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혈액원 간 각각 다른 혈액 교환일, 진짜 혈액은 어디로?

적십자 혈액원들의 혈액 관리가 부실하고, 근거 없는 혈액 폐기와 조직적인 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공모도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김성주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내부감사보고서, 혈액 출고 및 교환현황 자료에 따르면, 혈액원 직원이 유통기한 지난 혈액을 반납처리하면서 사유를 허위로 기재하고, 병원과 공모해 혈액반납요청서를 조작했을 뿐만 아니라 근거도 없이 무단으로 혈액들을 폐기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신선동결혈장(FFP)의 유통기한은 1년인데, 실체 불분명한 혈액(혈액번호 10-13-092***)을 역추적한 결과, 해당 혈액은 유통기한을 3일 지나 반납처리 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유통기한 지난 혈액은 전산상 반납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혈액원 직원은 에이즈나 헌혈금지약물과 같은 '외부사유'라는 것을 허위로 입력해 반납처리한 후 혈액을 무단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 혈액교환 요청 및 관리 확인서 비교(출처 : 김성주 의원실)

게다가 문제의 혈액을 반납하기 위해 병원이 혈액원에 보내는 혈액교환 요청서도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통상 혈액교환요청서는 의료기관 혈액 담당자가 교환사유, 혈액번호 및 종류, 요청날짜, 의료기관명, 담당자 서명을 작성해 혈액원에 보낸다.

그러나 병원 측은 교환사유, 교환요청 날짜, 혈액정보 등 주요내용을 비워둔 채 혈액원에 교환요청서를 보냈고, 혈액원 직원 본인이 임의로 작성해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주 의원은 이 같은 행위가 병원과 혈액원의 공모 없이는 발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출처 : 김성주 의원실)

아울러 같은 혈액임에도 불구하고 혈액원과 병원 간 전산시스템에 등록된 혈액 교환 일자가 서로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한 혈액의 경우, 병원에서는 2014년 9월 30일에 교환됐다고 기재돼 있지만 혈액원 전산에는 2014년 12월 26일 교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같은 혈액임에도 병원과 혈액원 간 교환 일자가 다르게 입력된 혈액은 확인된 것만 7건이었다.

뿐만 아니라 혈액원에 대한 적십자 감사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약 4년 동안 해당 혈액원 직원들이 근거자료도 남기지 않고 혈액들을 무단으로 폐기하다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무단 폐기된 혈액들이 금액으로는 340여만원에 이른다. 한 직원은 같은 기간 무려 54개의 혈액을 근거자료 없이 혼탁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혈액백 4개를 파손하고도 점검사항으로 처리하지 않고, 혼탁 또는 색도 이상이라는 허위 사유를 기입하고 혈액을 파기한 혈액원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김성주 의원은 "혈액 안전관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혈액관리 규정을 위반하고, 분실 또는 파손된 혈액을 임의로 폐기하고, 사유를 조작하며, 직원들 서로 쉬쉬하면서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 전국 혈액원에 만연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적발된 혈액원 직원들이 주의 등 솜방망이 처벌만 받게 되니 혈액관리가 개선되지 않는다"며 "직원 교육은 물론 변상조치, 경고 이상의 처분으로써 일벌백계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혈액 폐기 시, 그 근거를 남길 수 있도록 수기방식의 전산입력을 금지하고, 혈액백의 바코드를 관리대장에 직접 부착하고, 전산입력도 바코드 방식으로만 입력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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