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진료 폐지 손실 보전해주겠다던 의료질평가지원금, 상급종병도 내년부턴 손실 우려

정부가 선택진료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의료기관의 종합적인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의료질평가지원금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지만 일선 병원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히 거세다.

실제로 일선 병원들에서는 정부가 선택진료 제도 폐지에 따른 손실 보전 방안으로 내놓은 '의료질평가지원금'이 손실을 제대로 보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으로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 중소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들의 원성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올해 질향상분담 5000억원 지원
정부는 지난 2014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같은 해 선택진료비 가산비율을 평균 35% 축소했고, 지난해에는 선택진료 의사비율을 80%에서 67%로 줄였다. 올해에는 선택진료 의사비율을 30%로 줄이고, 오는 2017년부터는 전면 폐지된다.

이에 정부는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병원들의 손실 보전과 함께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지원하기 위해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신설하고, 지난해 종합병원급 이상 총 316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질 평가를 진행, 건강보험 재정에서 1000억원을 지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당시 의료질평가는 △의료 질 및 환자안전(60%) △의료전달체계(10%) △공공성(10%) △교육수련(10%) △연구(10%) 등 5개 영역, 37개 평가지표를 토대로 구성됐다.

 

의료질평가지원금은 의료 질 및 환자안전·공공성·의료전달체계를 하나로 묶고, 연구와 교육수련을 각각 나눠 총 3가지로 등급과 총점을 매겼다. 이에 따라 등급별로 가중치를 반영해 수가가 산정되고, 진찰료에 따라 의료질평가지원금이 지급됐다.

올해부터는 의료질평가 실시에 따라 질향상분담금 5000억원과 감염관리·수혈관리 등 수가개선 1200억원 등 총 6200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는 질향상분담금만 놓고 봤을 때 지난해보다 4000억원이 늘어난 규모로, 병원들 입장에서는 이른바 '쩐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지방·전문병원 “손실 보전은 꿈 같은 일"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의료질평가지원금이 지원되지만, 지방의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은 의료질향상지원금을 통한 손실 보전은 꿈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지방에 있는 A종합병원 관계자는 "지역에서 그나마 규모가 크다고 해도 수도권이나 서울의 종합병원에 비해 환자 수가 적어 보전율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아마도 올해 역시 손해를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질평가지원금 제도는 의료의 질을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통해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의료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며 "메르스 사태에서 봤듯이 우리나라 의료계는 상급종합병원이 끌고 가는 게 아니다. 모든 의료기관이 의료의 질을 스스로 높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지표 민감도 높이고 지원액 늘려야”
병원계 “내년부터 손실 본격화…전문성 향상에 큰 점수를”

지방에 위치한 B종합병원은 신생아실과 분만실 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선택진료비를 보전받지 못했다. 암 분야에 특성화된 종합병원이기 때문이다.

B종합병원 관계자는 "암 분야에 특성화돼 있고 지방에 위치해 있어 종합병원임에도 분만실과 신생아실을 갖추지 않았다"며 "그 이유로 의료질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아 의료질평가지원금을 통한 손실 보전은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질평가와 그에 따른 지원금 제도는 모든 의료기관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인데, 결국 백화점식 종합병원을 만들어 줄을 세우겠다는 의도로 변질됐다"며 "백화점처럼 모든 진료과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해서 낮은 등급을 매기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병원의 경우 실상은 더 열악하다. C전문병원은 올해 9월부터 선택진료의사가 6명에서 2명으로 축소되면서 1억 3000만원의 선택진료비가 감소됐다. 하지만 의료질향상지원금으로 5000만원을 지급받으며 약 24%만 보전받았다. D전문병원의 경우 손실 보전율은 15%에 그쳤다.

D전문병원 관계자는 "전문병원은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많은 불이익을 받은 게 사실"이라며 "전문병원의 손실 보전은 꿈 같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상급종병 "아직 큰 손실은 없지만…"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지급받은 상급종합병원들은 큰 손실은 없지만, 향후 2017년 선택진료의사 제도 완전폐지 이후에는 본격적인 손실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의 E종합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시행된 의료질평가에서 1등급을 받아 의료질평가지원금으로 어느 정도 손실을 보전받았다"면서 "작년은 상급종합병원 위주의 평가였기에 상급종합병원들은 대부분 손실 보전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2년차 평가로 평가지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올해 역시 손실 보전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질평가지원금 제도에 대해 빅5 병원을 비롯한 상급종합병원은 만족해할 것 같다. 종합병원 중에서도 규모가 큰 곳은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른바 빅5에 속하는 F상급종합병원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평균적으로 3억 6000만원의 의료질향상지원금을 지급받아 손실을 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G상급종합병원 역시 선택진료의사 축소에 따른 손실을 의료질평가지원금을 통해 온전히 보전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료질평가지원금 제도 시행의 첫 해였던 만큼 정부가 후하게 지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했다.

G병원 관계자는 "선택진료의사 제도 폐지에 따라 선택진료비를 의사의 인센티브와 연결시켜왔던 제도는 폐지했다"며 "그동안 선택진료비 일부를 병원의 연구비로 사용하는 등 자산의 유동성을 가질 수 있었지만, 선택진료비가 줄어들면서 유동자산이 부족해지는 현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지난해가 의료질향상지원금 제도 첫 해였던 만큼 정부 측에서 후하게 지급했던 것 같다"며 "예상컨대 제도 시행 두 번째 해인 올해부터는 의료질향상지원금을 통한 선택진료비 보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택진료의사 제도가 완전 폐지되는 내년부터는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현 지표로는 현실적 평가 어려워"
병원계는 의료질평가지원금 산정 기준과 의료질평가 지표를 개선해야 한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의료질 평가에서 의료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더 추가하거나 세분화해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지금같은 방식으로는 의료기관의 질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진료과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이고 그 결과로 병원과 의료의 질을 향상시켰다면 그만큼의 보상이 따라야 한다"며 "의료 질에 대한 평가 지표를 보다 예민하게 만들어 의료기관의 실질적인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선택진료의사 제도가 완전 폐지된 이후 새로운 평가 지표 항목이 개발되는 것에 따라 병원의 손실 보전 여부가 실질적으로 판가름 날 것"이라며 "병원들은 지금 당장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택진료비를 전면 폐지할 게 아니라 상대가치점수에 반영시켜 수가에 포함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심평원 내부에서는 의료질평가 모형을 더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심평원이 지난해 실시한 의료질평가 영역 중 교육수련 부문을 살펴보면, 전체 313개 기관 중 1등급 62개소(19.6%), 2등급 40개소(12.7%), 3등급 95개소(31.0%)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1등급은 40개소(93.0%)에 달했지만, 종합병원의 경우 1등급은 22개소(8.1%)에 불과했다.

이처럼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차이가 큰 만큼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심평원 이규덕 심사위원은 1등급을 받는 의료기관의 수를 늘리는 것 보다는 1등급 안에서도 의료의 질 향상에서 노력한 병원을 뽑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상급종합병원 중에서 1등급이 90% 이상이라는 것은 서로 간의 평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개인적으로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한 병원이 의료질평가지원금을 더 가져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아직 구체적인 논의나 제안은 없었지만, 이른바 빅5 병원들은 의료질평가 지표를 세분화해 의료질평가지원금을 더 가져가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1등급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는 1등급 중에서 제대로 된 1등급을 골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질평가지원금 마저도 빅5 병원에 쏠린다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이 위원은 "일각에서는 의료질평가지원금마저도 빅5에 쏠린다는 우려를 하고 있지만, 빅5의 경우 의료급여환자가 없는 만큼 공공성 영역에서 다른 병원에 비해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의료질평가에 대한 지표를 세분화하고 보다 예민한 지표를 넣어 평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의료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평원 "이달 평가지표 발표 예정"
이 같은 의료 현장의 불만에도 올해 의료질향상분담금 지급 계획은 지난해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 측은 선택진료의사 제도가 완전 폐지되는 2017년까지 기존 정책 방향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아직 보건복지부에서 올해 의료질평가지원금 산정기준 변경에 대한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며 "올해 의료질평가지원금 지급 역시 기존에 발표했던 방향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다만, 심평원은 이달 안으로 2016년도 의료질평가지원금 지원을 위한 의료질평가 지표와 산정 기준 등 세부계획을 마련,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선택진료의사 제도가 완전 폐지되는 2017년 이후 계획은 아직 불투명하다.

심평원 관계자는 "올해 의료질평가 지표는 3월 발표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의료질평가지원금 산정 기준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갑자기 지표가 바뀌거나 늘어날 경우 병원 현장의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지난해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향에서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7년까지는 기존에 정부가 발표한 기조대로 정책이 진행되겠지만, 그 이후 계획은 아직 미지수"라며 "아직까지 복지부에서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2017년 이후에는 현재 지표에서 몇 가지 지표가 추가되는 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병원협회는 정부가 의료질평가지원금을 더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회장은 "정부가 선택진료의사 제도를 폐지하면서 의료질평가지원금으로 보전해주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며 "현장에서는 '이게 뭐냐'라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일각에서는 빅5 병원에 치중됐다는 지적도 있는데, 정부가 평가 지표를 상급종합병원과 빅5 병원에 치우치지 않게 만들었다고 믿고 있다"며 "제도의 취지를 십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의료질평가지원금을 병원에 더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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