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총, 의협 대의원회에 서명장 제출...발의 요건 '미충족' 정관상 효력은 없어

12만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밖으로 원격의료 도입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요구가 거세지고 있고, 안으로는 집행부의 무능을 탓하는 의사회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내홍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전국의사총연합은 20일 의협회관을 방문, 추무진 의협회장의 탄핵을 요구하는 회원들의 서명장을 의협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에 전달했다.

▲전국의사총연합 정인석(사진 가운데)·나경섭(오른쪽) 공동대표는 20일 의협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을 만나 추무진 회장 탄핵을 촉구하는 의사 7063명의 서명장을 전달했다.

전의총은 "추무진 회장은 현재 회원 권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고, 국민 건강에도 심히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며 "이미 수많은 의사회원이 추무진 회장을 탄핵해야 한다고 앞다투 주장하고 있고, 실제 그 증거로 7000명 이상의 회원들이 추무진 의협회장의 탄핵을 지지하며 서명운동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전의총은 "이는 지난 의협회장 선거에서 추무진 회장이 얻었던 득표에 2배에 달하는 숫자"라며 "이렇게 많은 회원이 추무진 회장의 탄핵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의사들을 대표하는 의결기구인 대의원회가 회원들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구체적인 탄핵추진 사유로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사용 및 원격의료 현안에 미온적 대처 ▲의료일원화 정책 밀실 추진 ▲메르스 사태 당시 회원 권익 보호 미흡 ▲각종 의료악법 저지 실패 등 정치력 부재 등을 적시했다.

서명 의사 7063명, 회장 불신임안 발의요건엔 '미충족'

그러나 전의총이 이날 대의원회에 전달한 서명장은 총 7063장으로, 의협 정관에서 정한 '회장 불신임안 발의요건'을 충족치 못하는 숫자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의협 회장을 포함해 협회 임원이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때(의협회무 수행으로 인한 경우는 제외) ▲정관과 대의원총회 의결을 위반해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위반한 때 ▲협회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한 때에는 해당 임원에 대한 불신임을 물을 수 있다.

다만 회장에 대한 불신임은 선거권이 있는 회원 4분의 1 이상이 동의하거나 재적 대의원의 3분 1이상이 동의한 경우에 성립하며, 대의원의 3분의 2이상이 출석해 출석한 대의원의 3분의 2이상이 찬성한 경우에 그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지난 39대 회장선거 당시 선거인단의 숫자가 4만 4414명이었다는 점은 감안, 탄핵안 발의요건을 채우자면 '선거권자의 4분의 1이상'인 최소 1만 1000명 이상의 서명이 있어야 하는 상황. 7063명의 서명만으로는 탄핵안의 성립이 불가능하다.

전의총 "의사 지도자 각성 촉구...집행부-대의원회에 경고"

전의총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탄핵안 서명을 접수한 이유에 대해 전의총 나경섭 공동대표는 "의료계가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들이 의사들을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분노와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며 "의사 지도자들이 각성해 올바른 방향으로 의사들을 이끌어 주기를 간절히 부탁하는 의미, 또 정말 제대로 이끌어나갈 수 없는 집행부라면 더 이상 의사들을 대표할 필요가 없다는 회원들의 생각을 전달하고자 이번 일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의총 정인석 대표 또한 "갈팡질팡하는 집행부, 또 회원들의 민의를 담아야 할 대의원회에 대한 압박용"이라며 "7000명의 서명만으로는 탄핵안을 발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단 대의원회의 행동을 촉구하고 여의치 않으면 추가로 서명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가 뜻을 모아 외풍에 대처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내분으로 단결력과 투쟁력이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인석 대표는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장수가 진정한 리더가 아니라 '간자'라면 오히려 분란만 일으키게 될 것"이라며 "더욱 확고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장을 전달받은 임수흠 대의원회 의장은 "회원들의 뜻을 헤아려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격의료-한의사 현대의료기 사용 저지" 뜻은 같은데...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날 추무진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원격의료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저지를 위한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 단결을 당부했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를 통해 의료계의 단합된 의지를 보이자는 호소였다.

추무진 회장은 "30일 있을 궐기대회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불법 한방을 반드시 척결코자 하는 의료계 결사항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갖고 계신다면 부디 힘을 모아달라. 한방과 정부를 압도할만한 의지와 함성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탄핵서명 접수 소식에는 "회원들의 뜻을 알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추무진 회장은 "의료일원화 토론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던 부분에 대해 여러차례 해명했는데(풀리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회원들의 뜻을 알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다른 한편 그 분들이 모아주시는 힘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저지 등 대외적 투쟁에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원들의 뜻이 회무에 반영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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