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 치료 바로보기 ② - 유제호 양산부산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  

▲ 유제호 양산부산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초기 이식수술 치료성과 좋아 우리 몸에서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고 단백질, 효소, 비타민 등을 합성할 뿐 아니라 여러 물질의 해독작용에 관여하는 간. 이러한 간이 70% 이상 손상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기 간질환이라고 하는데, 말기 간질환자의 유일한 치료수단은 간이식이다. 1963년 미국 콜로라도대학 스타즐(Starzl) 교수에 의해 처음 시도됐던 간이식은 1979년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이라는 강력한 면역억제제의 개발에 힘입어 치료성적이 월등히 향상됐다. 양산부산대병원 장기이식센터개소 5년 만에 간이식 250건수술 후 1년·3년 생존율 92%간 이식, 절제술과 생존율 큰 차이 없고건강한 간으로 평생 살 수 있어 장점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병원 김수태 교수가 1988년 윌슨병(Wilson’s disease)으로 만성 간부전에 이른 13세 소녀에게 뇌사자 간이식을 시행했던 것이 첫 사례. 이후 발전을 거듭하면서 2014년 한 해 동안만 전국적으로 시행된 간이식 건수가 1262건에 이르렀다. 특히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다면 양산부산대병원 장기이식센터의 약진이 돋보이는데, 2010년 4월 다장기 및 뇌사자 장기이식 체재를 갖춘 장기이식센터를 개소한 지 5년 만에 간이식 250건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말까지 수술 후 3개월 생존율 96%, 1년 및 3년 생존율 92%, 생체 간 기증자 사망률 0%로 서울 대형병원과 견줘도 무리가 없을 만큼의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장기이식센터장을 맡고 있는 유제호 교수(외과)는 "생체간이식 중 무수혈 수술이 40%를 차지할 만큼 환자안전에 만전을 기한 덕분"이라면서 "우리나라 간이식수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환자, 보호자가 동의한다면 40~50대의 젊은 조기간암 환자에게는 간절제술보다도 간이식을 우선 고려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 간이식은 주로 어떤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되나?
말기 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만성 B형 간염으로 인해 간경화 또는 간암이 발생한 환자들에게 주로 간이식이 시행된다. 최근에는 알코올성 간염이나 만성 C형 간염 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런 질환들로 인해 간암이나 간경화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그 외에도 자가면역성 간염, 약물에 의한 간염, 지방간 및 지방간염, 윌슨병, 선천성 담도폐쇄증을 포함한 담도계 질환, 간정맥 폐쇄질환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 말기 간질환자들에게 간이식 이외의 대체요법은?
간기능이 어느 정도 보존된 보상성 간경화는 약물을 포함한 다른 보존적인 치료로 간이 손상되는 것을 막고, 장기 생존율을 높일 수 있겠지만 간기능이 거의 소진된 비보상성 간경화의 경우에는 뇌사자 또는 생체간이식 밖에는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생인공간보조시스템(Bioartifical Liver Support System)’이라고 해서 인공장기 등의 개발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실험단계여서 임상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MARS(Molecular Adsorbents Recirculating System)라는 간 보조장치도 사용 중인데, 일종의 간투석기라고 보면 된다. 역시 간이식을 받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생명을 연장해 주는 개념이어서 간이식을 대체하기란 불가능하다.
 
- 다른 나라와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뇌사자 간이식보다 생체간이식 시행률이 높다고 들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간이식 1262건 중 약 400건이 뇌사자간이식, 나머지가 생체간이식이었다. 즉 전국 비율로 따지면 생체간이식이 2배 정도 높은데 미국,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생체간이식이 활발한 편으로 문화적인 영향이 크다고 해석된다.

우리나라는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부모가 아프면 그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자녀가 자기 장기를 기증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인식이 깔려 있다. 단연 자녀가 부모에게 간을 이식해주는 사례가 가장 많고, 다음이 부부간이다.

상대적으로 부모님께 받은 몸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데 대해선 인식이 일반화돼 있지 않아 장기기증 문화를 더욱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뇌사자 간이식이 늘었다곤 하지만 대기자 수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양산부산대병원에서만 간이식 대기자가 140명에 이르고, 전국적으로는 2014년 12월 31일까지 대기자 수가 약 4400명으로 집계됐다.
 
- 뇌사자간이식과 생체간이식 간 아웃컴 차이는?
뇌사자간이식은 생체간이식과는 달리 수혜자의 선정부터 이식까지의 과정이 대부분 뇌사자 발생과 동시에 응급으로 시행된다. 전(全)간을 받는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뇌사 과정에서 공여자의 불안정한 혈역학적 변화로 인해 간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식에 적합할 정도로 양호한 상태가 아닐 수도 있다. 단순히 두 수술기법을 비교하긴 어렵지만 수술 전 공여자 및 수혜자의 상태가 중요하다고 보면 된다.

반면 B형 간염에 의해 간암이 생긴 환자들이 초기에 간이식을 받을 경우 간기능이 잘 유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성적이 좋은 편이다. 그런 환자들은 이식 후 빠르면 3주 정도 후에 퇴원한다.
 
- 최근 간이식수술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
초창기에는 간경화 등 만성 간질환 때문에 간이식을 받는 환자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B형 간염에 의한 간암으로 이식을 받는 비율이 늘고 있다.

아직까지 논란이 있는 부분이지만 간이식의 치료성적이 좋아진 만큼 조기간암 환자, 특히 살 날이 많이 남은 40~50대 젊은 환자에게는 간절제술보다는 간이식을 권하는 편이다.

간절제술은 5년 생존율에 있어 간이식과 큰 차이가 없겠지만, 남아 있는 간 역시 병든 상태이기 때문에 10년 이상을 바라본다면 결국 망가질 것이 뻔하다. 그에 반해 간이식은 이식 후 5년간 재발하지 않으면 그 간으로 평생 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물론 비용 문제가 해결되고 기증자가 있을 때 가능한 얘기고, 환자, 보호자와 충분한 논의 끝에 결정해야만 한다. 간이식 후에도 암재발을 막기 위한 관리가 중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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