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