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혈청 크레아티닌 정확성 떨어져…다양한 후보 등장 주목

▲ 급성 신손상은 약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데, 입원이나 중환자의 경우 사망률을 높인다는 중요하다. 또한 사망률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급성 신손상을 일으키는 바이오마커로 혈청 크레아티닌을 쓰고 있는데 정확도에서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급성 신손상을 예측할 수 있는 뚜렷한 바이오마커가 없는 상황에서 전북의대 이식 교수(신장내과)가 최근 대한내과학회지에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소개해 주목받고 있다.

신장은 간과 더불어 약물을 대사하는 주요 기관 중 하나다. 상당수 많은 약물이 신장을 통해 대사되며 또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약물유발 급성 신손상이 나타나는데 특히 대상이 입원환자나 중환자라면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문제는 신장이 손상을 받아도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더 큰 심각성은 이러한 급성신손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바이오마커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험을 예측하고 환자들이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정확한 바이오마커 개발이 절실하다.

이상적인 바이오마커가 되기 위한 조건은 손상된 신장세포에서 생성돼 신손상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 특이적이어서 급성 신손상의 아형과 원인을 감별할 수 있어야 하고, 체내에서 손상 정도와 비례해 검출돼야 하며, 신손상 후 초기부터 검출되고 넓은 역동학적 범위와 차단값(cutoff value)을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조건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신대체요법의 필요성, 입원기간, 그리고 사망률과 같은 결과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야한다는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몇몇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가 나오면서 새로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식 교수의 논문을 토대로 새로운 바이오마커의 특징과 임상적 적용의 가능성을 간략히 살펴봤다.

현재 급성 신손상을 예측하는 데 널리 사용되는 바이오마커는 혈청 크레아티닌이다. 문제는 신뢰성의 핵심인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혈청 크레아티닌이 상승하기 전 이미 신기능의 50%가 감소하기 때문에 혈청 크레아티닌을 통해 신기능의 갑작스런 변화를 인지할 수 없고, 사구체여과율이 낮은 경우 크레아티닌의 세뇨관 분비로 신기능이 과대평가될 수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게다가 혈청 크레아티닌 변화는 신기능에 관계없이 나이, 성별, 근육량, 체액 상태, 그리고 감염, 약물 등에 의해 영향을 받아 이것만 믿다가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혈청 크레아티닌은 신실질 손상의 표지자가 아니라 여과 능력, 즉 신기능 저하의 표지자라는 평가가 더 정확하다.

이 교수는 "신손상에서 신기능소실까지 걸리는 지연시간(lag time)이 있기에 혈청 크레아티닌으로 급성 신손상을 조기에 인지해 즉각적인 치료 방침을 세우는 데 큰 제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바이오마커 후보는?

NGAL
현재까지 가장 많이 연구가 진행된 바이오마커는 Neutrophil gelatinase-associated lipocalin (NGAL)이라고 하는 당단백질이다. NGAL은 중성구와 신장 근위 및 원위세뇨관의 상피세포에서 발현된다. 또한 급성 신손상 후 간에서 합성이 증가돼 나타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소아와 성인에서 심장수술 후 조영제에 의한 신손상, 중환자실에서 발생한 급성 신손상, 그리고 신장이식 후 이식신 지연기능의 조기 진단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혈청 및 소변 NGAL의 증가는 급성 신손상을 초기에 인지하는 데 유용하며, 투석 시작시기와 사망률을 예측하는 데 가치가 있다고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Cystatin C
시스테인 프로티아제 억제제(cysteine protease inhibitor)인 Cystatin C(CyC)도 있다. 이는 모든 세포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이다. 다만 정상인에서 생산된 혈청 CyC는 근위세뇨관에서 거의 완전히 재흡수, 대사되므로 소변에서 CyC는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이러한 근거로 소변에서 CyC가 검출됐다면 세뇨관 손상을 의미하고 나아가 신손상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연구를 보면 혈청 CyC는 급성 신손상 시 혈청 크레아티닌보다 사구체여과율을 잘 반영한다. 따라서 급성 신손상 진단에 있어 기존 검사보다 우월하다는 평가다. 반면 급성 신손상의 예측, 신대체요법의 필요성, 중환자실 및 입원 환자에서의 사망을 예측하는 데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한계도 있어 아직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하는 마커이다.

KIM-1
또 다른 바이오마커로는 Kidney injury molecule-1(KIM-1)이 있다. 이는 신손상 후 빠르게 합성되는 단백질로 주로 탈분화된 근위세뇨관의 한쪽 세포막(apical membrane)에서 발현이 증가된다.

신손상 2~3일 후에 소변에서 최대로 증가되며 손상된 세포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상피세포에 발현이 지속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 교수는 "KIM-1이 급성 세뇨관 괴사가 있는 환자의 소변에서 발견되므로 근위 세뇨관 손상의 유용한 표지자로서 가치가 있고 급성 신손상 환자에서 신대체요법의 시작과 사망 등의 예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세뇨관 상피세포에서 KIM-1의 발현이 세포 자멸후 생기는 찌꺼기와 괴사 조각을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는 보고도 있어 단순히 진단적 의미 외에도 급성 신손상 치료에 대한 가치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L-18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로 잘 알려진 Interleukin-18(IL-18)이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IL-18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으로 단핵구, 대식세포, 그리고 근위 세뇨관에서 합성된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급성 세뇨관 괴사가 일어난 환자의 소변 IL-18 농도가 요로감염, 만성신장 질환, 정상인에 비해 증가했고 세뇨관 괴사를 진단하는 데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IL-18은 패혈증 발생에 관여하는 중요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이기 때문에 내독혈증, 염증성 질환, 자가면역 질환과 같은 질환 발생 시 농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제한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L-FABP
이와 함께 활동적인 지방산대사 단백질인 Liver-type fatty acid-binding protein(L-FABP)은 주로 간에서 발현되지만 급성 신손상 후 근위세뇨관에서 발현이 증가되므로 어느 정도 신손상 예측이 가능한 바이오마커로 주목받고 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L-FABP에 대한 임상연구에 의하면 소변 L-FABP는 급성 세뇨관 괴사, 패혈증, 독성 신손상, 조영제 유발 신손상, 그리고 심장수술 후 신손상 시 초기에 증가하는 양상을 띠는데 크레아티닌과는 다르게 혈청 L-FABP는 소변 L-FABP 검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L-FABP는 항산화제로서의 기능도 가지고 있어 신손상 시 L-FABP 발현 증가는 신장 보호 효과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N-acetyl-β-D-glucosaminidase(NAG), Netrin-1, angiotensinogen도 신손상을 받았을 때 소변으로 나오는 농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유용한 표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연구단계…혈청 크레아티닌과 병행해야

이 교수는 "지금까지 다양하고 많은 새로운 바이오마커들이 개발돼 연구되고 있지만 임상 검증이 대개 신손상 시점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급성 신손상의 진단 및 예후 예측에 임상적으로 널리 쓰이는 바이오마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없으며 대부분 가치를 알아가는 초기단계"라면서 "따라서 하나의 완벽한 바이오마커를 찾기보다는 새로 개발된 여러 바이오마커들과 고전적인 표지자(혈청 크레아티닌과 소변량)를 통합해 급성 신손상을 조기 진단하고 예후를 예측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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